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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언론 사태에 대한 우려
게시물ID : sisa_9380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uvsic
추천 : 1/7
조회수 : 725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7/05/16 16:30:51
큰일났네요. 진보 언론 중에서 <한겨레>를 그나마 신뢰하고 구독해 온 터인데,
독자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타격이 크리라 생각됩니다.
구독료로는 언론사 운영을 못하게 된 지 오래되었으나 결국 독자가 등을 돌리면 언론으로서 의미가 없으니 말입니다.
 
바라건대는 해당 기자의 기사 정정과 사과 및 한겨레 측의 공식 사과문을 빨리 내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사태에서 제가 걱정되는 건 딱 두 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것이온데,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진보의 분열을 틈타 들어올 보수 세력의 분탕질입니다.
둘째는, <한겨레>에 견줄 만한 진보 언론이 현재 없다는 것입니다.
 
<한겨레>가 없으면 다른 진보 언론으로는 보수 세력 견제가 안 됩니다. 상상만 해도 몸서리나네요.
일간지를 내는 진보 언론이 몇 안 되거니와,
<한겨레>는 오피니언이나 기획기사의 수준이 국내 언론 중 아주 높습니다.
실례로 금요일마다 오는 '책과 생각'만 보아도 알 터입니다. (요즘엔 경향 애정하며 열독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저는 부족하지만 한마디 하겠습니다.
<한겨레>를 빠는 게 아닙니다.
 
책 한 권을 출판할 때, 저자는 그 자신의 철학을 담아 원고를 씁니다. 
출판사의 편집자는 그 원고의 흐름이 하나의 메시지로 관통되어 독자에게 잘 전달되도록 공들입니다.
이때, 그 책의 내용은 어느 정도 출판사의 철학과 사상과 합치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러나 출판사에서 내는 책마다 출판사의 철학과 책의 내용이 100% 일치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출판사의 철학과 사상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그 출판사에서 출판한 모든 책을 퍼즐처럼 맞추어 그려진 큰 그림을 두고 판단해야 하는 겁니다.
 
역시 한 언론사의 철학과 신념은 신문 한 부 전체와 그 신문들의 역사를 통틀어서 생성되는 것이지,
일개 기자 및 일개 기사로 판단할 만한 게 아닙니다.
 
<한겨레>의 필진은 기자나 논설위원 등 언론사 내부인만으로 구성되는 게 아닙니다. 이는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는 모든 언론사가 그러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뜻을 같이한 사람을 필자로 섭외하겠으나,
<한겨레>는 진보적 성향의 학자, 시민사회활동가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실리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지면을 제공한들 필자들이 <한겨레>의 의도나 입맛에 맞는 글만 쓰는 것도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한겨레>는 내부인들이 목소리를 내는 통로이자, 다양한 진보 학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한 겁니다.
<한겨레>를 쭉 구독해 온 저는 큰 그림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노무현 및 문재인을 지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대선 전 일입니다.)
그런데 이곳 오유에서는 전혀 다른 쪽으로 해석되고 있더라고요.
 
결론적으로는, 잘못한 기자의 사과와 잘못된 기사의 정정 및 한겨레 측의 사과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편이 좋겠다고 보입니다.
이런식으로 언론사에게 압력을 가하는 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도 좋지 못한 일입니다.
다양한 성향의 언론사는 때로 그 '존재'만으로 국민에게 힘이 되는 겁니다.
지금 뒤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누구이겠는가를.
진보 내부에 부산한 소동이 일어나는 사이, 반대 세력들의 틈타기는 아주 쉬운 일이겠죠.
진보 언론이란 (제 성향과 같으시다면) 때론 내 뜻에 100% 부합하지 않더라도 놓지 말아야 하는 카드나 다름없습니다.
 
최순실이라는 이름 석자는 <한겨레> 기사를 통해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최순실이라는 여자의 존재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었을까요?
촛불혁명은 국민이 이루었지만 그 발화는 우리 내부의 온기만으로 이루어진 것일까요?
 
물론, 언론의 잘못을 방관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역사를 크게 왜곡하거나, 아주 편협한 시각을 가진 매체가 아니라면, 폐간을 말할 만큼 언론사를 압박하는 일은
결국 국민에게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중앙일보>가 내 의견가 맞지 않는다고, 모두 버릴 정보만 있는 게 아닙니다.
때론 진보언론에서도 알 수 없는 정보가 실리기도 합니다. 그것은, 그들이 의도하지 않은 정보임에도 독자들에게 읽히는 맥락이기도 한 것입니다.
<중앙일보> 싫다고 안 보면 그만일까요? 나와 다른 목소리를 알아야, 혹은 다른 목소리가 있음을 알아야, 내 목소리를 내고 대응할 수 있는 겁니다.
 
각 언론사들의 서로를 향한 견제는 사회 내에서 묘한 균형을 가져 옵니다.
그러기에 이번 새 정권 때야말로 모든 성향의 언론을 두루 살피며 그 저변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신뢰도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언론이어야겠지요.
 
분명, 언론은 개혁되어야 합니다. 그와 함께 거대자본과 정치권력과의 삼각 구도도 분명 깨져야 합니다.
이는 <한겨레>뿐만이 아닌, 모든 언론, 때에 따라서는 정치를 주제로 하는 가벼운 토크 수준의 방송까지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당근과 채찍으로 언론을 대하되,
부디 그들의 존폐를 이야기하시지는 말라는 차원에서 글을 썼습니다.(존폐까지 이야기하지 않으셨다면 죄송합니다.)
마음에 드는 말을 고르기는커녕, 탈 말이 없어서 걸어야 하는 사태는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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