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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움직인다.
게시물ID : sisa_7842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
조회수 : 1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12 01: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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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움직였었다.

2013년, 당시 내가 고1 이었을 때 나는 광화문에서 처음으로 시위에 참석했다.

당시엔 그것을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움직이는 것에 거리낌을 느끼지도 않았다.

다만 그 때의 그 움직임에는 신념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것이야말로 단순하게 다른 사람에 이끌려 움직였을 뿐이었다.

그 행동엔 아무것도 담지 않고 나갔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신념이 없었고, 단지 그것은 위선이나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시위였다는 사실에

나는 내 자신의 행동에 치를 떨었다.

다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2년.

나는 말로만 비판하고

손가락으로만 움직였다.

세상만 욕했다.

바꿀 생각은 없이.


참. 다시 돌아보자니 

단지 나는 패배주의에 빠졌을 뿐이었다.

어차피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 하나가 움직인다고 해서 의미가 있는가.

한낱 글쟁이에 불과한 내가 움직인다고 해서.

당연히 의미는 없다.

시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바꿀 수 없다.


그리고 2016년.


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세상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신념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꿔야 한다라는 마음을 품고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단지 나의 이 보잘 것 없는 위치나 가족과의 관계에 금이 가는 것이 두려워 졌을 뿐이다.

움직이지 않은 것이 아니다.

움직이는 것이 두려워 진 것이다.

이제는 세상에 대한 신념은 생겼지만

불확실한 미래와, 아직까지도 남은 패배주의와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 나를 붙잡았다.



하지만 나는 오늘 움직인다.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하나의 불꽃의 중요함을.


그것을 깨달은 것은 그 어두운 밤 하늘을 보았을 때였다.

창 밖으로 보인 흐릿한 밤하늘엔 아무것도 없었다.

조금 답답한 마음에 창을 열었을 때 그곳엔 무언가가 있었다.

작은 별들이었다.

그것들은 반짝이고 있었다.

그제서야 하늘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늘은 오히려 빛나고 있었다.


나는 어디에 눈을 돌리고 있었을까.

그 반짝임을 보지 않고 흐릿한 어둠에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우리 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 당시에도 사람들을 믿지 않았다.

단지 냄비처럼 부글거리다 다시 식어버릴 것이라고.

세월호에 대해 지겹다고 말하던 그들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별들이 잊혀지지 않아 발을 뗐다.


그리고 나는 그 곳에 모인 수많은 학생 들의 반짝임을 보았다.


그 날, 나는 다시 움직이게 되었다.


어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밤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기대하게 되었다.


오늘 나는 하나의 별이 된다.

당신도 하나의 별이 될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들 하나의 별이 될 것이다.


나는 어두운 곳에서 반짝이고 싶다.

함께 어두운 곳에서 반짝임을 가지고 싶다.

그것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짝이는 그 순간이 의미없을 리 없다.


나는 그 반짝임을 다시 내 눈에 새기고 싶다.


어두우면서도 반짝이던

그때의 밤하늘 처럼.

어제의 밤하늘 처럼.

그리고 오늘의 밤하늘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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