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선거는 질거라 생각했습니다.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냉철해지는 시선이 생기더군요. 선거에서 새누리를 이긴다는 건 정말 말도 안되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번의 승리를 접한 세대가 이것이 사실 기적이었음을 깨닫기에는 꽤 큰 좌절이 필요합니다. 그 좌절을 겪고 나면 결과에 대한 기대가 사라집니다. 새누리당은 유시민 전 장관의 말처럼. 너무 쌥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기대는 없었지만 꽤 흥미로운 그리고 약간은 희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새정치가 연대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 동안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적극적 연대를 했습니다. 그럴만한 명분도 있었죠. 양보도 많이 했구요. 근데 결론적으로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습니다. 제 1 야당의 힘은 분산됐고 기타 야당들의 입김은 강해졌습니다. 이 연합이 성공하고 야권세력의 힘이 증가했다면 이상적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론 야권은 더 분열하고 . 새민련의 힘도 약해지는 결과가 일어났습니다. 그러니 새민련 안에서 자꾸 독자 세력을 꿈꾸는 사람들이 훼방을 놓기 시작하죠. 새민련이 안정되고 세력을 공고히 하기 힘들어집니다. 이번 관악을 정동영 보시면 딱 계산이 서죠. 아마 나와서 연대하면 당선 이라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는 연대 안했습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결정인데, 정동영급이나 천정배급 아니면 당안에 있는게 이득이라는 계산이 바로 나거든요. 새민련이 연대를 안하면 독자세력 꿈꾸기 쉽지 않습니다. 웬만한 네임벨류 가지고는. 심지어 정동영은 떨어졌죠. 정동영 급으로도 위험하다면 결국 새민련 밖으로 나가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판단이 서겠죠. 당안에서 뭔가 해야 한다는 것. 그 판단이 명확해지면 뭉치게 됩니다. 새민련이 뭉칠 수 있는 기회죠. 야권이 강해질 찬스이구요. 이인제의 삽질과 정몽준의 삽질로 새누리당이 배운 것을 이제 야당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문재인대표가 연대 안한건 매우 중요한 선택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지 않은 것입니다. 일단 선거에 지면 대표가 사퇴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식이었는데, 이럴경우 당연히 당이 약해집니다. 당권을 노리고 흔드는 내부 세력이 난리칠게 뻔하죠. 외부에서 흔드는 거야 일상적인 거지만 내부에서 흔들리면 답이 없습니다. 강한 야당은 물건너가죠. 내부 정치에 휩쓸려 뭘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지금 새민련은 참 오묘한 당이죠. 과거 민주당에 노무현 대선후보 시절 탈당한 민주당, 열린 우리당때 스물스물 기어들어온 정치철새들까지 얽히고 섥힌 잡탕이에요. 그리고 이중 진짜는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장사꾼들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제 1 야당만 해도 좋다. 이런거죠. 일단 내가 살기 좋거든요. 대권 잡아서 나라를 제대로... 이런 생각은 애초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운 좋으면 대권 안되도 1당. 살기 편하고 배불리기 딱이죠. 그러니 새누리당 의원들하고도 홧팅 하면서 서로 으쌰으쌰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번 문재인 대표는 사퇴 안했어요. 당내에서도 문재인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대선 주자로 지지율 1위인데다가 지금 총선 앞두고 대체할 만한 사람도 없거든요. 천정배도 정동영도 알아서 나갔고 당권 노릴만한 인물들 알아서 정리가 됐죠. 그래서 오히려 문재인 체제가 유지될 수밖에 없죠. 선거에 져도 대표는 굳건히 간다. 내부적으로 논란이 줄고 단순해 져요. 문재인 체제 내에서 뭉치기. 그래야 다음 총선때 밥벌이 가능하니까. 즉 내부에서 야당 흔들기가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당의 힘이 조금 더 강해지겠죠. 역시 새민련이 뭉칠 기회가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선거는 앞으로 꽤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 같아요. 긍정적인 면으로요. 물론 헛된 기대는 안합니다만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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