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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아십니까?
게시물ID : soda_19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최카피
추천 : 10
조회수 : 182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5/10/29 0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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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이번주에도 두번인가 만났다.
역전 근처를 다니다 보면 남녀 한쌍이 가까이 다가와 '조상 덕이 있어 보인다.'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 등 감언이설을 내뱉으며 나를 유혹하고는 한다.
인터넷 등의 글을 읽어보면 이런 분들에게 가끔은 당한다고 하기도 하는데, 어떤 때는 커피를 얻어먹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강해진 것은 어려서 특별한 기억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농구를 좋아했다. 1학년 말 부터 시작한 농구가 너무나 흥미로워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농구를 한 기억밖에 없을 지경이니 말이다.
아마도 일요일 오전이었을 것이다. 새벽에 산 중턱에 있는 농구장에서 혼자 농구를 연습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서 남자 20여명이 합숙훈련을 하듯이 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그리 신경쓰지 않고 내 갈길을 가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갈 때쯤 그들 무리중 한명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데, 오늘이 길일이라 같이 제사를 지냈으면 하네요.'
평상시와 다름이 없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다. 아마도 나의 위장은 배고프다고 소리를 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제사라는 말이 나의 위장을 자극하고 우뇌를 자극해서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나 싶다.
또 지금 생각해보면 특이한 것은 남자 20여명이 이른 오전 부터 왜 뛰어 다니고 있었을까? 아직도 궁금한 부분인데... 혹 이글을 읽는 분 중에 참여하고 있으신 분들은 덧글로...

다른 일행은 먼저 뛰어가고 그는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이끌었다.으슥한 골목으로 인도하더니 어떤 집으로 안내했다.
1층부터 풍기는 냄새가 달랐다. 이상한 화환과 도구들이 즐비해 있었다. 언뜻보면 교회와도 닮아 있었다.
그렇게 3층쯤 되는 집으로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도 무슨 배짱인지 모를 일이다.)
꽤 넒은 집처럼 생긴 공간에는 조그마한 사무실로 쓰는 방이 하나 있었고, 3~4개 정도의 방이 위치해 있었다.
그는 어떤 방으로 나를 들여보낸 후 잠시 후에 들어왔다. 한복 비슷한 옷을 챙겨입고 어떤 책을 가지고 왔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점쾌를 보는 책 같았다. 그는 그 속에서도 꽤 위치가 있었던 듯 싶다.
그는 나에게 조상의 은덕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조상의 은덕을 가로막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했었다. 그런 말을 하는 중에 꽤 신기하게도 나의 신변에 대한 여러가지를 맞추었는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어렸던 내가 다양한 힌트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싶다.
암튼 그는 조상의 은덕을 가로막는 무엇인가를 없애기 위해서는 제를 지내야 하다고 했었다. 그 때까지도 돈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제를 지내려면 우선 몸은 정갈히 해야한다고 하겠냐고 물었고, 나는 한다고 응했다.
그는 자신이 입은 옷과 비슷한 옷을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욕실에서 샤워를 하라고 말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그가 준 옷을 입고 나오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여러명 있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당시에는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거기서 종교활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오전부터 영업이 잘 되었거나 실력있는 사람들인것 같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이제 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어떤 방으로 인도했다. 그곳에서 나외에도 약 10명 이상이 함께 제를 지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제사나 차례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어렸었다. 농구하고 집에가다 끌려 온 사람은 아마도 나뿐이겠지...
제사를 치르는 시간은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 길었다. 그리고 어떤 병을 꺼내서 그것에 기도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제를 마치고 그들은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먹기에 풍족할 정도를 차렸고 음식들은 굉장히 맛있었다. (무엇을 먹인들 맛이 없었으랴.)

조찬을 먹이자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다. 그 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구나를 느꼈다. 그들 중 수장격인 사람은 오늘 제를 치르는 것은 우리들의 조상을 위해서고 그것이 결국 개인들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위엄스럽게 말했다.
그리고는 제사비용으로 10만원씩을 요구했다. 나는 굉장히 당황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그것도 일요일 새벽에 농구하러 나가는데 10만원을 들고 다닐리가 없잖아.

어떤 사람들은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기 시작했고, 돈이 없다는 사람도 간간히 있었다. 그리고는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거의 울상이 된 얼굴로 지금은 돈이 없고, 조금만 가면 집이니 집에가서 10만원을 가지고 오겠다고 말했다. 수장격인 사람은 꽤나 험악한 인상을 쓰고 있었는데, 나를 데리고 온 사람이 그 사람에게 뭐라고 말을 하더니 나에게 인자한 얼굴로 다가와서 그럼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당연히 우리집이 근처라고 둘러댔다. 진짜 우리집에서 그곳은 상당한 거리에 있었다. 농구하려고 많이 걸어왔단 말야.
그럼 얼른 다녀오라고 말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아침부터 어디를 다녀오냐고 핀잔이다.
배부르고 피곤해서 그렇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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