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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혁명과 영성
게시물ID : sisa_681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준희
추천 : 1
조회수 : 32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9/05/14 19:08:59
혁명과 영성


21세기는 영성의 시대라던가? 어딜 가나 영성이 유행이다. 진정한 인간적 소통이 사라져버린 극단적인 경쟁사회에서 사람들이 명상이나 이런저런 정신수련을 통해 피폐해진 육체와 정신을 치유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영성이 그런 기능적인 부분만으로 대변되고 상품화하는 일은 걱정스러운 데가 있다. 영성이 단지 그런 것이라면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깊은 산속에서 수행만 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영성가일 텐데, 예수나 붓다가 수행의 경지가 모자라서 저잣거리의 인민들과 부대끼며 살았던 걸까?
영성의 본령은 세상의 변혁에 있다. 지혜로운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설파해왔듯 세상이란 나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요소들이 빠짐없이 연결되어 순환하는 거대한 유기체다. 그래서 사람은 어떤 사회체제에서 살아갈 때, 그 사회체제를 반대하는 사람조차도 많게든 적게든 그 사회체제의 가치관에 물들게 된다. 오늘 대공장 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노동운동이 ‘사람은 상품이 아니’라고 외치면서도 임금투쟁에만 몰두함으로써 스스로를 ‘더 상품화’하는 모습이나, 시장주의 교육에 반대한다는 사람들이 정작 제 아이 시장 경쟁력은 참으로 알뜰하게 챙기는 모습처럼 말이다. 
세상이 변혁되려면 사회 구조도 변혁되어야 하고 나도 변혁되어야 한다. 즉 내 밖의 적과도 싸워야 하고 내 안의 적과도 싸워야 한다. 내 밖의 적과 싸우는 일이 혁명이라면 내 안의 적과 싸우는 일이 바로 영성이다. 20세기 동구사회주의의 실패는 영성의 결핍이 세상의 변혁에 얼마나 결정적인 관련을 갖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주었다. 혁명이 성공해서 전혀 새로운 사회체제를 만든다 해도 사회성원들이 기존의 체제의 가치관을 간직하고 있는 한 혁명은 단지 ‘권력의 교환’으로 귀결하게 된다.   
이명박 씨의 등장은 한국 사회가 영성의 위기를 맞았음을 드러냈다. 이명박 씨를 욕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명박 씨가 외계에서 침략한 무뢰배인 양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명박 씨는 오늘 한국사회의 성원들, 더 큰 평수의 아파트와 더 비싼 자동차와 통장의 잔고를 늘이는 일에 인생을 바치는 성인들과 신형 핸드폰과 유행하는 신발을 사지 못하면 자존심을 구긴다고 믿는 그 아이들의 순정한 반영이다. 한국사회가 그런 사람들이 절대다수가 되면서 그에 가장 걸맞은 인물이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렇게 등장한 이명박 씨는 우리의 영성을 더욱 막장으로 몰아간다. 누구든 이명박 씨를 반대하고 욕하는 것만으로 너무나 쉽게 선인이 되고 정의로울 수 있고 심지어 진보적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씨 덕에 사람들은 영성은 커녕 최소한의 자기성찰조차도 면제받게 되었다. ‘사람은 상품이 아니’라고 외치면서도 스스로를 더 상품화하는 일이, 시장주의 교육에 반대한다면서 제 아이 시장 경쟁력은 알뜰하게 챙기는 일이 더 이상 불편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내가 아무리 허접하게 살아도 2MB보다는 낫지!’
결국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이명박 씨와 싸우면서, 그를 욕하면 욕할수록 그와 더 닮아가고 있다. 이명박 씨가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여유만만한 것도 실은 그래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그 유일한 방법은 물론 영성의 회복이다. 적은 둘이라는 것, 적은 내 밖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도 있다는 것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내 밖의 적과 싸우면서 동시에 내 안의 적과 싸우는 것, 말이다. 그래서 진정한 혁명가는 영성가일 수밖에 없고 진정한 영성가는 혁명가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것 말이다.(한겨레)


gyuhang 
2009/05/13 14:27 2009/05/1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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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gyuhang.net/entry/혁명과-영성

시의적절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퍼왔습니다. 우리가 우리 안의 이명박과 싸우지 않는 한, 대통령이
누구이든 세상의 모습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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