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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써 보는 나의 크리스 말로윈 감상문
게시물ID : sisa_5594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씁쓸하구만
추천 : 5
조회수 : 4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1/02 01:36:23
난 정말로 가사를 읽고 할 말을 잃었다.
이 곡은 절대적으로 가사를 보면서 음악을 들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난 개인적으로 서태지의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거의 듣지 않았는데
'소격동'이라는 이름에 끌려 한 곡 한 곡 찾아 듣다보니 여기, 글까지 쓰게된 거다.

서태지는 진짜 예술가다. 

천재인지 아닌지는 전문가들이 판단할 문제지만 서태지가 뼈 속까지 진짜 예술가라는 것을 느낀다.
예술가는 마치 "사진"처럼 자신에게 다가온 어떤 특별한 느낌과 찰나의 순간을 이미지처럼 간직했다가 현상한다.
그것이 소설이든 시든 영화든 오페라든 
예술가는 삶을 "예술"이라는 필터로 정제하여 
사람들에게 그 특별한 느낌이 공감되고 확장되고 오래 남도록 해준다.

크리스말로윈...

서태지가 세상과 떨어져 지냈다고?
신비주의 가수라고?

내가 볼 땐 그들의 말은 완전히 틀렸다.
이 노래 속에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아픈 가슴으로, 그러나 놀랍도록 현실적인 눈으로...
그러나 현학적인 말투나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이....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과 그 열정을 파괴하고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욕망을 현상하고 있다.
그가 어디서 무얼했는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분명 서태지는 여기 있었고, 젊은이들과 호흡했다.

가사와 너무나 어울리는 동화적이면서 음산하고 몽환적인...멜로디와 목소리와 함께..
크리스말로윈은 무언가를 계속 조망하는 듯 하다...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심장이 아파옴을 느낀다...
서태지가 무엇을 가장 가슴아파하는지 이해되고 공감된다.

그것은 겁도 주고 선물도 주는... 우는 애들에겐 선물 안주는 너무나도 강력한 힘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불평도 말고 울지도 말고 행실도 똑바로 하고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그 선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정말 한정된 엘리트 스펙의 사람들 밖에 없는...

바로 2014년의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이 곡엔 컴백홈이나 발해를 꿈꾸며 같은 해결책이 없다....
이전의 서태지의 곡은 일종의 의분이 있었다. 목적의식도 있었다...
그런데 이 곡은 없다.

이것이 이 곡이 할로윈인 이유다...
다시말해 서태지가 사회비판적인 곡을 썼다기 보다는
그의 감수성이, 예술가적 안테나가
그저 지금 대한민국을 담담히 예술적으로 담아낸 것이라 여겨진다. 
        
40대가 된, 충분히 놀랍도록 성공한, 이제는 자본주의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서 이수만처럼 될 수도 있었을텐데
그는 아직도 소년으로 남길 택한 듯 하다...

나이가 들 수록 세상을 배워 갈수록
후배들에게 니가 세상을 잘몰라서 그런거라며...
확률과 가능성을 기준으로 그들의 꿈과 가치를 평가하고 조언하고 또 옳은 말로 상처주고
똑같은 산타크로스로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본다.

그래서 더더욱 난 그 용기를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다....
명확히 이것은 용기다...
2014년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은...

박근혜가 무서워서 용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뒤덮고 거의 진리 처럼 받아들여지는
뒤틀린 속물 가치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난 서태지가 끝까지 소년으로 남길 바란다.

누군가는 아프다고 말해야 한다.
누군가는 "신경"이 되어, 썩고 문드러지고 망가진 살과 뼈를 향해
아프다고, 고통스럽다고 말해 주어야 한다.

"아프다" 부르짖는 말 조차

"억울하다" 부르짖는 쓰라린 부성의 신음 조차

무시되고 조작되고 누명쓰고 억눌리는 
이 슬픈 대한민국에서.....

누군가는 이렇게라도 소리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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