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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게시물ID : smartphone_176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故비누대위
추천 : 0
조회수 : 16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2/23 16:47:13

광장

원작: 최인훈

각색: 故비누대위


SKT 매장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점원들이 앉아 있고, 고객은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두 사람의 점원과, 부모님 두 분, 합쳐서 네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점원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학생, 앉아봐.”

비누대위는 움직이지 않았다.

학생은 어느 휴대폰을 사겠소?”

블랙베리.”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점원이,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학생, 블랙베리도, 마찬가지 외국산 스마트폰이요. 액세서리도 안 팔고 A/S도 안 되는 낯선 폰을 사서 어쩌자는 거요?”

블랙베리.”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2년간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스펙 좋은 베가를 왜 포기하는 거요?”

블랙베리.”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점원이 나앉는다.

학생, 지금 통신사에서는, 베가 고객들을 위한 특별 할부원금 정책을 냈소. 학생은 누구보다도 더 싸게 베가를 가지게 될 것이며, 최신 스마트폰으로 시샘 받을 것이오. 듀얼코어 스마트폰은 학생이 주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소. 800만 화소 카메라도 학생의 선택을 반길 거요.”

블랙베리.”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점원이, 다시 입을 연다.

학생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타 통신사와 폴더 폰 생활에서, 물리 키패드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학생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학생이 우리 통신사에게 바칠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학생은……

블랙베리.”

점장이,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점원은, 증오에 찬 눈초리로 비누대위를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호갱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설득 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대리점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넨 무슨 고객인가?”

……

, 신규고객이군.”

점원은,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블랙베리라 지만 막연한 얘기요. 제 나라 스마트폰보다 나은 폰이 어디 있겠어요. 블랙베리 써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블랙베리 써봐야 조국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학생이 지금 가슴에 품은 열망은, 나도 압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들이 최적화라든지 사후지원이라든지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갤럭시엔 뛰어난 스펙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무엇보다도 스펙이 소중한 것입니다. 학생은 폴더폰 생활과 폰 없는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스마트폰은……

블랙베리.”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나라 내 민족의 한사람이, 타향 만리 이국 스마트폰을 쓰겠다고 나서서,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삼성의 빵빵한 통신사 지원금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고객이라도 더 건져서, 갤럭시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중립국.”

당신은 완전한 신규고객입니다. 갤럭시는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뛰어난 스펙을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많이 알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휴대폰을 없애 버리겠습니까? 맘에 안든다고 말이지요. 학생 한 사람을 잃는 건, 다른 고객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민족의 손실입니다. 학생은 아직 젊습니다. 학생이 쓰기에는 블랙베리는 너무 비쌉니다. 나는 당신보다 스마트폰을 약간 더 썼다는 의미에서, 형으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갤럭시의 품으로 돌아와서, 뛰어난 스펙을 누리십시오. 게임도 없는 낯선 스마트폰을 써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학생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학생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갤럭시를 사는 경우에, 개인적인 사은품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비누대위는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타일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블랙베리.”

점원은, 손에 들었던 볼펜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부모님을 돌아볼 것이다. 부모님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가입 서류에 희망 전화번호를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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