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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부활은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게시물ID : sisa_8948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3
조회수 : 2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16 14:41:30
아마 한국에서는 '기억식'이라는 이름으로 적지 않은 행사를 치렀고, 또 다른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시애틀에서도 그 기억을 같이 하려고 합니다. 여기 시간으로는 내일(일요일) 오후 세 시에 시애틀 드림교회라는 곳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려 합니다. 

참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 3주년 그 날이, 올해 부활절과 함께 맞물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세월호에서 사라져버린 그 수많은 '미래'들, 채 다 쓰여지지 못한 이야기들. 이런 것들이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우리는 그걸 바라고 함께 모이고, 다시 애틋한 마음으로 그 날을 돌아보려 하는 거겠지요. 

그 마음을 내일 함께 모으기 전에, 다시 돌아보면 세월호는 정말 많은 의미를 가지고 온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악의를 그대로 드러내보인 사건이기도 했고, 이들이 국가의 안전이 아니라 정권의 안보를 위해서만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보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세월호는 많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온라인으로 만나 인연을 맺은 수많은 친구들은 사실 세월호 사건 때문에 터진 분노와 아픔을 함께 나누려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고, 함께 이 먼 땅에서 촛불을 함께 들었었습니다. 

세월호는 아픔이고 고통이었지만, 이렇게 구심점이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때문에 지금의 정치 현실을 새로 보게 된 이들도 많았습니다. 제 페친이자 블로그 친구인 캐나다 토론토의 켈리 님 같은 경우, 정치 현실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세월호 때문에 사회 현실에 눈을 뜨게 됐고, 지금 누구보다도 가장 열심히 행동하는 활동가가 되어 있습니다. 

박근혜가 침몰하게 된 동기의 가장 첫 부분은 세월호의 침몰이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가 침몰하자 세월호는 다시 물 바깥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박근혜 정권이 사라지고 난 세상에서 세월호를 다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그리고 그들을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던 우리들에게도, 세월호 수습 과정은 아프고 지난했습니다. 세월호 문제는 우리 사회 안에 퍼져 있는 비뚤어진 시각들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단식 농성중이던 그 아픈 사람들 앞에서 폭식 투쟁이라며 음식을 시켜 먹으며 세월호 가족을 능멸하던 그들, 아마 마음 속에서 그들을 용서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 3주년을 맞는 부활절의 전날, 시애틀은 참 오랜만에 활짝 개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을 걷던 우체부는 찬란한 4월의 햇살 아래 활짝 피어난 꽃들과, 그들이 만들어주는 꽃그늘 아래를 걸으면서 가끔씩 눈가를 훔칩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천 개의 바람, 그 곡조가 내 눈을 아리게, 그리고 시야를 흐릿하게 만듭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기억의 힘으로 세월호에서 사라져간 이들이 진정으로 부활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부활의 기적이 앞으로 안전하고 사람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시애틀에서...

세월호행사.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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