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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희망, 박주민 의원
게시물ID : sisa_9613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뚱뚱한바다
추천 : 2
조회수 : 7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6/26 11: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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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박주민 의원 이야기, #별종의기원 을 읽고

1. 글렌 굴드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듣고 있다.

2. 박주민 의원은 이미 우리에게 수많은 눈물과 감동을 준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일지, 이면 좋겠는지를 알아보는 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큰 기대 없이 책을 봤다. 아무튼 주문한 책이 오늘 왔기에 펼쳐 봤다. 책값이 싸더라. 일금 12,000원, 인터넷 서점은 당연하고, 서울 '선경서점'과 충주 '책이 있는 글터'에서 사도 10% 할인은 해줄 것이다. 우일문은 출판사를 연 뒤로 지금까지 재생지만 쓴다. 책은 가볍고 판형도 손에 쏙 들어온다.

3. 이 책은 박주민 의원을 인터뷰이 삼아 출판인 이일규가 대담 내용을 풀어 쓴 글이다. 이일규는 이미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출판계에서 20년 동안 단련된 내공의 소유자다. 글은 깔끔하고 질문엔 군더더기가 없으며, 인터뷰이에게 끌어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 박주민 의원이 워낙 바쁘기 때문에(책에는 그의 일정표가 실려 있는데, 차마 눈을 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다. 결혼한 지가 한참 됐는데, 하늘을 못 봐 별을 따지 못하고 있다는,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이야기를 태연하게 늘어놓고 있다. 이거, 되겠습니까?) 인터뷰 시간을 어떻게 냈는지가 궁금할 정도다. 덕분에 묻고 답하는 사람들이 모두 쓸데없는 이야기로 독자의 시간을 훔치거나 쓰레기처럼 내버리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 정말 할 말, 들을 말, 듣고 싶은 말로만 꽉 채웠다.

4. 책 읽는데 한 시간이 안 걸렸다.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기 바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든 몇 가지 생각과 감상은 말하고 싶다. 그리고 몹시 쑥스럽고 민망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마음가짐 하나도 기어이 말해야겠다. 미리 언급하자면, 그것은 희망이다.

5. 박주민은 그 유명한 대원외고를 5수한 성적으로 나왔고, 서울대 법대를 들어갔으며, 5년 간 학생운동을 했다. 그리고 군대를 마치고 1년 반 준비해서 사법고시를 통과해 변호사가 된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분명하다. 하지만 머리 좋은 걸로는 우병우도 있고, 삼시를 패스한 인간들도 얼마든지 있다. 공부 잘하고 대학에서 운동했고, 그리고 변호사나 다른 전문직을 거쳐 초선의원이 된(되었던) 사람은 수없이 많다. 그런데 우리가 왜 박주민의 인생을 읽어야 하는가.

6. 박주민은 목표를 세우면 돌아보지 않았다. 자신의 우수한 머리와 젊음과 신념을 우리 사회의 공익을 위해 아낌없이 썼다. 그 과정을 취재한 이일규는 이 책이 일종의 인간극장 같은 감동 드라마가 되는 것을 꺼린 게 분명하다. 박주민 의원이 세월호 변호와 그 외 수많은 변론을 어떻게 해왔는지, 그러면서 얼마나 힘든 역경을 극복했는지, 국회의원이 되어서 지금까지 어떻게 자기를 불살랐는지 밝혀 우리의 여린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는다. 우리가 직장 스트레스를 안주삼아 친구와 소줏잔을 기울이고, 외근을 핑계대고 사우나에서 전날의 숙취를 풀 때, 박주민이 누굴 만났고, 무엇을 했고, 그래서 무엇을 이뤄냈는지 지극히 객관적인 필체로 담담하게 적는다. 그렇게 고작 초선의원에 지나지 않는 박주민이 무엇을 이뤄냈는지 무심하게 드러낸다.

7. 그것은 박주민이 말한 대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10cm라도 돌리고 싶어하는 자의 몸부림이었다. 본문에도 나오지만 박주민은 그의 선배격인 80년대와도 다르고, 그러니까 원로나 대선배라고 부를 수 있는 60년대, 70년대 정치인과도 완전히 다른, 그래서 별종인 정치인이다. 우리는 김대중을 통해 사표로 삼을 수 있는 정치지도자를 가졌고, 노무현으로 팬덤을 가질 자격이 되는 멋진 정치인을 보았으며, 386들을 통해 신선하게 출발해서 급속하게 타락한, 그래도 몇몇은 건질 수 있었던 정치인들을 보았다. 그리고 이제 박주민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국민에게 헌신하고 미래를 고민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있는 정치 신인을 만나기 시작했다. 출판사는 어서 속히 표창원과 다른 젊은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섭외하기 바란다. 기꺼이 사서 읽고 리뷰를 올리겠다.

8. 좋은 책은 언제나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좋은 책이고 쉽게 읽히나, 감동은 묵직하게 가슴에 남는다. 우리는 희망을 가져도 좋겠다. 우리 각자가 열심히 살고 있는 만큼, 그것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 있는 이. 아무데서나 잠드는 거지갑, 그러나 군중의 가슴을 뜨겁게 자극하는 정치 신인이 있으니 말이다. 거지갑 은평갑 박주민을 찬양한다.

9. 이 글을 쓰면서 일부러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황제를 골라 들었다. 이 곡이 작곡된 시기는 베토벤의 영웅적인 10년으로 알려진 1800년대 초반이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거듭된 프랑스와의 전쟁 때문에 나라 전체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실제로 베토벤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여기엔 북, 대포, 불행만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 혼란과 개인적으로는 청력이 사라져가는 이 혹독한 시기에 베토벤은 고전주의 협주곡 형식에 일대 혁명을 불러온 황제를 작곡했다. 그렇다. 희망은 언제나 최악을 넘어서야만 온다. 우리가 견디며 힘겹게 촛불을 밝혔던 지난 10년이 박주민이란 희망의 불꽃 하나를 빚었다.


#박주민의원 #별종의기원 #유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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