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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던 광화문 데이트!
게시물ID : sisa_8548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름다운비행
추천 : 22
조회수 : 126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2/26 04: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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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슛!

부부입니다;;

 

두 주간 못나갔더니 몸이 근질거리기도 하고, 집주인께서 오늘만큼은 꼭 광화문에 가야겠다 하셔서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롯데호텔 본점에 무료 주차가 가능하신 옆집 부부님들 꼬셔서 4시경 광화문으로 출발! (@@/)

 

파킹하고 나와서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귀를 찢는 노성들!

진짜 듣기 싫은 목소리로 악을 쓰고 있더군요.

 

태극기 물결을 가로질러 갈 수 밖에 없어서, “아 진짜 시끄럽네! 데모할 때 소음규제 있지 않나?” 라고 막 큰 소리 내며 눈알 부라리고 걷는데

와이프가 자꾸 그러면 집에 간다고 째려보심; 같이 간 일행들도 불상사를 원치 않는 눈치고 와이프도 너무 싫어해서 입 다물고...

 

밤이 아닌 낮에 그들 속을 걸으며 이렇게 가까이서 접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딱 봐도 끌려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 티를 못 감추는 거죠.

연세들이 많은 탓인지...

 

광화문 가는 길 구석이란 구석에는 다 어김없이 태극기를 허리춤에 꽂은 연로한 사람들이 숨어있습니다. 담배도 피우고, 커피도 마시며 지친 표정으로

멍 하니들 있는데, 대부분 혼자였어요. 같은 태극기를 든 곁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 없이 그냥 시간을 때우려는 눈빛.

한번이라도 민방위 훈련 가본 적 있는 분들은 바로 알 수 있는 그 눈빛이에요.

광화문 광장에 도착해서 느꼈던 생동감과 너무나 비교되는 모습들 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찰 차벽으로 무지 좁은 골목길에서는 마주 오던 젊은 박사모들을 만났습니다.

세 명의 어린 젊은이들이 초록색의 새마을 운동모자를 쓰고 옆구리에는 태극기 꽂을 깃대를 잔뜩 안고 스치며 지나갔는데, 나도 모르게 인상 팍 

찡그리며 막 노려봤어요. 눈빛을 피하고 모자를 눌러쓰고 얼굴도 벌개진 꼴이 자기들도 창피한 것 같았습니다. 확고한 신념으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표정들... 그때쯤에는 시비 걸고 싶은 마음도 다 사라지고 그들이 그냥 불쌍했어요.

 

..또 생각 나는게, 박사모 사이에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약간 장애 있는 분들? ...그 다운증후군 같은.... 그런 분들이 꽤 많이 

있었어요. 태극기들고 고개는 옆으로 돌리고 천천히 걸어 다니고 있었는데... 제발 돈 때문이나 억지동원으로 끌려나온 경우가 아니었음 좋겠습니다

오유와서 보니 크고 작은 충돌도 있었고, 유모차 부대도 나왔다고 하던데 저희는 못 봤구요. 아마도 그들 중에 문제 일으키는 부류가 따로 있는 듯 

했어요. 주로 여자분들, 아이들, 기자들한테 시비 거는 편이고, 저처럼 안착한 인상의 성인남자들은 거르고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세종대왕 동상 근처에서 울 동네 분들 다 만나고 ㅋㅋㅋㅋ

도착하자마자 자리 깔아주시고, 핫팩이랑 커피 주시고, 사진 찍고 함께 구호 외치고... 포근하던 날씨도 점점 추워졌지만 서너 시간이 그냥 후딱 

지나가 버리더군요.

 

앉았던 자리 바로 옆에는 손가혁 모임이었는데요.

저희 일행들이 추가로 오면서 바닥에 까는 우레탄 깔판 있잖아요? 그게 모자랐는데, 손가혁 분들이 선 듯 주시더군요. 감사히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연세들이 있어 보였고, 족발에 막걸리도 드시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어요. 마술쇼 시작할 때 쯤 청와대 행진한다며 단체로 

이동하시더군요. 사방에 민주당 깃발이 펄럭이는 가운데에 섬처럼 계셨었는데, 뭔가 분위기는 달랐지만 눈살 찌푸릴 일은 없었습니다

오유와서 광주 손가혁 글 보고는 욕이 절로 나왔지만...

 

집사람 체력이 방전 되서 8시 되기 전에 일어났습니다.

종로통으로 들어서니 버스들 잔뜩 서있고 박사모들이 귀향할 채비 중이더군요.

그때쯤에는 지치다 못해 버스의자에 누워 입 벌리고 자는 사람도 많이 보이고...

집사람이 그러더군요. 군복입어서 더 불쌍해 보인다고... 전쟁 통에 억지로 끌려나온 소년병과도 같은 노년병들... 

병신같은ㄴㄴ 때문에 이게 뭔 짓거리인지....

 

박사모 할아버지 한분이 공사장 한 켠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고, 경찰들 너 댓명이 둘러싸듯이 서 있었는데, 아마도 술에 

많이 취해서 그런 듯싶었습니다.

저 모습을 가족들이 본다면 어떨지.... 그냥 애잔했습니다.

 

글로 써보니 즐거운 데이트와는 거리가 멀어지네요 ㅋㅋㅋㅋ;

저녁은 소고기 보신탕 먹고, 집 앞 스벅에서 달달한 차도 마시고 잘 들어왔습니다.

담주 31일에도 나가자고 하시네요. 오늘 참가하지 못하신 분들도 많이 나오셨음 좋겠습니다. 저희는 작년 1차 때부터 두 번 빼고 다 나왔는데

올 때 마다 느낌이 달라서 질리지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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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반쯤 도착했을 때 전경입니다.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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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당! 에서 열심히 홍보하시던 분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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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


KakaoTalk_20170225_225242569.jpg
도착 한지 한 시간도 안되었는데 이리도 많은 분들이 모였습니다!


KakaoTalk_20170225_225237844.jpg
마무리는 역시 촛불로...^^



출처 2017-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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