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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전쟁불사 발언과 미국과 북한의 치킨게임
게시물ID : sisa_9730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12
조회수 : 95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8/03 04:51:28
1994년이 생각납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이른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Surgical Strike 을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 내 미국인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이곳에서 '광주의 최후 망명자' 윤한봉 선생이 세운 한국청년연합과 한겨레연합 등이 주축이 되어 미국 내에서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에 전면광고를 내기 위한 모금 활동이 있었습니다. 미국 내 정치가, 석학 등의 서명을 받아 광고에 넣어 미국의 지성들을 움직였고, 우리는 그 해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기가 넘어갔음에 대해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혹은 실험으로 촉발된 지금 이 위기는 그때의 기억을 문득 떠올리게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의 한 중진 의원에게 한반도에서의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사실은 미국은 전쟁이 나더라도 한국 땅에서만 하겠다는 것, 그리고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적극적으로 개입하진 않겠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과연 미국이 우리에게 '우방'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트럼프의 이 발언은 이른바 '뻥카'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의 정책을 보면, 탄핵 위기에 몰린 그가 얼마나 마음이 급한가를 잘 보여줍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합법 이민조차 절반 정도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그의 주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의 실업률 높은 백인들의 마음을 어떻게든 잡겠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로서는 이같은 강경 발언을 통해 그를 지지하는 층을 더 붙잡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북한과의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반드시 러시아와 중국을 자극할 수 밖에 없고, 이들의 개입을 부를 수 밖에 없는 재앙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실질적으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알려진대로 친중, 친러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것에 대해 전통적으로 반중 반러 입장인 군부는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군부 인사들을 대거 행정부로 들여온 것도 이들의 이런 입장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트럼프의 강경 발언 역시 군부에 대한 다독거림의 일부로 봐도 될 것이라는 거지요. 

실제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당장 한국 내 미국인들이 소개되기 시작하고, 미국 관련 주가가 떨어지고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전조 현상이 있을 것이고, 이런 것들을 통해 전쟁을 짐작하긴 쉽습니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가장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것은 바로 우리입니다. 1953년 종전 이후 이뤄 놓은 모든 물적 토대가 한번에 날아가게 되는 겁니다. 당연히 북한보다는 우리가 잃을 것이 훨씬 많을 것이고, 만일 대규모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북한의 재래식 미사일 몇 방에 한국의 원전이라도 터진다면 한반도는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이 되어 버리는 사태까지도 벌어질 겁니다. 

북한과 미국의 치킨게임이 어디까지 갈 지는 모르겠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들이 둘 다 예측불허의 인물들인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나 하나는 장사꾼이고, 하나는 권력을 잃게 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이 우리에겐 보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직접 지렛대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참 뼈저리도록 아프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하는데는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9년동안 북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켜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한국 내에서의 정치적 이유로 천안함 사건을 이용해 북과의 단교 수준의 조치를 내린 게 이명박이었다면, 개성공단의 폐쇄를 통해 남북 평화유지의 보험을 털어버린 것이 박근혜였습니다. 저들에게 북한은 그들의 정권연장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고, 그들의 욕심은 결국 지금같은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차단당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래저래 지난 9년의 적폐가 큽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의 발목을 이렇게 잡아 버리다니.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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