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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2002년 대선 전날 몽준이 형.txt
게시물ID : sisa_5217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다스
추천 : 4
조회수 : 81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6/03 01:00:56
기분 상하자 '자살골' 넣었다
12월 18일 정몽준 대표 밀착 취재기 / 안산에서 평창동 자택까지

투표일을 불과 1시간30분 남기고 정몽준 대표는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애당초 대북 노선의 차이가 공조 파기로 이어졌다는 국민통합21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선거가 끝났지만 정대표가 노후보에게 갑자기 등을 돌린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무엇이 정대표로 하여금 노후보의 발목을 잡는 극단적인 판단을 하게 했을까. 후보 단일화라는 약속을 깨면 정치적 자살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정대표가 몰랐을까. 정대표 생애에서 가장 긴 하루로 기억될 2002년 12월18일. 정대표의 궤적을 되짚어 보았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민주당사를 나서는 정대표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이 날 정대표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모든 일정을 소화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대표의 일정이 수정되어 정대표 수행은 민주당 김성호 의원이 맡았다. 정대표가 탄 버스 뒤에는 버스 2대와 승용차 6대가 뒤따랐다. 국민통합21의 당직자가 총출동한 상태였다. 

경기도 안산에서 첫 유세를 한 후 부평과 부천에서 정대표는 노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정대표가 부천역 광장에 나타났을 때 모인 청중 2백여 명은 금세 천여 명으로 불었다. 정대표는 신바람을 냈다. 로고송에 맞추어 특유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부천에서 다음 유세지 영등포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했다. 



정몽준 “팽시키는 쪽이 죽게 되어 있다” 

사인을 부탁하고 악수하러 달려드는 지지자들에게 정대표는 성의를 다했다. 정대표는 물론 수행원 어느 누구도 ‘2번 노무현을 지지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정대표는 사람들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다. 지하철 안에서는 수행원이 건넨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했다. 기자가 “부천역에서 한 연설에 청중의 호응이 높다. 기분도 좋아 보인다”라고 묻자 정대표는 “부평에서 40여 분 사우나를 해 몸이 한결 가볍고 컨디션도 좋다”라고 말했다. 

영등포에 이어 청량리역 유세에서도 정대표는 힘을 냈다. 정대표가 춤을 춘 시간도 다른 때보다 갑절이나 길었다. 유세장 뒤편에서 정대표의 핵심 측근에게 민주당과의 공조 방식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최근 정대표는 정치인의 앞날은 아무도 모른다. 자신도 언제 팽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팽시키는 쪽이 죽게 되어 있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강조했다. 정대표 일행은 기분 좋게 청량리역을 출발했다. 

명동에서 정대표는 노후보를 만나 공동 유세에 나섰다. 둘은 종로·동대문·남대문을 함께 누비며 선거운동의 대미를 장식하기로 했다. 명동 입구는 청중의 함성으로 들썩거렸다. 로고송과 함께 노후보와 정대표 그리고 정동영 의원이 손을 맞잡고 연단에 서자 청중의 호응은 절정에 달했다. 노후보는 고무되어 있었다. “내일 승리할 것입니다”라며 마이크를 잡은 노후보는 연단에 오른 정동영 의원을 국민경선을 지킨 차세대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며 연설을 풀어갔다. 호응이 크면 연설이 길어지는 노후보는 이 날 명동에서 30분 넘게 마이크를 잡았다. 정동영 의원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지만 정대표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두 사람의 표정 대비는 확연했다. 



국민통합21 당직자와 정동영 의원 몸싸움 

연설을 끝낸 노후보는 연단 바로 옆에 대기한 승용차로 빠져나갔다. 반면 정대표는 인파 속을 빠져나와 버스에 오르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정대표의 한 경호원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힘든 경호였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대표가 밀려다니고 통제도 거의 불가능했다”라고 했다. 국민통합21의 전성철 정책위의장도 “인사 사고가 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라며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정대표가 탄 버스 안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정대표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고, 노무현-정몽준 둘만 올라야 할 단상에 정동영 의원이 올라간 것은 정대표를 모욕하는 처사라는 것이었다. 

종로 유세에서도 정동영 의원은 노후보의 오른쪽에 섰다. 정대표는 “나를 사랑한 만큼 노후보를 사랑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연설 시간도 평균 연설 시간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정대표에 이어 정의원이 마이크를 잡자 이달희 정대표 비서실장은 신계륜 노후보 비서실장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정대표의 의전 담당 신상돈 실장은 연설을 마친 정의원을 연단에서 끌어내렸다. 하지만 정의원은 신실장과 몸싸움을 벌이고 다시 연단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정의원의 바지가 찢기고 한 청중은 피를 흘리기도 했다. 

노후보는 연설 도중 오른쪽으로 자꾸 눈길을 돌려 어느 정도 상황을 감지했다. 잠시 후 문제의 발언이 터졌다.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라는 피켓이 보이네요. 속도 위반 하지 마십시오”라는 노후보의 연설에 정대표의 얼굴은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화가 나면 어금니를 악무는 특유의 버릇이 나왔다. 종로 유세는 저녁 8시10분쯤 끝났다. 두 사람은 동대문 마지막 유세에서 만나자며 악수하고 헤어졌다. 

정대표와 일행은 동대문 근처에 있는 식당 우래옥으로 향했다. 버스 안은 노후보 성토장으로 변해 있었다. 정대표의 핵심 측근은 “버스 안에서 정대표는 뭔가를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라고 말했다. 우래옥에 도착해 술잔이 돌자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상 위에 차려진 불고기와 냉면은 거의 줄지 않았다. 가수 김흥국씨와 신상돈 실장, 정종문 정치특보 등이 강한 비난을 거듭 토해내자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했다. 특히 김흥국씨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밖에 나가 캔맥주 몇 개를 들이키고는 다시 돌아와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정대표가 앉은 헤드 테이블 분위기는 약간 달랐다. 권양숙 여사와 부산 공동 유세에 나섰던 김영명 여사가 돌아와 부산의 좋은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 허운나·김성호 의원도 화기애애한 화제를 꺼냈다. 허의원과 김의원은 당시 식당 안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대표는 연신 소줏잔만 기울였다. 

정대표는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별실에서 최운지·조남풍 선대위원장, 이달희·정광철 씨 등과 긴급 회의를 했다. 정대표는 이미 ‘지지 철회’를 결심한 상태였으며, 반대 의견은 별로 없었다. 김영명 여사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한편 박진원·신낙균·이 철·박범진·김민석·김 행 등 핵심 당직자들은 당시 회의가 열린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9시40분께 동대문 두산타워 앞 마지막 거리 유세에 정대표 일행이 참석하지 않자 민주당측은 그제야 낌새를 알아챘다.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 노후보와 정대철 의원이 부랴부랴 우래옥에 도착했다. 그러나 정대표는 이미 떠난 후였다. 그 즈음 이달희·김 행·정광철 씨가 탄 승용차는 경광등을 켠 채 연합뉴스사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정대표의 지지 철회 기자회견를 하기 위해서였다. 내용이 일간지 지방 배달판에 실리게 만들려고 조바심을 냈다. 이들 일행은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급히 여의도 당사로 핸들을 틀었다. 출입기자들에게는 10시30분에 중대 기자회견을 한다는 연락이 간 상태였다. 김 행 대변인의 기자회견 시간은 불과 2분 남짓이었다. 대변인은 질문을 받을 수 없을 만큼 자세한 사정을 모르고 있었다. 

기자회견 도중 당사에 도착한 당직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당직자 중 일부는 정대표에게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국민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성격 파탄자는 지도자가 아니다.” 평소 큰 소리 한번 친 적 없는 한 당직자는 물병을 던진 뒤 “이민 가겠다”라며 당사를 빠져나갔다. 정대표의 최측근조차도 “정신이 ‘회까닥’한 거다. 따귀 맞았다고 대포를 쏘았다. 정대표에게 정말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모욕이 신뢰를 무너뜨렸다. 5년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잘 됐다”라는 당직자들도 있었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민주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노후보가 직접 나서 달라고 중지를 모았다. 하지만 노후보는 “정대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정대표에게 절대 안 가겠다”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은 노후보가 마음을 돌려 정대철 선대위원장 등과 함께 평창동 정대표 자택을 찾았다. 이 때가 0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그러나 정대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대철 위원장과 이재정 의원은 “발길이 안 떨어진다”라며 자택 앞을 지켰지만 그들도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0시38분 김흥국씨가 정대표 집에서 나왔다. 정대표는 김흥국씨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내보냈다. 김씨는 “정대표는 ‘우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1시께 신낙균·이 철·박범진·윤원중·김 행 등 국민통합21의 고위 당직자들이 집을 찾았다. 하지만 이들도 집안에 발을 들여놓는 데 실패했다. 비서를 제외하고 이날 정대표 집 안에 들어간 사람은 김흥국씨가 유일했다. 당직자는 19일 새벽이 되어서야 정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날 정대표의 주치의도 평창동 자택을 찾았다. 정대표의 지지 철회와 관련해 아직도 항간에는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바에 따르면, 정대표를 벼랑 끝으로 몰고간 주범은 다름아닌 정대표 자신의 ‘감정’이었다.

출처 :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6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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