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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6.10항쟁 촛불집회 의료봉사 후기입니다.
게시물ID : sisa_536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환락교교주
추천 : 17
조회수 : 37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8/06/12 06:15:21
6월 10일. 이렇게 큰 행사에 다녀오지 않았을리가 있습니까? ㅎㅎ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일까 하는 기대와 뉴또라이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반반씩 앉고 있던 중 의료봉사단 천막이 철거위기(?)라는 소식을 오후 2시쯤 듣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 원래는 이것저것 준비를 좀 해서 천천히 참가하려고 했는디 갑작스런 소식에 빨리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장소에 도착해서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장소에 와서 천막을 든든히 지키고 있더군요. 잠시 필요한 물자를 챙기고 뉴또라이들 얼마나 왔나 봤습니다만 본 순간 눈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10만 뉴또라이..... 정말 엄청난 장관.....이 일어날뻔 했지만 99500명이 일시에 화장실을 가는 바람에 제가 보는 내내~ 500여명도 안보이는 아름다운 경관이었습니다.
500여명이서 그 넓은 시청광장을 다 차지하고 있는 모습하며.... 여기가 도데체 교회한가운데인지 구국의 기도의 장인지, 시위현장인지 구분이 가지 않더군요. 뭐하자는건지.... 도통 알수가 없었습니다.

7시쯤이 되어서 우리 조는 안국역으로 급파되었지만............낚였습니다. 뭐하자는건지..... (오늘 짜증의 시작은 역시나 삽질에서 시작하였습니다) 허탕을 치고 청계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음 아고라팀의 가두행진을 발견하고 가두행진에 참여했다가 그곳.... 명박산성을 향해갔습니다. 

정말 설마설마했던 명박산성의 도도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니 기가차고 어이가 없고 가슴이 턱 막히는 듯 했습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형형색색의 메세지들을 보니 웃음도 나고 울음도 나오는 그런 느낌이었죠. 시청에서 그곳까지 가는 길은 아침의 만원버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엄청난 인파로 움직이기도 힘들었으며, 그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은 끝도 시작도 없었습니다.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왜냐면.... 그 곳에 서있으면서 바로 내가 역사의 한조각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런 역사. 그것의 한조각으로 당당하게 서 있다는 느낌이 가슴벅차게 만들었습니다. (오후 10시쯤 시방새 교주님 인터뷰 거부사건이 벌어집니다. 인터뷰를 요청하길래... 어차피 얼굴 다 팔렸고... 할테면 해라...라고 했다가 방송사가 시방새라는 말을 듣고 "카메라 치워..."라고 했습니다. 잘했죠? ㅎㅎ)

다행히도 우리 의료지원단이 할 일은 그다지 많지가 않았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거대한 명박산성이 시민과 전의경들 사이를 가로막고 수많은 닭장차들이 그 사이에 놓여 시민과 전의경들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었기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새벽까지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그 후 갑자기 어디선가 몰려오는 스티로폼의 끝없는 행렬. 가까이서 보신 분의 말씀에 의하면 스티로폼이 아니라 압축보드....같은 것이었다고 하는데 만져보질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 끝없는 행렬과 (도데체 저 많은 것을 어디서 준비했을까?) 뭔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의료지원단은 솔직히 초조했습니다. 명박산성의 높이는 꽤 높았기 때문에 만약 저 위에서 충돌이 벌어진다면 High-Energy Trauma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고속차량의 교통사고와 같은 말 그대로 고에너지에 의한 외상) 환자가 대량 발생할 것이 불보듯 뻔했거든요. 다행히도 스티로폼은 연단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올라서서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 안심할 무렵. 본부에서 동아면세점 앞으로 집합을 하라는 말이 들어왔고 저희는 그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잠시 이동해서 삽질(?)을 하다가 본부로 돌아와서 휴식 후 다시 청계천 소라광장으로 갔다가 음료수 한잔씩 하고 다시 명박산성앞으로 이동했습니다. 진압준비중이라는 말을 듣고 다시 무장했습니다. 저에게 들어온 정보중에 하나가 "오늘은 강제진압은 없고 살살 할 것"이라는 특보가 있었지만 역시 이 순간은 살떨리는 순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잠시 후 방송녀의 목소리가 들릴때 명박산성위에 올라있던 형형색색의 깃발들 사이에서 마치 방송녀의 말에 회답이라도 하듯이 "소통의 정부. 이것의 MB식 소통이냐?"라는 플랭카드가 펼쳐졌습니다. 정말 가슴벅찬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 경고방송. 잠시 후 전경들이 행진해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그렇게 쎄게 한판(?)을 할 것 같은 느낌은 아니더군요. 서서히 밀고 들어오는 전경들을 향해 예비돌님들께서 스크럼을 짜셧고 전 늘 그렇듯이 전경들과 예비돌들의 대치선에서 환자발생을 감시했습니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예비군 한분이 극심한 흉통으로 쓰러졌고 그 분을 후방으로 빼서 관찰했지만 다행히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잠시 휴식하게 했습니다....만 곧 다시 돌아오시더군요. ㅡ.ㅡd 역시 예비돌님들... 하지만 쉴땐 좀 쉬세요. ㅋ

밀고당기는 장소 한 가운데서 많은 사람들이 중립을 지켜야할 의료지원단이 예비군을 돕는 것을 보았다고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만 오해입니다. 그냥.... 밀리지 않기 위해서 용을 쓰고 버텼을 뿐입니다. 흠흠.
그런데 왜 손으로 전경방패를 밀쳤냐는 분이 계셨으나 오해입니다. 손은 원래 그곳에 있었을 뿐이고 밀리지 않으려면 손으로 해야지 발로 하겠습니까. 흠흠.... 단지 전경이 방패로 밀길래 "나 의료지원. 의료지원이야. 카메라도 많은데 의료지원 계속 밀어라"....라고 했을뿐이며 전경들이 밀고 들어오는 것을 막을 의도가 전혀 아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흠흠. 흠. 이 상의 이야기 어디에서도 이것이 내가 했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흠흠....

잠시 대치후 손목을 다친 예비군이 있어서 에어파스를 뿌리고 탄력붕대를 감아주는 중 갑자기 또 전경과 대치가 시작되어 예비돌님이 붕대를 다 감기도 전에 뿌리치고 가셔서... 묻네 가슴에 걸립니다. 그러다가 전경이 포위한 공간에 119가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급히 다른 의료팀이 움직이는 것을 봤습니다. 밖에서 다른 팀이 있으니... 괜찮겠지 느긋히 바라보다가 안에 들어있는 팀에는 의사가 없고 수의사만...있다는 말을 듣고 ㅡ.ㅡ;;; 삥~~ 돌아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에는 대치상황이라는 긴장감 외에 다른 것은 없었고 명박산성을 철거하는 소리만이 마치 "쥬라기 공원 1 에서 컨테이너 안에서 들려오는 랩터의 울부짖음"처럼 들려올 뿐이었습니다. 한바퀴 삥~ 돌고 있을 무렵.... 전경대에서 지휘관이 저를 불렀습니다.

복통에 설사환자가 있다고 좀 봐달라는 것이었죠. (약도 없는데... ㅡ.ㅡ;;;) 전경대 안으로 들어가서 환자를 파악한 후 깜짝 놀랬습니다. 첫째는 환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비위생적 환경에서 보관된 음식에 의한 집단 식중독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약과 장비가 다 외상에 맞춰져있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소화제와 진통제 뿐이었고, 설사에 약간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알마겔을 조금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나같이 누렇게 뜬 애들을 보고 있으니 찹찹하더군요.

전경대 지휘관은 저희에게 지금 이런 애들이 한둘이 아니다. 다들 지쳐있고 비위생적인 음식들 때문에 이런 애들이 엄청 많다...라고 하소연하시더군요. 속으로.... 상한 음식에 설사로도 이렇게 걱정하는 지휘관님..... 광우병을 걱정하여 이곳에 나온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진 않겠군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먹을 것 약간과 담배를 나눠줬습니다. (담배 무지 좋아하더군요. 눈치만 살살 보고 못받고 있지만 눈빛들은 번쩍번쩍 합니다. 좀 짬밥있는 애가 나와서 받으면 다들 환호성을 질르더군요) 그 과정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애들을 보면서... 식중독애들 아이스크림 먹으면 안되는데 맘속으로 생각하는데 전경 하나가 아이스크림을 저에게 건네더군요. 마음 찡했습니다만 거절하고 너희들 많이 먹어...라고 해줬습니다. (나중에 찾아오면 베스킨 라빈스 31에서 하프갤론으로 사주마. ㅋㅋ)

전경차에서 방송녀가 계속 저희도 강제진압하지 않겠으니 시민 여러분들도 자율해산해주십시요~ 라는 방송이 나오고 다른 팀도 있었기에 저희도 소라광장으로 모여서 잠시 정비 후 시청광장으로 이동해서 해산하였습니다.

해산 후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만 집회분위기에 대한 비판과 의료지원단의 삽질에 대한 비판이 많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입을 다물고 인터넷에서 기사들을 찾고 있었죠. 집회분위기에 대해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놀러온거냐? 전경애들 전화번호 따는 고삐리들은 뭐냐? 술마시고 모여앉아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뭐냐?.... 여러 의견들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위가 위대한 것이다.... 
오합지졸도 그런 오합지졸들이 없습니다. 누구 말 맞다나 최루탄 한발만 터지고 봉을 든 백골단 100명만 들어와도 순식간에 해체되어 사라질 그런 오합지졸들이죠. 시위의 경험도 없고 한손엔 디카를 한손엔 핸드폰을 든 디지털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있는 모습입니다. 한곳에서는 쥐새끼 타도를 소리치고 한쪽에서는 끼리끼리 모여서 농담따먹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아닐까요?
일사분란하게 대오를 이루고 그 대오들이 시계처럼 정확히 행동한다면 그것은 민주세력이 아니라 군대가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런 시민들이 모여서 시위를 한다면 더 효율적일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엔 그것은 더이상 자율적인 민주세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그렇기 때문에 더욱 평화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군중심리가 가진 폭력적 행태를 디지털이 가진 양방향성으로 극복하고 자율적으로 비폭력을 외치며 일부 폭력적 행태를 가진 사람들을 억제하고 비폭력적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전 극단적으로 이런 모습을 인간이 진화하는 증거로 봅니다.

스페인에서는 고유가를 항의하는 시위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대규모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LA 흑인폭동시 폭동을 일으킨 흑인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요? 프랑스 훌리건들? 축구 한게임 보고 나와서 차를 다 부셔버리는 애들이 모여있는 유럽의 시민성? 얘들은 다 우리나라 와서 70만 시위대 앞에 머리박고 반성해야합니다. 우리 70만 시위대는 사소한 문제들이 있었던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만 그것은 말그대로 "사소한" 것이며 4000만 우리 인구중에 쥐새끼 한마리 있듯이 70만 시민속에 또라이 하나쯤 있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70만이라는 엄청난 숫자가 모여서 평화로울 수 있는것. 그 힘이 바로 저는 앞에서 이야기한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의미에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촛불집회는 하나의 역사입니다.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이며 전세계적인 의미에서 새로운 21세기형 직접 민주주의를 써내려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물로서 인류가 가진 한계를 한단계 넘어서는 진화로서 또한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모르긴 해도 전세계의 사회학자들... 한국에서 벌어지는 촛불집회를 보며 똥줄께나 탈 것이라고 봅니다. 기존의 사회학의 어떤 이론적 틀에서 과연 이 촛불집회를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그곳에서 촛불을 들었건 들지 않았건 그 자리에 계셨던 모든 분들이 바로 역사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안에서 작은 역사의 한조각이 되었음을 가슴뿌듯히 느낍니다.

지금까지 시위에 참가하셨던 모든 시민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우리는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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