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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의 힘을 빌어 부활한 라디오, 그리고 정치에의 관심
게시물ID : sisa_9091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0
조회수 : 2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26 07:45:25
아내가 일 가고 나서 후다닥 집안을 정리합니다. 그녀가 일 가기 전에 얼른 물을 끓이고 커피를 갈아 프렌치프레스에 붓고 따르고, 그녀의 머그에 괜찮은 까페오레를 만들어 담아 드리고, 오늘 할 일을 정리해 봅니다. 

뒷마당에 풀이 잔뜩 났습니다. 앞마당은 어쩔 수 없이 잔디밭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집을 처음에 산 것은 뒷마당에 자갈이 깔려 있어서였습니다. 뒷마당에서까지 잔디를 깎고 싶진 않았는데, 그 자갈들 사이로 잡풀들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제 게으름은 그런데서 드러나 버립니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인다면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내 휴일의 여유가 풀 뽑고 고칠 거 고치다보면 금방 사라져 버립니다. 

우체부의 휴일은 그래도 여유롭습니다. 아마 아직 제가 충분히 철들지 않았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할 것이고. 들여다봐야 할 기사들이 참 많군요. 청소를 하면서 팟캐스트 하나를 걸어 놓습니다. 이렇게저렇게 청소하면서 낄낄거리며 혹은 심각하게 귀를 기울입니다. 세상 참 편해졌습니다. 대세는 결정된 것 같은데. 그러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 팟캐스트들은 또 어떻게 될까. 

인터넷 언론의 첫 장을 열었던 '딴지일보'가 거의 몰락의 수준으로 갔던 것은 노무현 정권 시절이었습니다. 그냥 재미로 소비되던 그들이 제대로 언론으로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스마트폰의 신기술이 결합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라디오의 부활을 보게 됐습니다. 공전의 히트를 치며 전혀 새로운 언론 환경을 열어제친 '나는 꼼수다'는 죽어가던 라디오란 플랫폼을 다시 살렸습니다. 

팟캐스트 없는 세상은 생각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제가 거의 온종일 걸어다니는 일을 하는 환경도 이런저런 팟캐스트들을 꾸준하게 청취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이어폰은 제 귀를 떠날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쉬는 날이 되어야 음악이라도 따로 듣지,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시간마저도 팟캐스트를 달고 사는지라, 제대로 된 음악감상을 해 본지 오래 된 듯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정치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커다란 선거를 앞두고 있는 때엔 이 팟캐스트에 대한 청취욕망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지요. 

이번 대통령선거가 정권교체의 결과로 마무리되고 새로운 세상을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면 아마 팟캐스트의 청취율은 떨어질겁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정치 섹션을 중심으로 높은 순위가 찍히던 팟캐스트 시장에 미묘하거나 혹은 확실한 변화가 찾아오겠지요. 세상이 편안해지고 다양한 욕구들이 발현될 수 있는 그런 언론 환경으로서의 팟캐스트의 변화는 좋은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지금 우리가 갖는 정치에의 관심이 계속해서 오랫동안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아울러 듭니다. 우리가 관심 갖고 참여하고 촛불 한 개 다른 이들과 함께 들 때, 세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우리 모두가 함께 체험했던 까닭입니다. 

아무래도 언론을 전공하고, 기자로서 10년 남짓 활동했던 이력 때문인지, 이런 언론환경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 듯 합니다. 이번 선거는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종이매체, 그리고 KBS, SBS, MBC 같은 매스 브로드캐스팅의 위력이 사실은 그 어느때보다도 떨어졌던 선거로 기억될 겁니다. 팟캐스트와 종편 같은 변형 매체들이 정치 지형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렇게 수렴된 민심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선거입니다. 이 선거에까지 이르른 과정도 그랬고. 

이 때문에 팟캐스트와 지상파의 콜라보를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제일 대표적인 예라면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이 '뉴스공장'을 통해 교통방송을 청취율 1위로 끌어올린 것이겠지요. 텔레비젼에 눌려 다 죽은 매체로만 인식된 적도 있었던 라디오가 자동차 수신기를 통해, 그리고 팟캐스트를 통해 다시 가장 영향력있는 매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도 저에겐 큰 관심거리입니다. 

어쨌든,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을지는 몰라도(이런 제목을 가진 오래된 노래가 있었지요), 그들의 부활을 이렇게 목격합니다. 그리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몰렸음도 봅니다. 둘 다 오래오래 갔으면 합니다. 이 이상하게 부활한 라디오, 팟캐스트의 생명도, 그리고 정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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