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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중국전 손흥민 선발출전 사불가론(四不可論)
게시물ID : soccer_1841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osephKnecht
추천 : 2
조회수 : 80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1/13 15:03:10
요즘 우리나라가 필리핀하고 키르키즈스탄과의 아시안컵 본선 경기에서
다른 우승후보 나라들만큼 다득점을 하지 못하고(일본은 한골차 신승이지만 어쨌든 3:2, 이란은 5:0, 호주도 3:0 승리를 거뒀죠)
경기 내적으로도 손발이 안 맞고 몇몇 선수들의 부진으로 인해 답답한 경기를 하고 있어서
축구 팬분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손흥민이 하루빨리 출전해서 좀더 화끈한 득점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는데요.

때마침 옆나라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골득실에서 앞서서 우리나라를 누르고 조1위에 랭크되는 흔치 않은(?) 현상에 흥분해 있고
이에 언론들과 중국 감독이 '우리는 한국도 안 무섭다', '어차피 16강이니까 로테이션 돌릴거다'라고 심리전까지 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언론들도 불안감을 이용하는 이 심리전에 동조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점점 '중국한테 지면 토너먼트 어떡하냐' → '손흥민이 과연 중국전에 나올까'
라는 식으로 점점 불안감에 찬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형국입니다.

저는 나름 축구경기를 많이 봐온 축알못으로서(?) 이번 대회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고
대회 개막 후 계속 하루에 5시간씩 축구뉴스를 보고 경기를 보는 등 나름 이번 국대에 관심을 기울여보다 보니
점점 머릿속에서 '손흥민을 중국전부터 내보내면 안된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돌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한번 여기에 풀어볼까 합니다.


일단 저는 벤투가 절대 중국전에 손흥민을 내보내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에 대한 전제는 크게 네 단계입니다.

1. 현재 상황이 중국한테 어떻게든 이기지 않으면 자력 16강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16강에 자력 진출했습니다. 저는 사실 우리나라가 16강 조기 진출에 성공한 것이 이미 기분이 좋습니다.
저도 물론 키르키즈스탄전을 봤고 몇번은 뒷목을 잡았습니다. 수준 이하의 플레이가 몇번 나왔고
황희찬이 골대를 강타할 때는 욕지거리, 나오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대회가 시작하기 이전부터 네이버스포츠 댓글에 꾸준히
'필리핀이나 키르키즈스탄한테 무 캐면 아시안컵 안본다. 절대 방심하지 마라.'라고 댓글을 달았고
벤투호는 그 당연한 걸 지켰습니다. 클린시트로 2연승을 했고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사실 저는 왜 지금 우리나라 언론들이 단 한 신문사나 기자 한 명도 수비를 칭찬하는 기사를 쓰지 않는지 의문이 듭니다.
우리나라 수비는 몇년 전 국대 수비가 가끔씩 '쇼크'를 찍었던 근본적 이유, 방심을 하지 않고 있고 어떻게든 실점을 안하고 있습니다.
수비만큼은 우리나라 지금 대회에 출전한 어떤 나라보다도 견고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회는 이제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요.
어쨌든 우리나라는 조기 16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전에 지더라도 우리의 대회 일정은 계속됩니다.

2. 중국은 더러워서 피해야 하는 똥이지 무서운 상대가 아니다.

1이 전제되기 때문에 떠올릴 수 있던 생각입니다. 사실 제가 '필리핀하고 키르키즈스탄 어떻게든 이겨놔라'라고 댓글을 단 이유이기도 합니다.
중국전은 여러모로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정말 짜증나는 경기입니다.
진짜 짜증나는 건 중국은 우리한테 져도 우리만큼 빡쳐하진 않을 거란 겁니다.
대회고 A매치고를 불문하고 중국전에서 우리나라는 이겨도 기분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20년 전 황선홍을 월드컵에서 낙마시킨 건 중국이었습니다. 중국하고 경기를 하면 솔직히 우리나라 선수 한 명은 못볼 각오를 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가 16강이 확정된 이상 중국을 이겨도 대회가 계속된단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지금 '우리는 손흥민도 두렵지 않다.', '우리는 우레이를 갖고 아시안컵 제패할 거다'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막말로 풀발한 거죠.
근데 우리나라를 이겨서 조1위로 올라가도 중국이 아시안컵을 제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우리는 손흥민을 중국전에 출전시킬 명분이 딱히 없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응은 최우선적으로 손흥민을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는 것이고,
차선적으로는 선수들이 부상을 입지 않고 중국전을 끝내는 겁니다.
중국전을 이겨도 우리는 아무 것도 얻을 게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선수들 잔부상 많고 100%인 선수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떠든다고 중국을 이기겠다는 건, 저는 포클랜드 전쟁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잉글랜드는 포클랜드 전쟁에 막대한 군비를 들였고 이겼습니다. 그래서 뭘 얻었습니까?
중국과의 경기 자체가 우리의 아시안컵 우승에 아무런 도움도 안된다면,
제가 벤투라면 저는 오히려 중국전에 대놓고 우리나라 2군을 내보내고 중국전을 실험의 장으로 삼아보겠습니다.
물론 조1위 해야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조2위를 하면 이란하고 일본을 만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다 해도 중국전 한번 열심히 하려다가 중국이 우리나라 선수들한테 부상을 묻히면, 그게 더 큰일이라고 봅니다.
선수들이 잔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치르는 쉬운 토너먼트와, 선수들이 조금 더 충전된 상태에서 치르는 어려운 토너먼트,
저는 후자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3. 손흥민은 1월달에 우리나라 국대보다 더 많은 실전 경기를 치르고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로 와야 한다.

우리나라 국대는 지금 2019년이 시작된 이래 A매치를 세번 치렀습니다. 근데 손흥민은?
잉글랜드에서 2일에 카디프전, 5일에 트란메어전, 9일에 첼시전, 14일에 맨유전을 치르고 거기다가 두바이 와서 시차적응까지 해야 합니다.
작년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올 때도 손흥민은 지구 반대편으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예정에 없던 말레이시아전 교체출전에다
주최측의 말도 안되게 빡빡한 경기일정까지 버텨야 했습니다.
그때 손흥민은 월드컵 때의 폼을 보여주지 못해서 비난을 들었습니다. 사실 손흥민 본인도 몇몇 무리한 플레이를 하기도 했었지만
어쨌든 손흥민에게 있어 아시안 게임은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습니다.
아시안 게임에서의 손흥민 플레이가 손흥민 선수의 100%라고 생각하진 않으실 겁니다.
몇달 후인 지금 손흥민은 전성기 차범근에 버금가는 폼을 보여주고 있죠.
손흥민을 지금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국대에서 보고 싶어하는 건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로 손흥민이 양발 슈터로써 중거리 골을 넣는 걸 보고 싶으면, 첼시전의 그 치달을 보고 싶으면, 쉬게 해줘야 합니다.
손흥민을 비롯해서 다른 선수들도 경기 중에 우리가 엄청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수가 체력 문제로 인해 쉬어야 한다면,
국대를 응원하는 입장인 우리는 때로는 보고 싶은 걸 참고 감독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저는 벤투가 결국 손흥민을 중국전에 쉬게 해줄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손흥민을 내보낸다면 그때부터 벤투호에 악성 댓글을 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4. 손흥민은 벤투호에게 있어 '특수 폭탄'이지 '주 무기'가 아니다.

이건 약간 제가 치우쳐서 생각하는 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의하지 않으실 분도 있을텐데 일단 양해바란다는 말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비행기 슈팅 게임을 하다보면 보통 탄알이 있고 기모으는 무기가 있고 필살기 버튼이 있습니다.
필살기는 엄청 강력한 무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슈팅게임을 할 때 보통 필살기를 참으면서 계속 보통 탄알을 쓰고
심지어 필살기를 못 쓰고 죽기도 합니다.
그건 필살기가 아깝기 때문이고, 한 판을 통과하기 위해서 필살기를 제일 쓰기 적절한 부분은 그 판의 보스가 나왔을 때이기 때문입니다.
손흥민은 제가 봤을 때 냉정하게 벤투호의 전력외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 말을 '손흥민이 못한다'로도, '벤투는 좋은 감독이 아니라서 손흥민을 잘 못 쓴다'로도 오독하지 마셨음 합니다.
작년에 벤투가 부임하고 나서 벤투는 손흥민을 10월까지만 기용했고 사정상 11월에는 손흥민 없이 대표팀을 꾸렸습니다.
그 직후 벤투는 손흥민을 기용해보지 못하고 아시안컵을 위한 국대 전술을 짰고 지금까지 이르렀습니다.
벤투호의 지금 공격 전술은 손흥민이 주축이 된 전술이 아니라 손흥민이 없는 상태에서 황의조를 원톱으로 하는 전술입니다.
저는 축알못이라 전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지금 벤투가 국대를 어떻게 꾸리는 지 알음알음은 알고 있습니다.
축구는 결국 감독이 잘해야 이기는 스포츠입니다.
월드컵같이 세계에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여서 실력 빈부격차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대회가 아니라
아시안컵이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한 팀이 우승을 하는데에는 선수보다 감독이 미미하게나마 조금 더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벤투가 점유율 중심 축구를 바꾸지 않을 걸 알고 있고,
벤투호가 플랜 B나 C는 갖춰놓았겠지만 기존에 구사하는 전술을 바꾸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손흥민을 중국전에서 보고 싶지 않고, 오히려 준결승전까지 손흥민이 나오지 않는다면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근데 그럴려면 어떻게든 우리가 준결승까지 손흥민 없이 통과해야겠죠. 현실적으로 쉽진 않을 거라 봅니다.)
왜냐하면 손흥민이 지금 풀타임 주전으로 뛰면 벤투의 전술이라든가
지금까지 선수들이 발맞춰온 호흡에 조금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이지만 아르헨티나는 그 메시를 갖고도 21세기에 한번도 국제대회 우승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메시를 쓰는 방법과 아르헨티나가 메시를 쓰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르헨티나가 메시를 잘못 쓴 것도 아닙니다.
메시도 자기 힘만으로 어떻게 해봐도 조국을 우승시키지 못하는 것은 현대 축구가 개인 선수보다 팀 전술과 적재적소의 용병술이 더 중시됨을 반증합니다.
저는 손흥민이 국대에서 골을 많이 넣는 것을 보고 싶지만 그 이상으로 대한민국이 어떻게든 우승하는 것을 보고 싶고
만약 벤투가 손흥민을 조금 전력외 취급하고 지금과 같은 황의조 중심 공격 전술으로 대회를 치른다고 해도 벤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게 벤투가 우리나라의 우승을 위해 머리를 굴려서 생각한 최고의 전술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토너먼트를 잘 넘어가기 위한 최고의 시나리오를
'손흥민이 16강전 후반만 크랙으로 출전' → '손흥민이 준준결승전 전반만 출전하고 교체' → '손흥민 준결승, 결승 풀타임 출전'으로 보고 있습니다.
손흥민도 벤투도 한국을 우승시키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손흥민이 지금 벤투가 구축한 전술에 녹아들면서 자기 장점을 다 발휘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을 두면서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체력 안배도 하면서 경기에 나와야만 한다고 봅니다.


이상 축구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의 논리였습니다. 오유 축구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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