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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을 떠나며 남긴 마지막 인사
게시물ID : sisa_9000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남군입니다
추천 : 39
조회수 : 2649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7/04/20 05:32:14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노무현과 정몽준의 후단협 사태 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노빠'의 길로 들어선 첫 사건이었죠.
아마 개혁당 시절은 단순한 지지 정도였던 것 같아요.
정치가 무엇인지 크게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고요.

90초반 학번 형들이 그렇게 꼬셔댔음에도 꽃병 한 번 들지 않았던 저였으니까 당연한 일이겠죠.
그 형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 부르며 함께 나아가자 할 때도 안 갔어요. 
가혹한 가정사 추스리기도 바빴고 좋아하는 일 하기도 바빴으니까요.

결국 형들은 저를 '미제의 쓰레기 문화'에 빠져 사는 인간 쓰레기로 매도 했지만
뭐 어때요. 그들에게 비난 받는 것따위 그냥 무시하면 되는 거죠.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형들은 소위 NL이라는 운동권 그룹이라 하더군요. 
이 이야기를 해주며 저를 위로해 준 것은 스스로를 PD라고 부르는 형들이었구요.

뭐 이해라도 해 주는게 고마워서 PD형들을 위해 노래를 해주고 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안 용어지만 '문선'이라더라구요.

그렇게 그들의 세계를 잠깐 엿보긴 했지만 뭐 별로 관심은 없었습니다.
저에게 대학시절의 정치란 뭐 그저그런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그냥 놀멘놀멘 대학시절을 보내다가 
군대를 다녀와서 노무현의 당선을 맞이했고 이후 그의 탄핵도 맞이합니다.
그리고 노무현의 호위무사로 불리던 유시민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개혁당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의 팬카페인 시민광장에는 유령회원으로 존재하기도 했었네요.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인 노무현을 지켜주는 유시민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게 다 노무현 탓'이었던 시절을 쓴웃음으로 지내고 
퇴임 후 그의 죽음을 맞이하며
길 한 복판에 엎드려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댓글 한 줄이었을 망정 유시민을 채근했던 것 같아요.

'이제 당신이 나아가라' '나의 대통령을 죽인 자들에게 복수해 다오. 내 힘을 보태겠다.'

마치 중2병 같지만 제 정치생활의 원동력은 '분노나 복수심' 같은,
어쩌면 다른 이가 보기엔 매우 유치하고 작은 가치인 듯 여겨지는 이런 감성적인 것들로 부터 출발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감성적 이유로 참여당 생활을 시작했었네요.

그리고 저의 참여당은 NL과 PD라 불리는 이정희와 심상정, 노회찬을 만나 통합진보당을 이루게 되었고
그 안에서 저는 대학 때도 안 불렀던 '님을 위한 행진곡'을 주먹을 쥐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대학때 그 NL, PD 형들은 뭐하고 있으려나 생각도 났지요.

뭐 그 이후 머리채 잡혀가며 싸우기도 한 적도 있지만
동네 사람들을 당으로 끌어들이고 가족과 친구들을 당원으로 만들어가며
현수막도 달고 집회도 나가고 선거운동도 하며 참 즐겁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그럭저럭 공부도 일단락 짓고 새 일을 시작하며 잠깐 뜸한 사이
메갈리아와 과격한 페미니즘이 당을 뒤덮는 사건을 겪으며 손을 좀 놓은 것 같아요. 

제가 알아왔던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라는 상식적인 명제가 좀 부정을 당한 것 같아서
정의당의 평등을 추구하는 당이라면 당대표이신 분에게 그 명제 한 번만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안 들어주더라구요.

그래도 내 정치적 욕망의 투사체인 유시민이, 평당원일지언정 아직 당에 남아 있었고 창당부터 함께해온 당을 떠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많은 사람에게 다가서는 당'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마음속에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이제는 그만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네요.
노무현이라는 인간에 대한 마음으로 시작한 개인의 정치 활동이 정의당까지 오게 만들었지만
정의당과이 인연은 여기서 일단락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난생 처음 타인의 호칭을 '동지'로 부르게 해줬던 여러분,
저는 이제 탈당계와 함께 다시 보통사람의 언어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행복 가득한 날 되십시오.

- 정의당 성남시 지역위원회 유령당원 남군 올림 -
출처 http://www.justice21.org/89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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