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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해설위원"그렇게하면 월드컵에서 싸울수 있고, 이길수 있다."
게시물ID : soccer_1796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zlatan09
추천 : 4
조회수 : 81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12 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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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부딪혔다.

대표팀은 90분 내내 살아 움직였고 팬들의 가슴은 오랜만에 뛰기 시작했다. 남미 예선 4위로 러시아 월드컵에 진출한 콜롬비아의 상황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싸울 수 있음을, 또 그렇게 해야 이길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 442에서 길을 찾다

“더 보완하고 노력해야겠지만 월드컵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희망을 봤다,” -이재성

경기 후, 주장 기성용을 비롯하여 모든 선수들의 표정이 밝았다. 월드컵까지 6개월, 승리는 발전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조용했던 손흥민을 벤치에 두지 않고 계속 선발로 활용하겠다면, 그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 신태용 감독 역시 “토트넘 경기를 관찰했다. “ 며 투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 강팀을 상대로 토트넘이 활용하는 352 포메이션이 떠올랐다. 수비에 비중을 두고 30% 후반대의 점유율을 통해 투톱의 역습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다. 하지만 콜롬비아를 상대로 신태용 감독은 보다 나은 선택을 했다.

442 포메이션은 수비 시 352처럼 깊게 내려서지 않아도 된다. 전반전에 한국은 콜롬비아보다 오랜 시간 공을 점유했고 경기를 컨트롤했다. 콜롬비아가 시차 적응과 몇 가지 테스트에 의한 조직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한국도 442 포메이션은 처음이었다. “한국이 전반전에 모든 면에서 우리에 앞섰다.” 고 말한 페케르만 감독의 인터 뷰처럼 신태용 감독의 442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신태용 감독은 442 포메이션으로 자신의 대표팀 첫승을 기록했다. 

         

○공격

이근호가 손흥민의 첫 번째 파트너가 되었다. 많이 그리고 넓게 뛰는 이근호는 평소에도 투톱 체재를 선호했다. 활발함과 폭발력이 있는 공격수 두 명을 최전방에 배치할 때, 긍정적으로 얻게 되는 효과를 두 선수가 잘 보여줬다. 이근호는 전후좌우로 긴 스프린트를 통한 침투를 자주 시도한다. 공격수가 짧은 스프린트가 아닌 긴 스프린트를 시도하면 상대 수비 블록은 더욱 폭넓게 흔들린다. 그렇게 발생한 수비 사이의 공간으로 손흥민, 권창훈, 이재성이 스며들며 공격 루트를 만들었다. 이근호는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최전방 공격수지만 공을 빼앗기면 그 즉시 첫 번째 수비수 역할을 수행했다. 적극적인 수비 전환을 통해 콜롬비아의 빠른 공격을 차단했고, 압박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빠른 판단을 통해 손흥민과 수비 시작점을 설정하여 뒤에 있는 동료들이 빠르게 수비 블록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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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는 최전방 공격수이자, 첫번째 수비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손흥민은 기록한 두 골 보다 많은 것을 얻은 듯하다. 자신감을 더하고 부담감은 덜어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정협은 해리 케인의 역할을 자처했지만, 대표팀이 투톱을 구성한다면 손흥민이 오히려 토트넘에서의 케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해리 케인은 만능형 스트라이커다.

스피드, 힘, 키핑, 슈팅, 수비 능력 등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하지만 케인과 손흥민의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다. 다만 공격의 핵심 유닛이기에 보다 많은 패스가 투입되고 무엇보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는다. 케인이 늘 부진한 8월에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필요 이상의 볼터치와 난사에 가까운 슈팅이다. 물론 공을 많이 만지고 슈팅을 때리는 게 핵심 유닛으로서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두 골을 넣고 일대일 상황에서 콜롬비아보다 우월했던 손흥민은 대단히 훌륭했다. 다만 토트넘에서 케인의 역할을 손흥민이 수행해야 한다면, 케인이 잘 되는 날처럼 동료를 활용한 간결함이 대표팀의 공격 옵션을 더 다양하게 만들 것이다.

 

'신스틸러' 고요한. K리그 팬들은 그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미드필드

최전방 투톱이 수비 시작점에 대한 설정을 잘 해냈다. 어디서부터 진을 칠지, 어느 쪽으로 몰아갈지에 대해 열심히 뛰면서 미드필더들과 소통했다. 자연스럽게 미드필드도 잘 돌아갔다. 주장 기성용은 무릎 부상 이전의 퍼포먼스를 되찾기 시작했고, 이재성과 권창훈은 공과의 관계에서 콜롬비아 선수들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원의 신스틸러는 고요한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농담 삼아 고요한을 “K리그에서 제일 더럽게 공차는 선수” 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 사용되는 ‘더럽다’ 라는 단어는 특급 칭찬에 가깝다. K리그 팬들은 알고 있다. 리그 14년차 멀티 플레이어 고요한은 더럽기 이전에 기술적인 능력도 갖춘 선수다. 고요한은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조정했다. 하메스가 신경질적으로 나오자 더 강한 몸싸움으로 대응했다. 콜롬비아의 몇몇 선수들은 평정심을 잃고 경기 내내 예민하게 반응했다. 월드컵 무대에서 한국은 철저한 언더독, 한국은 상대의 이런 반응을 더 많이 끌어낼수록 상황은 유리해진다. 고요한은 수비 상황에서 헌신했고 그의 헌신은 대표팀의 수비-미드필드-공격 사이의 간격을 촘촘하게 유지시키는 강력 접착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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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미드필드-공격 사이의 강력 접착제 역할을 해낸 고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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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월드컵에서 철저한 언더독, 상대가 평정심을 잃을수록 한국에게 좋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전반 11분에 첫 골이 들어가니 선수들의 플레이에 자신감이 느껴졌다. 사소한 볼 터치부터 확신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상대의 압박에 대처했다. 지난 유럽 원정 때와 달리 여유가 보였다. 볼 터치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고개가 들린다. 주위 상황을 살피기 위해 눈도 바빠진다. ‘헤드업과 아이컨택’ 동료들끼리 생각을 소통할 수 있는 기본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관계가 만들어지면 축구 정말 재밌어진다. 콜롬비아의 압박을 풀어 나오며 몇 차례 훌륭한 공격 전개를 시도한 직후, 카메라에 잡힌 한국 선수들의 표정을 기억한다.

호흡은 턱 밑까지 차올랐지만, 이들은 경기에 몰입되어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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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 속도, 움직임, 방향 모두 훌륭하다. 

 

 

○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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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전은 백포 라인을 가동했지만 신태용 감독은 백스리 역시 본선에서 반드시 필요한 카드라고 말했다. 신 감독의 구상처럼 적어도 두 가지 시스템 카드를 준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수비 유닛의 무게감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콜롬비아를 상대로 보여준 수비의 퀄리티는 월드컵 본선까지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 물론 수비는 수비수들 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좌우 풀백 김진수와 최철순, 센터백 권경원과 장현수는 준수한 기준점을 만들어내며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지 대표팀 주전에서 경쟁할 수 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

백스리던 백포던, 김민재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센터백의 한 축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칸나바로의 총애를 받는 권경원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고, 무엇보다 장현수는‘포어 리베로’ 같은 복잡한 역할이 아닐 때 오히려 묵묵히 빛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신태용 감독은 본선 엔트리를 어느 정도 구성했겠지만 20~30%에 대한 부분은 내년 봄 K리그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팀으로 하는 수비는 지난달 유럽 원정 당시보다 훨씬 나아졌다. 유효슈팅을 적게 내줬고 페널티 에어리어는 비교적 잘 보호됐다. 다만 또다시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한 것은 스트레스다. 지난 러시아 전과 어제 콜롬비아 전, 모두 상대 키커의 훌륭한 킥과 박스 내에서 영리한 사전 블로킹, 그리고 힘을 동반한 과감한 경합이 있었다. 본선에서 대표팀이 마주해야 할 세트피스 상황은 더 터프할 것이다. 더 크고 강한 센터백들이 세트피스에 가담할 것이고 더 날카로운 킥이 박스 안으로 투입될 것이다.

지역 방어, 대인 방어, 또는 혼합. 모든 형태가 정답이 될 수 있다. 다만 상대 센터백이나 스트라이커 같이 공중볼 관여에 우선 관여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반드시 수비 범위 안에 두어 점프 동작 전에 몸으로 블로킹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이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늘 현실이 어려운 것이 문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야 한다. 생각해보면 역대 월드컵에서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도 종종 있었지만, 그만큼 실점도 꽤 있었다.

 

# 승리는 발전의 시간을 단축시킨다

대표팀은 울산으로 이동하여 14일 세르비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앞으로 월드컵 본선까지 대표팀은 10회 정도의 평가전을 진행할 수 있다. 다섯 번의 평범한 훈련보다는 한 번의 효율적인 연습경기가 낫고, 다섯 번의 평범한 연습경기보다는 한 번의 효율적인 공식경기가 더 낫다고 했다.

 

월드컵까지 6개월,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이에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세르비아 전, 또는 12월 동아시안컵의 경기력이 콜롬비아 전보다 나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콜롬비아라는 준수한 팀을 상대로 우리 모두가 웃었던 것처럼, 힌트는 찾았다. 이 경기력이 세 번에 한 번이 아닌, 두 번 정도는 나올 수 있는 안정성을 월드컵 전까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준비 과정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 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승리는 발전의 시간을 단축시킬 것이다.

출처 http://v.sports.media.daum.net/v/20171111161255574?mccid=47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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