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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다녀왔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천근보다 더....
게시물ID : sisa_513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환락교교주
추천 : 11
조회수 : 25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8/06/01 10:56:14
오늘 후기를 쓰면서 마음이 그 어느때보다 훨씬 더 무겁습니다. 천근만근.....이나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집회현장에 도착했을때 오후 7시에서 8시 사이였습니다. 이미 10만은 훌쩍 넘는 것 같은 많은 인파들이 모여있더군요. 내심 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면 정말 일이 나겠구나... 싶었죠. 결국 그 걱정대로 되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의료봉사단이 모였고.... 처음부터 장비부족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늘 그랬듯이 이리 낚이고 저리 낚이고.... 시위대 위치확인하며 밤 10시 30분무렵 (시간감각이 엉망입니다. 시간이 안맞을 수 있습니다) 광화문이 뚫리고 순식간에 청운동(맞나?)앞까지 시위대가 몰려갔습니다. 전경들이 튀어나오고.... 그 뒤는 여러분들이 보신바와 같습니다. 무차별적인 물대포 살포때문에 저체온 환자들이 속출했고,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여러 전경들이 끌려나왔지만 모두 무사히 돌아갔습니다. (그들을 보호하려는 시민이 훨씬 많았기에)....
그리고 새벽에 무자비한 진압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차별적인 물대포 살포와 인도, 차도 볼 것없이 밀고 들어오는 전경들.... 그리고 안국역 근처에서 진압은... 진짜 이건 아니었습니다. 80년대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닥치는데로 치고 패고..... 앞뒤 안가리는 진압에 환자들은 여기저기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있더군요.... 다행히 전경들도 환자들 진료에는 크게 터치하진 않았지만....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분노가 마음속에 활활 타오릅니다.
전경들이 죄가 없는건 알지만 인간적인 분노가 타오릅니다. 아니 전경뿐만 아니라 모든 경찰에 대한 분노가 이글거립니다. 왜 그렇게 나이든 어르신들이 술먹으면 경찰들을 미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성격상 계속 대치선에서 한두발짝 정도 떨어져서 활동합니다. 대치선의 모습이 살벌할꺼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아마 전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살살하자. 다치면 우리만 손해잖니"
"혹시 밀더라도 그쪽 조심해. 돌있으니깐 이런 곳에서는 살살해야해"
"우리가 뒤로 빠질테니깐 니들이 여기 있어. 힘들겠다"
"의료진은 넣어줘.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는건 우리가 책임지고 막는다"
분노한 시위대 그것도 수만의 시위대와 마주해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나라가 어디있을까요? 
전경들이 혹시 다치거나 시민쪽으로 빠져들어오면 "비폭력"을 외치며 그들을 치료해서 119로 보내거나 다시 본대로 보내는 시위가 어디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조롱하고 욕했으며 무자비한 폭력을 썼습니다. 내가 그들을 봤을때 그들에게 죄책감은 없었습니다.
팔이 부러진 시민 옆에서 팔을 잡고 119를 기다리고 있을때 제 옆을 지나가는 그들은 웃으면서 우릴 바라보며 지나갔습니다. 제 글을 쭉 읽어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전 그동안 그들에게 참 호의적이었습니다. 알고보면 우리 동생들이고 형들이고 오빠들이니.... 그들을 미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뭐 다 좋습니다. 걔들도 힘들고 피곤해서..... 니가 전경해봐라.... 
전 그들에게 그 자리에 서 있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눈이 돌아가고 가슴이 터져 미칠 것 같더군요. 여기가 대한민국이구나... 여기가 2008년의 서울이구나.... 한숨이 나오고 머리가 복잡합니다.
시위대가 도망가는 방향에서 마주오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를 교통경찰 두명에게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만 그들은 저에게 짜증난다는 듯이 시비를 걸었습니다. 전 즉시 그들에게 관등성명과 소속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듣질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슨 의료봉사대가 술냄새가 나냐며 시비를 걸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술을 조금 드신듯했고, 옆에 있는 한 아저씨는 술을 많이 마셨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무수히 뿌린 에어파스의 냄새가 났었죠. 술냄새라니? 꼭지가 돌았지만 다른 환자가 있다는 말에 빨리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어이없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한 아저씨와 그 할아버지가 넘어진 것입니다. 아저씨는 왼팔주두골절로 보였고, 할어버지도 정강이 쪽이 긁혔더군요. 빨리 뛰어가서 할아버지 하나 보호를 못했느냐고 항의했더니 이 아저씨가 자기가 업고 간다면서 갔었다더군요..... 어이없습니다. 술취한 아저씨에게 시민이 혼잡한 시위상황에서 보호를 요청한 할아버지를 업게 하다니... 미친거 아닙니까?
부목이 없어서 제가 팔을 잡고 119가 도착할때 쯤 이미 이 경찰들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환장하겠더군요. 이게 대한민국의 경찰입니다.... 눈이 돌아가고 미쳐서 팔짝 뛸 것 같더군요.....
전경이나 경찰... 다친다면 의사로서 그들을 진료하는 것은 저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리고 또 아무리 분노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다친다면 전 가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처치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결코 호의적이진 않을 것입니다. 결코! 앞으로 전 그들에게 물을 주지 않을 것이며, 음식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담배도 물론 주지 않을 것입니다. "괜찮아. 니들이 무슨 죄야"라는 말은 죽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괜찮아 알고보면 나 형이고 누나들이야"라는 말도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

.........................어찌 말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연 4일을 날밤을 새다시피하면서 뛰어다녔더니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고 정신도 정상은 아닙니다만... 이 분노를 어찌 달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뭘 해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란 조끼와 빨간 의료팀의 상징을 버리고 시위대로 뛰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제가 더 나가는게 옳은지조차 혼돈스럽습니다.
아침이 되서.... 해가 뜨고....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평화로운 거리가 미칠것 같이 원망스럽습니다.
시청에 수천명의 시민들이 아직도 앉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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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우 좀 타야겠습니다.
십만이 넘는 시민들의 외침을 무시해버리고, 무자비한 진압을 하는 저들의 모습에서 뭘 기대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안그럴꺼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저들에게 평화롭게 잘하는데 그들은 다친 시민을 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환자진료에 협조적이었던 점만큼은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하지만 환자가 발생하지 않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고민을 좀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이 비폭력이 이어질지...... 과연 비폭력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인지.... 그리고 내가 어느 곳에 서있어야하는 것인지.... 뭐가 옳은지. 내가 배워온 것이 환상인지 저들이 하는 짓이 옳은것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YTN에서는 그날 집회참석인원이 4만여명이라고 나오고 있습니다.... 4만명.... 제가 본 나머지는 다 귀신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들은 시위이후 처음으로 살수차를 썼다고 합니다. 제가 인터넷으로 본 그 모습은 다 환상이었나 봅니다.... 정말 피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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