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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FM 그것은 알기 싫다 입니다.
게시물ID : sisa_5606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역고등학생
추천 : 0
조회수 : 8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1/12 01:00:13

1회

처음에 우리는 인간의 탐욕이나 좁아터진 소갈딱지 때문에 진실이 묻혀가면 이것에 대해 부당함을 느껴서 공론의 장에 나와서 목소리를 내게 됩니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함께 동의하고 어깨에 손을 얹고 목소리를 얹어줄 동료를 찾게 됩니다.

리플을 달기도 하고 길에서 청원을 받기도 하고 정당을 창당하기도 하고 기자가 되서 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여드는 사람이 많을수록 다양한 의견을 조절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세력을 늘리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정치인 의문사 진상규명을 촉구할때에도, JYJ의 노동쟁의를 도울때도, 촛불집회를 할때도 순수하게 흥분하고 함께 의견을 나눈 뒤에 조금 있다가 갈라지고, 계파를 형성하고 권력을 차지합니다. 그렇게 다들 정치를 하게 되죠. 그리고 나서 진실을 듣으면 괜히 불편합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죠. 인간을 위한 진실이 인간에게 불편하지 않을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딴지라디오가 만든 가장 인간적인 방송의 제목은 

그것은 알기 싫다 입니다.

 

8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말을 듣는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고 하죠. 반대로는 사실을 말할땐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말이겠네요?  하지만 그 외에도 대화를 할때 사람의 눈을 쳐다보지 않는 습관에는 사회를 사람을 타인을 얼마나 많이 경험해보았느냐 하는 문제에도 관련이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과 사람의 대화에 진실성을 의심할 필요가 없는 진술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늘이 푸르다고 말해도 일부는 거짓말입니다. 내가 피곤하다고 말해도 일부는 거짓말입니다. 말로 축조한 서사의 세계에 진실이 어디 있겠습니까?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은 모든 언어의 의도성을 조심하는, 극히 진실하고 반성을 많이 할 줄 아는 사람일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거짓말장이 사람들, 의도를 알기 힘든 사람에 익숙해지지 못해서, 연애에 실패하고, 또래에서 호구가 되면, 그들을 일베가 받아줍니다. 갈 곳 없는 진실의 추구를 해소해줄 사람들을 제공해준 그 고마운 커뮤니티를 우리는 언젠가는 끌어안아야 합니다. 이명박을 존경한다는 연쇄살인범 신나치새끼의 테러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옌슨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미움에 맞서는 관용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까닭을 알 수 없는 혐오에 희생될 수 있구요, 커져가는 미움 때문에 불쾌해질 겁니다 .당장의 상황이 이다지 급하니까 누군가를 벌하고 제재하는 등의 판단을 당연히 해야겠지만, 먼 미래의 공존을 위해 누가 악하고 누가 거짓말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판단은 하지 맙시다. 대체 우리 중에 누가 타인의 판관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알기 싫다 입니다

 

9화

우리 모두가 타인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고 게다가 먼저 나서면 손해 보는 우리나라의 분위기 때문에라도 누군가가 나 대신 말하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서 그게 아니면 나와 사람들의 견해가 어떻게 다른가를 알고 싶어서라도, 우리는 뉴스를 읽다가 리플을 들여다 봅니다. 제가 이름을 붙인 이른바 '순위권의 법칙'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리플을 빠르게 다는 사람들은 보통 그 속도 덕에 더 많이 노출되고 더 많이 추천 받아 다시 좀 더 많이 노출되게 된다는 거죠. 하지만 그 빠른 속도는 종합적인 사고와 논리적인 판단을 위한 시간을 희생하여 얻은 속도일 가능성도 큽니다. 짧게 말하면' 성급해야 순위권' 이라는 논리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뉴스를 보거나 들으면 생각도 좀 하고, 논리도 좀 연결해 보고, 배후도 좀 의심해 보고, 사건 정황도 유심히 파악해보아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약간 더 사려 깊은 사람들이 생각 좀 하는 그 눈 깜짝할 사이에 빠르게 흥분한 사람들의 리플이 베플이 됩니다. "외국인 노동자 꺼져라" "박근혜 죽어라" "예쁜여자는 나쁜여자". 심지어 서로 다른 뉴스에 똑같은 리플을 남기는 사람도 많이 있죠. 기계 혹은 직업 때문에 리플 다는 사람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이렇게나  너무 빠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해당하는 문제에  뭔가 큰 트라우마를 가져서, 관련한 소제목만 보면 자판기처럼 똑같은 반응을 보여주는 파블로브의 개일 가능성이 큽니다. 고로 순위권에 들어갈 리플에 가장 가치있는 내용은 "아싸 1빠"로 수렴하게 됩니다. 

그것은 알기 싫다 입니다.

 

6회

에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에이는 권위적이고,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줄 모르는 주제에 지가 대인배라고 착각하는 흔한 개새끼, 매춘도 좋아하는 십새끼라고 칩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우리가 부당하게 퇴거조취를 당하게 된 신도시 개발 예정지구의 원주민인데, 이 소식을 듣고 정의감에 불타오른 에이가 사람들을 몰고 우리에게 달려와서 선두해서 목숨을 걸고 용역폭력조직에 맞서 우리를 지켜줬다고 치죠. 그는 좋은 사람일까요 나쁜사람일까요?
이런 단어들이 생각납니다. 계약관계. 공적인 관계는 합리와 계산, 사적인 일은 도덕입니다. 정치인을 좋아하거나 흠모하는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 개인에게 있어서 유리한 태도는 아닙니다. 내 입장을 잘 들어줄 정치인에게 투표만 잘 하면 되는것 아닐까요?

강남 서초 송파의 유권자들을 참조해봅시다. 그것은 알기 싫다입니다.

 

3회

스물살도 채 안되었거나 그보다도 한참 어리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스무살 좀 넘어간, 당연지사 신성한 인격을 소유한 젊은 여성가수들을 한우보다 더 자세히 평가하느라 오늘도 연염이 없으며, 심지어 그것으로 선정적인 짓는 일로 밥벌이 하시는 기자분들께 말씀드립니다. 폭발하는것은 남심이 아니고요, 첫번째는 여러분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교양의 병신력이고, 두번째는 대체 얼마나 되는 월급으로 버텨보겠다고 사람들의 교양수준을 기꺼이 낮추어 보겠다고 두는 여러분의 비양심덕에 빡친 대다수 국민들의 성질입니다. 

그것은 알기 싫다 입니다.

 

11회

커피가 차갑다는 믿음을 꽉 잡고 놓지 않으면, 손이 데일지언정 뜨겁지 않을 수 도 있습니다. 주님이 나와 대화하고 계시다는 믿음에 잡중을 하면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를 배워 본적도 없는 말을 떠들어 댈 수 도 있습니다. 끝났다고 믿지 않는데 세상에 무엇이 우리를 끝장낼 수 있을까요 절망하는 어제는 오줌마렵고 배고픈 오늘 아침을 가져다 주었을 뿐따름입니다. 백마고지에서, 월남의 어느 이름모를 복잡한 숲에서, 남영동에서, 서빙고 호텔에서, 산재를 인정받지 못한 백혈병 환자 병동에서, 아프가니스탄 병동에서, 용산의 재개발 예정지에서, 연평도에서, 천안함에서, 힘겨운 죽음을 마주했던 이들은 사라졌을까요? 우리가 있거나 우리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사라졌겠죠.

그것은 알기 싫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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