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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1번 찍던 중산층 표심의 이반을 부르다
게시물ID : sisa_7675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6
조회수 : 10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21 16:33:12
결국 일은 이렇게 돌아가는군요. 한국일보의 기사 한 꼭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강수를 꺼냈다. 박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를 지시했다."

박근혜 정권의 위기가 다가오는 것이 분명해지자 최순실의 수사로 방향을 트는 것을 보니, 이들의 위기감은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이렇게 저들의 위기감으로 확산된 배경을 들여다보면 좀 씁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었던,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병폐의 원인과 관련이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최순실 게이트 중 정유라의 이대 부정입학 사건과 학점 편취 사건은 분명히 공분을 부를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정유라의 부정 입학으로 누군가는 그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뺏겼고, 그녀가 부정으로 취득한 학점은 누군가의 학점 평균을 깎아 먹은 것이지요. 그것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겁니다. 

즉, 이 공분의 발단은 기회와 평가의 불평등이라는 것에서 발인됐다는 것입니다. 학벌이 결국 평생을 좌우하는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가 특혜로 입학하고, 특혜의 힘을 입어 높은 학점을 받고 앞등수를 차지한 것, 이게 더 큰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이지요.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아마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의 가정일 겁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학부모들은 지금까지 1번을 찍어왔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지요.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는 이런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켜 버렸고, 이 '중산층의 분노'를 감지한 정권은 최순실을 수사 대상으로 몰아낸 거지요. 우병우가 공분의 대상이 되는 것의 적지 않은 부분은 그가 영향을 끼쳐 아들에게 꽃보직을 받도록 해 줬다는 의혹 때문일 겁니다. 병역과 입시, 한국 사회에서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들이기도 하지요. 대통령을 노리던 이회창의 발목을 잡은 것이 바로 그의 아들 병역비리였지요.

중산층의 분노는 곧 지지층의 이반이 되는 것이지요. 박근혜 정권은 이 점을 이제사 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황급히 불을 끄겠다고 최순실을 수사의 대상으로 내몬거지요. 지금까지 그렇게 봐 줘 놓고,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 등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도 놔뒀었는데 말입니다. 

대학이 학벌을 이뤄 기득권층을 재생산하고 있는 이런 상황. 그나마 좋은 대학을 보내는 것이 이른바 '스펙'을 쌓아 자녀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더 보장할 수 있는 이런 구조에서, 학생들과 부모들이 느끼는 분노는 아마 상상을 초월했을 것 같긴 합니다. 

사실, 이런식의 구조는 바뀌는 것이 맞을 것 같긴 합니다. 한국에서 공부를 잘한다는것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결국 남들보다 조금 더 잘 외우고, 요령을 더 잘 습득한다는 것의 반증 아닐까 합니다. 대한민국의 이른바 '출세한 사람들'이 걷는 길이란 것이 얼마나 정형화되어 있습니까. 좋은 학교를 나와서, 또 그 학교를 나온 사람들끼리 무리를 짓고, 자기들만의 기득권을 형성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의 한국 사회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이 기득권 중심 사회를 공고히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사람이 살만한 세상으로 바꾸려면 이런 구조 자체가 변해야 하겠지요. 그 작업은 정말 거대하고 엄청난 공이 들어가야 할 겁니다. 아무튼, 바로 그 구조 때문에 박근혜 정권을 받쳐주는 토대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긴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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