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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잠이 안 오네요
게시물ID : sisa_9737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언니거긴안돼
추천 : 12/7
조회수 : 1166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7/08/06 06:28:29
방금 교대생 커뮤니티를 한참 탐방하다 왔어요.

이번 돌발 시위는 누가 봐도 무례하고 경솔했습니다. 이건 교대생들 역시 인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위를 주도한 교대가 교대생들이 매해 모여 하는 투쟁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곳이라 더욱 분노에 차 있더군요.

부디 모든 교대생들이 이번 시위 내용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교대생들의 잘못 때문에 초등 교육을 폄하하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시게나 다른 사이트의 댓글을 읽다 보면

1. 교대는 여초, 메갈 소굴이다
: 아닙니다. 학교가 여초인 건 사실이고 그에 따라 페미니즘에 대한 의논이 많이 오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교대생 중 한남 등 메갈과 관련된 말을 당당하게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작년 여름 즈음에 익명으로 메갈을 옹호하는 글이 올라왔다가 실명으로 반박하는 여학우들에 의해 쫓겨났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였고요.
 무거운 짊이요? 체육 수업이요? 여학우들 똑같이 합니다. 가정 수업이요? 요리요? 남학우들도 똑같이 수업 듣습니다.
 스무명~서른명 남짓한 학생들의 체육 수업 준비를 다 할 수 있을 만큼 남학우가 많지도 않아요.
 앞구르기, 뒷구르기용 매트리스, 캠핑 수업용 텐트를 강당 내에 설치하기 위해선 스무명 넘는 학생들이 모두 동원되어야 합니다. 성별 상관 없이.


2. 1교실 2교사제
: 이건 많은 분들이 회의적으로 여기시더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때문에? 아니, 교육 때문에요.
 선생님들은 모두 나름대로 교육 철학을 갖고 계십니다. 어느 게 틀리고 맞고가 아니라 서로 '다른' 교육 철학을 갖고 계십니다.
 만약 주교사님과 보조 교사님의 교육 철학이 다르다면 어떻게 맞춰야 할까요? 보조 교사가 주교사 쪽에 맞춰야 할까요? 
 그럼 보조 교사는 자신의 교육 철학과 관계 없이 무조건 주교사 쪽에 맞춰야 할까요?
 자신의 교육 철학 없이 남의 기준에 맞춰 가르치는 교사는 우리 모두가 바라지 않는 존재 아닐까요?
 그리고 설사 맞추지 못한다면? 두 교사 간의 교육 철학이 첨예하게 달라 조정이 힘들다면?
 거기서 일어나는 교육적 위화감과 갈등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겁니다.
 부부 간에도 자녀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훈육 방법 및 기준을 통일하라고 하죠. 저는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부 과목에서만 시행하면 괜찮지 않느냐 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저는 이것도 회의적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 보조 교사 역할을 맡은 적이 있거든요.
 안 믿으실 지도 모르겠지만 학생들은 교실 서열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누가 이 교실에서 제일 발언권이 세고, 누가 나와 비슷한지, 누가 제일 만만한지 제일 정확하게 아는 건 학생들입니다.
 저학년 학생들조차 제가 제일 힘없는 교사라는 걸 알아채더군요.
 제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맹세컨데 욕이나 체벌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꿈쩍 않던 아이들이 가장 서열이 높은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시는 순간 얌전해지는 걸 봤을 때 허탈함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높은 선생님, 낮은 선생님으로 지위를 나누고 낮은 선생님은 하대하는 광경을 전 절대 바라지 않습니다.
 기간제 교사님이 학생들에게 맞고도 가만히 있으셔야 했던 동영상이 화제가 된 적 있죠.
 그걸 보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더군요. 학생들이 과연 담임 교사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을까요?


3. 초등 교육을 폐지하고 중등 교육과 통합해야 한다
사실 이건 이전에도 많이 들어왔던 이야깁니다. 초등 교육이 뭐가 어렵냐. 어린애들 가르치는 게 뭐가 전문성이 필요하냐.
 하지만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분명히 다른 존재입니다. 지식 수준, 신체 발달 정도, 이해 가능한 영역 등이 모두 다릅니다.
 어린이들을 대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학생들은 8살일 때 다르고 9살일 때 다르고, 12살일 때 다르고 13살일 때 다릅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다양한 학년의 모의수업을 해봐야 하고 각종 발달 단계에 따른 학생들의 변화를 거의 모든 과목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피아제, 콜버그 발달 이론은 수학에서도 나오고 사회에서도 나오고 음미체에도 나옵니다. 나올 때마다 외워야 합니다.
 초등학교 안에서도 한 살 한 살 차이가 나는데 중학교까지 나이 범주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은 교사에게 부담을 더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초-중 교차 임용은 양쪽 모두에게 안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중등 교사가 많이 부족해서 교대생들에게 중등 임용을 보라고 해도 전 반대할 겁니다.
 초등학생 대하듯 중학생을 대하는 교사라니 교사도 어렵고 학생들도 괴로울 거예요.


4. 절대 지방으론 안 가려고 한다
: 이번 시위로 특히 안 좋게 부각된 부분 같습니다. 같은 교대생으로써 할 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연히 모든 교대생들이 서울 임용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지방교대생들, 지방에 살면서 서울교대에 지원한 학생들 중에는 지방 임용을 바라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오지라서, 혹은 소규모 지역 문화가 두려워서 지방행을 망설이는 학생 역시 많습니다.
 모든 교대생들이 취업과 연금만을 바라고 온 학생들은 절대 아닙니다.
 참교사의 꿈을 품고 전국 어디든 내가 필요한 곳에 가겠노라고 사명의식을 갖고 온 학생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신안 집단 성폭행 사건이 터졌을 때 그 누가 주춤하지 않았을까요.
 교생 실습 중 소규모 지역 사회 학교에서 근무하신 선생님의 경험담 역시 저를 주저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지역 유지이신 학부모님이 반말로 술을 권하시는데 이제 갓 교대를 졸업한 새내기 교사가 거기에 얼마나 당차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일단 해당 지역(서울, 경기도, 충남 등)으로 가면 어느 학교에 가야 하는지는 교사가 고르지 못합니다.
 도심 지역에 갈 수도 있고 시골 마을의 소규모 학교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지역이 정해지면 다른 지역으로 가는 건 몹시 힘듭니다. 가고자 하는 지역에서 한 분이 그만두셔야 합니다.
 자기가 평생 살던 지역에서 떠나 그곳에 뿌리를 내려야 할지도 모르는데 갓 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내리기엔 어려운 결정이 아닐까요.
 굳이 서울>지방이 아니어도 청주교대 학생이 전남으로, 제주교대 학생이 강원으로 가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겁니다.
 물론 이게 최근 상황에 적합한 대답이 아니라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몇 년째 교사가 부족한 지역이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조건 안 가, 혹은 무조건 저기 가 이런 자세보다는 교대생들의 자정과 정부의 미달 지역 교사 수급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국 밤을 꼴딱 샜네요.

이래저래 심란합니다. 적폐 세력이라는 말에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가, TO가 주는 건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에 그러려니 하다가, 메갈 소리 듣고 우울해 눈물이 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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