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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 그리고 시스템의 정치
게시물ID : sisa_8446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1
조회수 : 2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06 12:44:55
시애틀 연방법원 제임스 로바트 판사의 트럼프 반이민법 제동 명령이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미국에 대해 희망을 버렸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이 땅에 삼권분립의 정신이 어떤 것인지가 이렇게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라고 하는 삼권 분립. 사실은 인간의 저열함을 간파하고 입법, 사법, 행정부가 서로를 견제함으로서 힘의 균형을 이루고자 했었던 제도이고, 어쩌면 인간을 '믿지 못했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장치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제도를 배워간 나라들에서 정작 이 삼권분립의 정신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입법부의 권위가 지금처럼 나름 확고하게 선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승만 시절부터 국회는 입법부가 아닌, '통법부'라는 이름으로 조롱당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요. 행정부, 더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이 말하면 그 법을 곧 통과시켰기 때문에 이런 별명을 얻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근혜 시대의 새누리당, 즉 앞으로 당명이 뭐라고 바뀔지 모르는 그 당은 통법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이야기했듯, 삼권분립의 정신은 견제의 정신입니다. 권력은 곧 총칼을 쥐는 힘이고, 그것을 이용해서 반대자를 짓누르고 탄압하는 것은 현대 정치가 자리잡기 전까지 권력자들에겐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인간의 어두운 역사를 넘어서서 인간에게 주어진 존귀함을 지키며 정치행위를 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20세기 후반부에 생겨나면서 정치에서 폭력은 조금씩 배제됐습니다. 물론 그것은 외부로는 전쟁으로, 내부로는 흑인 등 비백인들에게로 방향을 바꾼 정도였습니다만, 미국은 어쨌든 그 정치적 변화로 인해 그들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비백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재선까지 하는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당선은 그런 식으로 이뤄져 온 진보적 변화를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을 내재적으로 안고 있었습니다. 그가 내세웠던 구호를 그저 선거용 프로파간다 정도로만 알았던 사람들은 기존 정치인들에겐 기대하지 못할 신선함 같은 것을 기대하며 찍어 주었지만, 그가 '구호'를 '현실'로 만들자 지지를 빠르게 철회했습니다. 그리고 정치는 자기들의 시스템을 살려 독주하는 행정부를 견제하기에 이르른 것입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지금껏 이뤄 온 인권의 진화를 거꾸로 돌리려는 것이나 다름없는 반동이었고,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이를 제자리로 돌리길 원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시스템만 제대로 살린다고 해도, 잘못된 독재자가 자기의 권한 바깥의 재량권을 남용하며 헌정을 유린할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이 약한 나라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도 박근혜 탄핵의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시스템을 보다 명확하고 분명하게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을 악용하거나 시스템에 의한 정치를 무시하려는 권력자가 다시는 나와선 안 됩니다. 지금도 국민의 뜻에 반해 청와대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버티는 박근혜는 정착되지 못한 시스템의 상징 같은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왕에 삼권분립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제도를 운용하려면 똑바로 합시다. 말로만 떠들었던 그 적폐해소가 어떤 식으로 되어 왔는지, 우리는 이번에 확실히 봤습니다. 그것은 촛불의 힘이었습니다. 자발적인 국민의 정치참여가 바로 시스템을 세우고, 적폐를 해소하는 힘이었던 겁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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