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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저기서 마음대로 사용하는 협치라는 단어에 대해서
게시물ID : sisa_9566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내옆에참이슬
추천 : 2
조회수 : 3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6/15 14:56:30

1. 협치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일단 학술적으로 등장하는 협치라는 단어가 존재하긴 합니다. 정치와 행정학 등지에서 사용하는 governance라는 단어를 협치라고 해석하여 설명하는 학자들이 존재하거 든요. 

근데 이 거버넌스는 통치라고 해석되는 government와 대치되는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제1섹터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형성하는 대신에 시장, 민간 부문과 함께 협의하고 소통하여 정책을 결정하는게 좋다는 규범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거버넌스에 대응되는 적절한 단어가 국내에는 없어서 협치라는 번역을 임의로 덧붙인 것이지, 외국의 학술적 용어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이게 일반론적으로 정의된 단어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2. 그렇다면 자주 사용되는 협치라는 단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위에서 말씀드렸다 싶이 사전적으로 정의된 단어가 아니기에 각자가 자기 진영과 논리에 맞게 차용해서 쓰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한마디로 이현령비현령인 것이지요. 

문통령이 후보 시절 협치를 하겠다고 공약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 구체적인 함의를 엿볼 수 있는 것은 이번 인수위를 대신하고 있는 국정자문위의 활동입니다. 국정자문위은 여러 대선 후보들이 내세웠던 공약들에서 공통점을 지닌 정책 50개를 도출해 이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문재인이 이야기한 협치는 정파 관계없이 공통적 관심사를 가진 현안을 우선하여 산적한 국정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라고 해석됩니다. 

협치라는 단어를 근래들어 가장 자주 사용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경우 정말 그 뜻을 혼란스럽게 사용하고 있는데요. 지난 청문회에서 '협치를 하자면 자리 하나 정도는 줘야지.'라고 했던 발언에서 그 뜻을 추론해 볼 수 있겠습니다. 대충 인사권 같은 핵심 권력을 공유하자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들이 의원내각제 개헌을 몹시 바란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이런 추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습니다. 

국민의 당 같은 경우에도 비슷합니다. 정동영 의원이 "형식적으로 양해만 구하지 말고, 국민의 당 인사 추천을 받거나 하는 식의 실질적 구애를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죠. 

그외 미만잡 정당은 넘어가겠습니다. 

가장 혼란스럽게 단어를 사용하는 곳은 언론인데요. 이렇게 여당과 야당이 자기 뜻대로 사용하는 '협치'를 그대로 직접 인용하는 케이스는 그나마 낫습니다. 그대로 좇아서 해석하면 되거든요. 하지만 정부를 압박하고나 비난하기 위한 용도로 협치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발견됩니다. 이를 본인들이 용어를 정리해서 표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아마 본인들의 목적이 따로 있으니 일부러 혼란을 방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3. 야당이 사용하는 협치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저들이 사용하는 협치의 핵심 내용이 권력의 지분가르기라는 점을 고려해보다면요....음....모옵시 상당한 개소리다라고 평가해봐야 겠습니다. 

일단 우리 헌법은 대통령 중심제를 천명하였고, 각 권력이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비교적 엄격하게 구분해 놓았습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선심을 갖고 공유할 수는 있을 수 있으나, 이를 내놓으라고 패악질들 벌이는 것은 헌정 파괴의 위험을 갖고 있습니다. 

좀 쉽게 비유해보자면 이렇습니다. 

평소에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아마 이 사람이 말한 사이좋음은 폭설이 내리면 같이 골목에 쌓인 눈을 치우자거나, 옆집에 담이 허물어지면 이를 같이 고쳐준다거나를 의미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옆집 사람이 대뜸 이 사람의 집에 들어오더니 냉장고를 열고 내일 먹으려고 남겨둔 치느님을 꺼내 먹습니다. 이에 놀란 집주인이 무슨 짓이냐고 만류하자, "니가 사이좋게 지내자며?"라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자기들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협치라는 단어를 이용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좀 혼란스럽긴 하겠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자유가 있다고 엄연히 국민이 선출한 정당한 대통령의 권한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 도출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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