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강서구 대저에 있는 강서체육공원 내에 클럽하우스가 있고 천연잔디로 조성된 두 면의 연습구장이 있습니다. 한면은 프로선수들이 썼고 나머지 한 면은 u-15, u-12가 사용했습니다.
유소년들이 천연 잔디에서 연습한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부상 위험이 적었고 축구선수들의 생명이랄 수 있는 무릎에 무리가 덜 갔기 때문입니다.
감독이 안 된다고 하면 사용할 수 없는 프로팀을 위한 훈련장, 아이들인지라 씨끄럽고 장난도 많이 쳐 어찌보면 훈련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황선홍과 당시 프로 선수들은 아무도 이의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이들 머리 쓰다 듬어 주고 격려했었지요.
참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텔레비젼에서만 보던 안정환, 박진섭, 이범영, 정성훈 선수들이 직접 훈련하는 걸 보며 꿈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황선홍은 훈련이 끝나면 유소년 학부모들이 앉아 있는 벤취로 와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또 아이들 훈련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살피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참 소탈하고 정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학교 축구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밀려 나 외인구단으로 구성된 부산아이파크u-12 팀은 그해 처음으로 도입된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3위의 성적을 얻습니다. 지금은 스페인 유소년 팀에서 뛰고 있는 백성호, 이승우의 대동초를 16강전에서 3-2로 꺽었을 때가 대회 최대 이변이었지요.
이 모든 것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유소년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 황선홍 감독의 양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여깁니다. 무엇보다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공을 찬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겠지요.
그러던 게 황 감독이 포항으로 가고 박x화 감독이 부산아이파크 감독으로 오면서 깨져버렸습니다. 유소년들의 훈련장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지요. 이후 안익수, 지금의 감독에 이어지는 동안 아이파크 유소년 팀들은 변변한 훈련장도 없이 이 구장, 저 구장 옮겨 다니며 더부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황선홍이 대표팀 감독으로 오르내린다고 합니다. 진작에 시켰어야 할 사람을 협회가 땜방용, 면피용으로 써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아~ 이거 어찌 끝내지?
재x이 아부지, 그때 포항갈 때 팬들이 황철새라고 욕한 거 절때 미워 그런 거 아닙니다. 섭섭하고 아쉬워서 그랬지요. 부산아이파크 팬들은 당신을 오래토록 기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