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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에 간 교학사 교과서 3.1운동 관련 기사와 그로 인한 소형콜로세움
게시물ID : sisa_4921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mpermanent
추천 : 5
조회수 : 53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3/11 02:40:42
 
http://todayhumor.com/?humorbest_851657
 
답답해서 글을 써봅니다.
여기에 댓글을 쓰신 분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첫 번째로, 3.1운동에 '폭력'이라는 단어를 써서 교과서를 기술하다니 잘못되었다.
두 번째로, 3.1운동에는 분명히 폭력적인 요소가 있었다. 과민반응이다.
 
이 두 의견은 사실 충돌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사실관계를 기술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으며
3.1운동이 전면적인 평화시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이므로 미화해야 한다는 옹졸한 민족주의이며 왜곡일 뿐 아니라
여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위에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에 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자칫 모든 시위는 반드시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라고 말합니다.
 
이 주장들은 모두 온당합니다.
다만 후자에 해당하는 분들이 간과한 부분과 오해한 부분이 있다는 게 문제죠.
 
전자에 해당하는 분들은 3.1운동의 성격에 관해 무조건적으로 평화적인 것으로 해석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을 두 단어로 요약하자면 '어감'과 '맥락'입니다.
 
"3·1운동의 전개와 일제의 탄압' 단락에서 "비폭력 평화적 시위로 시작된 3·1운동은 농촌으로 시위가 확산되면서 면사무소·주재소·헌병대 습격, 친일파 공격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라는 교과서 내 문장에는 후자에 해당하는 분들의 말대로 사실관계에 관한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표현의 문제입니다.
폭력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 폭력이라는 표현이 문제인 겁니다.
폭력이라는 단어가 어떤 단어인가요?
폭력서클, 폭력단, 조직폭력배, 폭력사태, 폭력진압, 폭력사건 등
강자가 약자를 찍어내리는 어감 혹은 부당한 물리력의 행사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력이라는 말이나 실력, 완력, 물리력 같은 말들과 의미가 유사함에도 다르게 사용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에서 폭력을 사용해 왜병들을 학살했다."
"A양은 흉기를 들고 자신을 강간하려던 B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상해를 입혔다."
"노인 이씨는 강도 정씨에게 맞서 폭력을 사용했다."
 
라는 문장들은 사실관계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이라면 모를까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어색함을 느낄 겁니다.
폭력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와 예시로 든 문장들의 주어로 사용된 인물들의 긍정적인 면모 혹은 피해자라는 입장과 충돌하기 때문이죠.
기사에서 인용한 교과서 내의 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어감이라는 게 사실 두루뭉술한 것이고, 그리 중요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뉘앙스가 그 문장이 전달하는 정보의 인상을 결정합니다.
물론 한 개인이 일기장에 혹은 노트에 저렇게 쓰는 것은 별 문제가 없어요.
친구가 카톡에 '뭐햇어?'라고 한다고 욕하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교과서입니다.
많은 사람이, 성격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에 보는 책입니다.
더구나 다루고 있는 사안은 독립운동에 관한 거구요.
언어사용의 적절함에도 충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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