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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는 아니고 따뜻한 설탕차]어리고 어릴 적 버스에서 있었던 이야기
게시물ID : soda_15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동자
추천 : 12
조회수 : 2474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9/23 15:21:33
필자가 아마 중1일 때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시골에서 살던 저는 광주에 사시는 친척분께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공부를 배우러 다녔었습니다.

그 날도 여느 때 처럼 광주로 나가 시내버스를 탔었습니다.

시간도 시간이고, 주말이라 뒷좌석은 사람이 전부 차버렸고, 딱 문 바로 앞 좌석에 자리가 있어 앉게 되었습니다.

수학 공식을 웅얼이면서 2정거장이나 갔을까, 장이 들어선 곳에 버스거 정차하니 사람이 우르르 몰려 탔드랬지요.

당시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라는 도덕 교육이 철저했던, 갓 초등학생을 벗어난 시골 중딩이었던 저는 나이 지긋하신 할머님이 리어카를 끌고 타시는 걸 보고 자리를 양보해드리려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런데 웬 아저씨 한분이 냉큼 앉어버리던...

어? 이게 아닌데? 할머니 앉혀드려야 되는데??

지금이야 어르신 양보해드리려고 한거다 말하겠지만,

당시에 저는 그저 순수한 시골 초딩에 가까운 중딩이었기에 말도 못 꺼내고 어버버거리기만 했지요ㅋㅋ

아저씨 봤다가, 할머님 봤다가...

몰랐었는데, 안절부절하는게 너무 디가 났었나 봅니다.

버스가 출발할 때 까지 어버버 거리고 있는데 할머님뒤에 타시던 키 큰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매우 털털(강력)해보이시던 인상을 지니셨던 걸로 기억..

아주머니는 저에게 한번 씩 웃어주시고 버스에 오르자 마자 아저씨에게 돌직구를 날리셨습니다.

'아재, 아가 여기 어르신 자리 양보해 드릴라 그라는데 얌채맹키로 차지하고 앉아불믄 아가 뭐라고 생각허것소이.'

정확한 대화 내용은 기억나질 않지만 아주머니가 구수한 사투리로 위 비슷하게 말씀하셨던 건 기억이 나네요ㅋ

흐릿한 기억으론 자리에 앉았던 아저씨는 할머님을 못봤다고, 미안하다고 하시고 훈훈하게 마무리 됐었습니다.

삭막하기만 한 요즘 문득 떠오른, 약 12년 전의 나름 훈훈했던 설탕물 썰이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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