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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주의/세줄요약)김제동 토크콘서트 감상문 -그들이 약탈한 것-
게시물ID : sisa_7874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내옆에참이슬
추천 : 2
조회수 : 3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14 09: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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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토크콘서트 감상문 
-그들이 약탈한 것-


  지난 12일 민주화 이후 최대의 인원이 집결한 박근혜 퇴진 집회가 열렸습니다. 필자는 광화문 집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유투브로 생방송을 지켜보고 지방에서 열린 소규모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입니다. 그 중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지켜보며 느낀 점을 간략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물론 그 토크콘서트에서는 김제동의 현란한 헌법 강의, 메이플을 할 수 없어서 몹시 화가 나 우주의 기운을 받은 듯한 성대모사를 구현하던 초등학생, 프로포즈를 100만 관중 앞에서 해야만 했던 예비신랑, 비트 위 감정의 분출이란 이런 것이다를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보여준 쏙고 아주머니 같이 무시 못 할 명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관심있게 지켜보였던 점은 약간 다릅니다.

상황 1)
  새로 자유발언의 기회를 얻은 시민이 발언을 하려하는데,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서 분노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결국 쏙고 아주머니가 위로 등장하셔서 속사포 렙을 선보인 뒤,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 인기라. 마이크 주는 것도 짜고 치는 것 같아서... 이것도 국민 속이는거 아닙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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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2)
  쏙고 아주머니 덕분에 발언기회를 미루게 되었던 시민이 발언을 마친 후, 대학생 한 분이 마이크를 잡습니다.
"저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아까 아주머니께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하셔서 정말 그런가 하고 많이 놀랐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돌려서 사회자본(Social Capital)에 대해 짥게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사회자본은 최근 경제학, 정치학 등 사회과학 전반에서 연구되고 있는 학술적 개념입니다. 고전 경제학에서 생산요소를 토지, 노동과 함께 물리적 형태의 자본을 상정하여 현실을 설명하려 할 때 생기는 문제점들에 대한 등장으로 사회적 개념이 등장하였는데요, 그 의미는 대략적으로 물리적 자본과는 구분되는 자본으로서 사회적 관계 속에 배태되어 조정과 협력을 촉진시키는 규범과 네트워크......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사회자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신뢰입니다. 자신만만하게 역사의 종언을 고했던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자유민주주의' 이념 내에서도 그 경쟁력의 차이를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신뢰를 강조하며 펴낸 책의 제목이 <Trust>일 정도입니다. 이때의 신뢰는 개인들 간의 사적 신뢰가 아니라 공동체의 연결망에 배태된 집합적 자산으로서의 신뢰를 이야기합니다. 만약 한 사회에 신뢰가 부족하다면 이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에 있어서 커다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고 사회의 경쟁력을 하락시킵니다.

  쉬운 예로 모르는 지역에 가서 맛집을 찾는 상황을 가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사전조사를 해서 가신 사람들이야 큰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백이면 백 스마트폰으로 [00지역 맛집]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매우 높은 확률로 [00지역 00맛집 000☆★♪]과 같은 제목의 블로그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뒤 몹시 분노하며 세상에 믿고 볼 블로그들은 없다고 한탄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인지 블로그를 믿고 거르는 방식에 대한 방법론이 따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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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블로그들은 믿고 거르자!>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 자체를 신뢰할 수 없어서 올바른 정보를 찾는 방법이 개발되고, 그에 따라 정보를 거르는 작업을 거쳐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 자체가 신뢰의 결핍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 외에도 신뢰 부족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예는 많습니다. 수산물시장에서 불러주는 가격을 신뢰하지 못해서 반드시 가격을 깎고 흥정을 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거나, 게임에서 팀원의 트롤링을 우려하여 적보다 팀원을 주시해야만 하는 상황같이 말이죠.


  위에서 소개한 상황 1과 2는 현재 우리나라가 가진 사회적 신뢰라는 자본이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선행 연구자들의 연구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사회적 자본 수준이 낮은 형태의 사회다'라는 결론이 이미 내려져 있었습니다. 가장 신뢰받는 국가 기관이 우체국인 순간 더이상의 논의는 불필요한 상황인거죠. 하지만 위 상황은 '시민들이 서로 가진 힘과 연대를 신뢰하여 공통적으로 원하는 바를 공동행동으로 쟁취하고 하나된 위력을 선보이기 위한 집회'의 한 가운데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저에게는 몹시 충격적이었습니다. 

  연대 속의 불신,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 이면에 명백하게 또아리고 있는 분열, 그리고 그것이 초래할 지도 모를 섬뜩한 결말들...이 모두가 사회적 자본의 결핍이 우리에게 강요할지도 모르는 사회적 비용일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정권을 비판할 때면 주로 "그들은 예산과 세금을 사적인 목적으로 유용했다.", "권력을 남용하고 인사의 공정성을 훼손했다."와 같은 언어들을 사용합니다. 물리적이거나 가시적인 자원들의 약탈은 쉽게 포착되고 시민들은 이에 거세게 저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강탈해 간것이 비단 그런 물질적 자원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의 사회 속에 배태되어 공동체의 원활한 소통과 연대를 촉진시켜야 할 역할을 맡는 신뢰까지도 깡그리 약탈해 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끼친 해악은 가시적이지 않는 부분까지 미쳐있고, 이는 또다시 시민들에게 숙제로서 남아있게 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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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줍는 마스크 소녀>

  그래도 아직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여지는 많습니다. 신뢰가 눈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의 눈 밖에서 언제 어디서든 그 가능성의 씨앗을 싹 틔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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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불빛 하나에 우리의 희망을, 저 불빛 하나에 우리의 연대를, 저 불빛 하나에 우리의 신뢰를>



세줄요약
1. 연대와 화합의 장인 지난 집회에서도 분명히 도사리고 있는 불신을 느낄 수 있었다. 
2. 부패한 정권은 물질 자원 뿐만 아니라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 역시 약탈했음을 알 수 있다.
3. 어? 2줄로 요약이 되잖아?


출처 쏙고 아주머니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61113.99002100539

쓰레기줍는 마스크 소녀
http://www.insight.co.kr/newsRead.php?ArtNo=82563

광화문 바탕화면
http://mlbpark.donga.com/mlbpark/b.php?m=user&p=1&b=bullpen2&id=6456274&select=title&query=&user=psy012&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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