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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 망나니 큰아들 이야기
게시물ID : sisa_6772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답답한이선생
추천 : 3
조회수 : 2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3/02 0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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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옛날에 한 가족이 있었다.

 

그래도 살만큼 살았었다. 말 한마리 없고 소도 한마리 없지만 닭이라도 몇마리 있었고 작게나마 논이라도 있었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집안 식솔들이 먹고 살기엔 충분했다.

 

아버지는 농사만 지으시고 다른 것은 모르시는 분이었고 어머니는 큰아들을 낳고돌아가시고 새 어머니 밑으로 둘째 딸과 막내 아들을 낳으셨다. 새 어머니는 어릴적 폐병을 앓으신게 도져 아이들을 모두 소학교라도 마치고 돌아가셔서 다행이지 

 

많지 않으신 나이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자식들은 3남매가 있었는데, 큰아들과 둘째딸 막내인 사내놈 하나가 가족의 전부였다.

 

큰 아들은 욕심이 많고 정신이 맑지 않았는데, 주먹도 잘 쓰는 기골을 갖춘게 아니어서 학교에서 제대로 목소리 한번 내기가 쉽지 않았으나

 

돈 많은 집 아들인 반장에게 붙어서 부반장 노릇이나 하며 지내며 소학교를 마쳤었다

 

정작 공부는 뜻이 없고 욕심에 비해 집안이 별볼일 없다는 것에 퍽 속이 곯아 있었고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지금껏 밀어주던 반장과의 실력 차이로 같은 학교에 올라가지도 못해 나날이 고민하다 

 

동네에서 주먹 께나 쓰는 친구에게 붙어 밖에서는 대장의 가방이나 들고 집에서는 아버지 눈치를 보며 동생들 머리나 쥐어박으며 나날이 삐뚤어져 갔다. 특히 잔머리를 돌리는데에 자꾸 영특해지며 노름을 좋아해 용돈이라도 생기면 노름을 하곤 했다.

 

그 사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소학교를 다니던 둘째가 막내를 챙기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런 가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병환으로 쓰러지셔서 의식을 잃으시고 와상 생활을 하시게 되었다.

 

한동안 큰아들은 아버지를 간호하며 이제야 사람이 되나 싶었다.

 

허나, 아버지의 의식이 시간이 흘러도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의식은 차리셨으나 그 사이 자신이 농사를 짓는 것에 벌써 신물이 나는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가 이제 곧 온전히 집안의 가장이 되어 많지는 않으나 가지고 있던 재산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같이 다니던 패거리의 대장 역시 그 소문을 듣고 매우 귀가 솔깃했다.

 

그 패거리의 대장이 가지고 있는 땅은 큰 보에서 바로 물이 닿지 않는데다 만들어 놓은

 

물길도 좋지 않아 물을 끌어다 쓰기 쉽지 않았는데 가장 짧은 물길을 뚫자니 

 

중간에 언덕이 있어 물을 돌려야만 했고 옆에 붙어 있는 이 집의 논을 조금만 거우어 내면 바로 물을 받을 수 있어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어느 날 대장은 장남을 찾아갔다.

 

"아랫마을에 노름판이 열리는데 다들 실력이 잼병이라 이번에 내가 돈을 많이 따왔다. 나정도 실력만 되도 아랫마을은 상대도 안되더만 너는 내려가면 큰 돈 챙길거다 우리 둘이 같이 한번 가보자

 

어차피 장남은 공부도 뜻이 없었고, 농사도 신물이 날 지경 인데다 아버지도 곧 돌아가실 상황에 이 지긋지긋한 생활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대장을 따라 아랫마을에서 노름 원정을 다니기 시작했다. 듣던데로 아랫마을은장남의 상대가 안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처음보는 놈이 나타나 꼭 판돈이 크게 걸린 판에서만 아슬아슬하게 장남의 돈을 따가는게 아닌가

 

장남은 자신이 가지고 온 판돈이 모자라 자리를 버틸 수 없다고 여겼고 매우 분했다. 이때 대장이 말했다.

 

너희 집 논문서를 가지고 오면 내가 후하게 처 줄게 저거 돈만 믿고 까부는 거지 실력은 네가 월등하지

 

당장에 승낙하고 싶었으나 동생들이 보는 눈도 있고 한번 정도는 거절해야 값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난색을 표하였더니

 

대장이 지금껏 본적 없이 친절한 태도를 보이며 생각해보고 필요하면 귀뜸 해 달라고 하며 물러가는 모습에 내심 뿌듯했다.

 

마음 속은 이미 논문서에 향해 있었고, 주로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는 여동생의 눈을 피해 땅문서를 들고 나올 생각 뿐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남은 둘째가 막내를 데리고 집을 비운 사이 누워 계신 아버님 뒤 장롱에 깊숙히 담아둔 땅문서를 들고 대장에게 판돈을 받아 같이 도박장으로 떠났다.

 

집에서는 큰 아들이 평소 패거리와 돌아다니며 집에 안 들어오던 버릇이 도졌나 싶어 신경도 쓰지 않고 몇일이 지나갔다.

 

장남은 몇일 동안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잃게 되었다. 그러자 이제서야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집 논!”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늦었다. 이 모든 것은 대장의 속셈이었고 모두 한패였다. 대장은 얻고자 하는 걸 얻었으나 바로 가까운 거리에 사는 장남을 그래도 내심 불쌍했는지

 

 “내 물길을 좀 넓게 파야하니 그만큼은 논이 좀 줄겠으나 소작은 너에게 주마

 

분하고 억울해 집에 들어온 이후 장남은 더욱이 폭력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병환이 갈수록 깊어진 아버지는 더 이상 장남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어차피 겨울이라 농사도 짓지 않을 때라 한동안은 논에 나가도 논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가끔 볼 뿐이었고, 자신이 소작을 받았으니 집에서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술이나 먹으며 장남은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해 봄이 가까워 오고 마을은 다시 농사일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새참을 나르러 집을 나서는 동안 둘째는 깜짝 놀랐다. 물어보는 사람마다 논도 없는 집이 어디로 소작을 받았냐고 묻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집에서는 땅문서가 없어진 줄 모르고 있었는데, 둘째는 이제야 알게 되어 논을 샀다고 소문이 난 대장의 집으로 발에 불이 나게 찾아갔다.

 

진상을 물어보니, 이 모든 것이 사실이었고, 너희 집 장남이 팔았다는 이야기를 하며 본인이 선의로 소작은 너희 집에 주었다는 소리에 기가 막혀 멱살을 잡으려 달려 들었지만 한 손에 내동댕이 쳐져 분한 맘에 오열하며 집에 돌아왔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충격에 돌아가시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둘째는 억울함에 내용을 소상히 알고자 묻고 물어 이 모든 과정이 아랫마을 노름판을 끼고 벌인 대장의 속셈이었다는 말을 듣고 온 동네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또 알렸지만, 그 때마다 장남에게 두들겨 맞고 하루하루를 억울함에 눈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장남 - 박정희



여기까지는 "그것은 알기싫다" 156b - 독재유산 답사기:박정희의 대일 외교 편에서 집문서 팔아먹고 도망간 망나니 장남의 비유를 극화해 보았습니다.

더 정교하게 비유를 섞어 쓰고 싶었으나 실력이 미천해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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