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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전쟁은 나지 않을거야."
게시물ID : sisa_9014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4
조회수 : 5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21 07:58:48

아침에 일 한참 바쁜데 전화가 울립니다. 뭐야? 화면을 흘끗 보는데 한국에 있는 친구입니다. 지금 이 시간이면 한국은 자정이 넘었읉텐데? 술 마셨나? 전화를 받습니다. 역시, 이녀석, 술에 얻어맞은 목소리가 전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옵니다. 

"야, 형님이다.(쥐랄을 하라면)"
"어쩐 일이냐? 목소리 들으니 한잔 거하게 했구먼. 넌 어째 술 마셔야 전화를 하냐?"
그런데 그 녀석이 평소엔 잘 안 하던 이야길 갑자기 꺼냅니다. 
"야, 트럼프 좀 말려! 이 새퀴 한국은 중국 땅이라고 하고, 전쟁 나는 거 아냐? (야, 내가 트럼프를 말리고 말고가 있냐...? 아니, 촛불시위라도 하긴 해야 할 듯 하다만...) "

그런데, 이 녀석의 이야기엔 진심 같은 게 묻어 있었습니다. 일종의 막연한 두려움이랄까. 사실 한국에서 가장 전쟁의 위기가 가까웠던 것은 1994년 영변 핵위기였습니다. 당시 전쟁의 위기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클린턴 정부가 이른바 '서지컬 스트라이크'를 흘리며 분위기를 띄웠고, 한국 내 미국 외교관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당시 이곳에서 동포사회의 단체들은 한국에서 전쟁은 안 된다는 광고를 뉴욕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에 전면광고로 내기 위해 모금을 했고, 미국 내 양심적인 지식인들의 호응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엔 이미 시애틀 타임즈에는 미국의 칼 빈슨 항모전단이 한반도 근처엔 가지도 않았다는 뉴스가 1면 톱으로 나왔을 때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시진핑과 나눴던 대화도 흘려 놓은 상태. 사드 배치 여부는 한국의 차기 정부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말이 펜스의 보좌관으로부터 흘러 나왔고, 타임지는 "유력한 문재인 후보가 세계를 핵전쟁의 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으로 내 보냈습니다. 

"걱정 마."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전쟁은 나지 않는다고, 저는 친구녀석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선 전쟁의 가장 큰 징조로는 한국 내 거주하는 미국 시민들이 갑자기 빠져 나오는 것, 그리고 미국 기업들이 황급히 철수해 그것이 곧장 주가 지표로 나타나게 돼 있다고 저는 녀석에게 말했습니다. 이미 사드 문제를 통해 바라볼 때, 미국과 중국은 '우리가 모르는' 모종의 이야기를 나눴고, 그것은 생각보다 잘 풀렸습니다.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철회 발언은 트럼프와 시진핑의 대화가 잘 됐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불안감을 가진 친구가 내게 전화를 해 올 정도로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는 것은, 한국 내에서 지금의 불안감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세력들이 있다는 것을 뜻하는 거겠지요. 어떻게든 지금 얼마 남지 않은 대선 기간 동안에도 북한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갖고 장사하려는 세력, 그런 안보 관련 이슈가 드러나야만 이익을 보는 세력들이 있다는 겁니다. 물론 과거보다 이런 것들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 보이긴 합니다. 조선일보의 영화 '더 플랜'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도, 안보 핑계를 매개삼아 권력 장악에 성공해 온 세력들의 초조함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압도적인 승리, 그것이 지금 변화를 바라는 세력들에게 필요합니다. 이것을 바탕삼아 냉전 구조를 통해 공포를 먹이삼아 살아가는 세력들을 싹 치워버릴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으로 지금까지 사기를 치며 자기들의 생존의 빌미를 만들어 온 세력들이 다시는 현실정치판에서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해 줘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고, 이것을 바탕으로 통일의 발판을 만들어 낼 정치세력의 승리.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 언제 가서 얼굴 보면서 얘기하자." 이미 술은 확 깨 버린 것 같은 친구녀석에게 말했습니다. 정권교체 되면 우리나라에 가 봐야지요. 친구들 얼굴도 한번 보고. 26년간 우리나라에 못 가봤으니. 아, 전쟁 안 날 겁니다. 절대로.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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