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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다스베이더: 너의 아버지를 너의 칼로 베어라
게시물ID : sisa_6068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깜장핀
추천 : 1
조회수 : 61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10 13: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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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입니다...


:: 너의 아버지를 너의 칼로 베어라

영화 <스타워즈>의 여섯 번째 에피소드 '제다이의 귀환'은 스타워즈 전 시리즈의 마무리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잘 알겠지만, 돌아온 제다이란 짧게 보자면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루크 스카이워커가 수련을 마치고 정식 제다이기사가 되어 돌아왔다는 의미이자, 동시에 이보다 한참 전의 시대인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에서 공화국을 등지고 팰퍼틴 황제의 수족이 되어버렸던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아들에 의해 뒤늦게나마 제다이로서의 자신을 각성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글월님의 사진.

이 영화의 종반부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황제 팰퍼틴의 수하인 다스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와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그가 원래 찾아간 것은 다스베이더의 안에 남은 '일말의 선량함'을 일깨우고 그를 다시 제다이로 되돌리기 위해서였지만, 황제의 계략과 베이더 자신의 도발로 인해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베이더를 향해 광선검을 빼든다. 베이더의 도발로 마구 고함을 지르며 광선검을 맹렬하게 휘두르는 장면에서 낮게 깔리는 웅장하면서도 서글픈 음악은 이러한 두 스카이워커 부자의 비극적인 운명을 대변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에피소드6에서 가장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부자의 비극적인 대결은 루크의 승리로 끝나지만, "어서 베이더를 처단하고 그 자리에 네가 올라라"라고 종용하는 팰퍼틴 황제의 꼬드김을 루크는 결국 거절해버린다. 만일 이 제안을 루크가 받아들였다면 그는 베이더의 뒤를 이어서 황제의 오른팔이 되고, 나아가서는 저항군을 파멸로 몰아넣어 제국의 질서를 공고하게 만드는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루크는 그 반대의 길을 택했고, 이를 본 베이더는 마지막 순간에 제다이로서의 자신을 각성하고 아들인 루크를 대신해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황제를 물리친다.

영화 <스타워즈> 전편을 통해 나타난 스카이워커 부자의 비극적인 운명은 마치 21세기 한국 현대사회의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사이의 비극을 보는 듯하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한때 피끓는 열정으로 가난에 빠졌던 나라를 산업화의 길로 이끌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독재에 항거하여 민주화를 이룩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이들은 언젠가 그들 자신이 항거해 싸웠던 대상과 흡사한 보수 기득권층이 되어 청년세대 앞을 가로막았고, 그 결과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경직되고 정체된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과거를 되짚어보면 이러한 흐름을 '조작'해낸 것은 다름아닌 현재의 보수 기득권 정치 세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들은 기성세대를 향해 끊임없이 '불안'이라는 미끼를 던지면서 기성세대로 하여금 철저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 하에 머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틈날 때마다 북한을 내세우면서 당장에라도 한국 사회가 전화(戰禍)를 입기라도 할 것인 양 사상적 불안감을 강조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외환위기나 고용불안 따위를 적당히 조장하면서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으면 이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식의 협박을 날리곤 했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우리에게 정권을 주지 않으면 네 가족, 나아가 너의 자식들은 훨씬 힘겹고도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사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아나킨이 공화국을 배신하고 팰퍼틴의 충복이 된 과정도 이 '불안'에 지배당한 까닭이었다. 아나킨은 자신의 부인인 파드메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고, 팰퍼틴은 이를 이용하여 "나의 부하가 되면 네 아내를 죽음의 운명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고 종용했던 것. 물론 이런 협박(혹은 유혹)은 실체 없는 허상에 불과했지만, 상실에 대한 불안감에 내몰렸던 아나킨은 이미 이를 분별해낼 냉철한 통찰력 같은 건 발휘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게 현재의 기성세대를 충실한 지지층으로 만들었던 보수기득권 정치세력은 이제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의 임금을 낮춰야 딸이 취직을 할 수 있다"라고. 다른 누구도 아닌 대통령의 입에서 이와 같은 발언이 나왔다. 여전히 구시대의 정치세력은 가족과 자식을 볼모로 삼아 기성세대의 정치적 선택을 제한하려고 애쓴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다른 한편으로, 조만간 경제적 생산력을 잃어버리고 말 기성세대 대신에 청년세대를 포섭함으로써 '새로운 충복'으로 삼고자 한다. 마치, 팰퍼틴 황제가 루크를 향해 "다스베이더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해라!"고 외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런 외침에 호응하여 청년세대가 기성세대를 향해 '칼'을 들이댄다면, 결국은 '황제'의 권력만 고스란히 유지한 채 똑같은 모순을 그대로 떠안고 가는 셈이 되어버릴 것이다. 지금의 청년세대가 겪는 고용불안정과 임금 문제는 기성세대의 기득권 유지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로 하여금 어떻게서든 현재의 자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도록 위기의식을 부채질한 보수기득권 정치세력의 여론 조작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일 현재의 기성세대가 이를 통찰해낼 정도의 이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위기감에 휘둘리고 있다면, 적어도 청년세대만큼은 이 상황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이런 '대결구도 조장'에 휘말리지 않도록 애써야 하지 않을까.

이미 쓰러져버린 베이더의 목에 칼을 꽂을지, 아니면 번연히 칼을 내던지면서 "팰퍼틴 황제여, 너는 실패했다"고 선언할지, 그것은 결국 루크 자신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과연 어느 쪽의 루크가 될 것인지, 지금의 청년세대라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출처 https://www.facebook.com/about.sentence/photos/a.596290007073342.1073741828.595877207114622/874760132559660/?type=1&fref=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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