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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사를 퇴사하게 된 사연#12
게시물ID : soda_30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74
조회수 : 17989회
댓글수 : 43개
등록시간 : 2016/02/25 23: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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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들을 데리고 라인으로 갔음.
그리고 1라인에 PC가 10대? 11대 들어갔음. 참 설비회사는 웃긴게, PC들을 모두 설비위에 올려둠.
설비 높이는 대략 2미터 좀 넘나? 어쨌든 턱을 밟고, 철봉 짚듯이 팔힘으로 끙차! 올라가면 올라갈 수 있는 높이.
 
PC는 항상 UPS와 단짝 친구였음. 거기에 조명컨트롤러. 다행히 UPS하나에 PC2대 연결하는 부분도 있었기에,
대략 7-8대 정도.? UPS가 뭐냐면, 이게 맞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갑자기 정전이 나도, PC가 확 날아가버리지 않도록
전기를 저장해두는 거대 충전기 같은거였음. 무게는 대략 10-15kg정도? 아니야...엄청 힘들었으니까. 뻥좀쳐서 20kg정도 생각.
 
과거 중국출장 전 설비는 혼자서 모든일을 해야했음. 10라인이니까, PC 110대...그땐 정말 죽는줄...
이제는 대리가 3명이 붙었음. 이제는 대리들에게 시킬 수 있었음. 그렇다고 대놓고 지시하긴 남들보기에 좋지 않았음.
그래서 각각 1라인씩 맡기로 함. 본인은 신입사원과 함께..
 
대리들은 항상 사무실에 앉아있는 일만 하다가, 현장에서 땀흘리며 일하니, 인생이 비참한 생각이 들었나봄.
당장에 울음을 터뜨릴 표정으로 일을했음. "아...내인생이 어쩌다가..." 이런 표정..;;
다행히 PC를 설치하는 곳이 정해져 있었기에 어리버리 타지 않고 일들했음. 문제는 PC뒤에 꽂히는 수많은 케이블들..
 
대리들: "ㅇㅇ아.. 우린 뒤에 멀 꽂아야 하는지 몰라.."
 
나: "걱정마시길. 막내야."
 
작년.. 고객사 보기 좋으라고, PC 후면부를 사진찍고, 그걸 파워포인트로 어디에는 뭘 꽂아라. 이런 메뉴얼을 붙여줬었음.
본인이 과거 만둘어둔 메뉴얼을 대리 1과, 막내에에 출력하고 코팅해오라고 시켰음.
 
나: "이거 보고 꽂으셔요."
 
본인이 1라인 PC를 다 설치하고 설비위에 당당히 서서 기지개를 켰음. "으다다다!!" 그리고 UPS에 다리를 하나 턱! 걸치고 현장을
관조했음. '호오~ 잘~~돌아가고 있구먼~제조팀도 뜨겁게 달구어 져있구먼. 허허'
 
대리들은 설비위에서 열심히 선을 연결하고 있었음. 안전화를 신고..
씨즌 1을 참고해 보시면, 안전화로 제조팀을 엿먹인 썰이 있을테니, 기억 안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람.
어쨌든 안전화를 신고 설비에 올라가면, 제조팀이 가만히 넘어갈리가 없음. 물론 본인은 예외.
 
제조팀 주임: "야!!!!!!ㅅㅂ누가 설비위에 신발신고 올라가래!!!!!!!!!!!! 안겨(기어) 내려와!!!!!!!!?????"
 
대리들: "(화들짝!)미안합니다!! ㅇㅇ야. 너도 빨리 벗어!!"
 
나: "(UPS에 한쪽발을 떡 하니 올려놓고)아아..괜찮아요. 현장에선 안전화를 신는게 원칙인데.
       그러다 뭐에 찍혀서 발 다치면 누가 책임져요? (제조팀 주임을 향해) 안그렇습니까 주임님?"
 
제조팀 주임: "........네 마음대로 하세요."
 
나: "ㅇㅇ 땡큐 땡큐~ 사랑해요 주임님!"
 
대리들: "...........;;;"
 
검수를 앞둔 현장에서 제조팀은 항상 분노하기 일보직전의 상태. 작업하는 부분이 겹치기라도 하면, 옆에만 서있어도 짜증냄.
아마 대리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뜨거운 현장의 열기가 버거웠을듯.
 
나: "자..이제 PC는 마무리 됬고!!"
 
대리들: "이제 얼마나 남은거냐....?"
 
나: "이제 시작이죠. 각자 PC 부팅하세요. 막내야 너도. 흠흠. 원래 필요한 프로그램 모두 설치 해야하는데, 그 과정이 좀 짜증나죠잉.
      작년에 그걸하면서 엄청나게 힘들었다 이말 입니다. 그래서 PC업체에 요청했죠. 필요한 프로그램 ghost로 다 떠놔서 납품할때
      다 설치한 채로 납품하라고요. 작년에 해둔 안배입니다. 나때는 이런거 준비하는 어른들 없었어요.(거드름)
      다 부팅하시고, 휴식시간 가집니다. 담배 필 사람들은 따라나오시구요."
 
대리들: "오오...!!"
 
(Ghost가 뭐냐면, PC 전체를 걍 그림판 복사 붙여넣기 처럼 복사해놓는거라고 간단히 이해하시길. 그 과정은 정말 힘들지만...)
 
그렇게 휴식을 가지고 다시 현장으로 들어갔음. 제조팀 PM이 입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음.
 
PM: "야 비전팀!! 일로 다 텨와!!!"
 
대리들: "(후다닥!!)"
 
본인은 예외임. 휘적휘적 PM옆을 스쳐 지나감. PM은 본인에게 눈길도 주지않고 대리들을 응시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PM: "(특유의 백치미를 풍기는 반쯤 풀린눈으로..건들건들)야 비전팀. 현장 바쁜거 안보이나? 담배피러 나갈 시간이 있나보제?"
 
대리: "죄송합니다."
 
나: "(현장으로 들어가며)과장님. 저 사람들 제가 교육시켜야 하니까, 적당히 하시고 들여보내요."
 
PM: "(본인을 노려보며)...........가봐."
 
대리들: "죄송합니다.(꾸벅)"
 
어찌보면, 중국에서의 6개월은 참 가치있는 시절이었던거 같음.
부팅한 PC안에 카메라 테스트 프로그램이 들어있음. 그걸 통해, 카메라가 잘 동작하는지 확인을 해야 했음. 대리들에게 어떻게 하는지
직접 보여주고 설명해주었음. 회사 특성상, 하나도 제때에 이루어진적이 없음.
역시 카메라 영상은 나오지 않았음. 와나 전장 아저씨들 ㅡㅡ;
 
설비의 꽃은 역시 전장 아니겠음? 전기 배선하고, 선깔고, 연결하고. ㅎㅎ 우리 회사는 전장 설계팀이 4명 있었음. 4명의 인원으로는
부족하기에, 외부 전장업체를 고용함. 그리고 전장 아저씨들은 개 깡패였음. 이 분들로 말씀드리자면, 피도 눈물도 없어서 헌혈을 해도
피한방울 안나올 아저씨들이었음. (그만큼 고생이 많다는 뜻이니 오해 말길). 고생을 한 아저씨들인 만큼 산전수전 다겪고,
현장에선 목소리가 커야 승리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터득하고 있는 노장들이었음.
 
제조팀도 전장 아저씨들한테는 뭐라고 못했음. 그만큼 이 바닥에 경험많고, 나이도 있고, 실력도 있었음.
다만 실력이 있다보니 게을렀음. 승질도 더럽고.
 
기억을 더듬어보라...작년 중국라인 세팅할때....같은일이 있었음.....부장님께서 카메라 테스트를 하시며,
 
부장: "아...배선이 안됬나보네. ㅇㅇ아. 저기 전장업체에 이거 배선 안됬다고 해달라고 전해라."
 
나: "넵!(쪼르르)" 
 
전장 아저씨들에게 가서.
 
나: "ㅇㅇ과장님. 저희 카메라 테스트하는데, 카메라가 안나온데요."
 
전장 아저씨들: "그걸 왜 우리한테 얘기해요?"
 
나: "부장님께서 배선이 안되있다고 하시던데요...;;"
 
전장 아저씨들: "아~아~!! 알았으니까. 기다려봐요."
 
나: "저기...언제 쯤...가능할까요?"
 
전장 아저씨들: "아. 거참 지금 우리도 바빠요. 해준다고 했으면 좀 기다려요."
 
그리고 3일동안 쫓아다니며 사정한 덕분에 겨우 배선을 해 줬음.
 
그리고 현재..
 
나: "대리님. 저기 전장업체 아저씨한테 가서, 카메라 배선 안되있다고 전달해줘요. 얼굴도 익힐겸."
 
대리: "....내가 가야되냐...?"
 
나: "일 안배우실 꺼에요? 사람 얼굴 익히는것도 현장에선 일입니다."
 
대리: "......그래."
 
전장업체 아저씨들에게 가서.
 
대리: "안녕하십니까?"
 
아저씨들: "안녕못한데요? 이거 뭐 현장에 에어컨을 안틀어주나 와이리 덥지? 짜증나게!!"
 
대리: "에어컨 틀어드릴까요?"
 
아저씨들: "저기 에어컨 있는데, 제조팀 X끼들, 방향 고정해놓고 지들끼리 바람쐬고있네요. 가서 방향좀 바꿔봐줘요."
 
대리: "저....그건 제가 하기가 좀...."
 
아저씨들: "그럼 우리도 할말없어.(흥칫핏)"
 
대리: "저기..저희가 카메라를 테스트 중인데요...그..배선이 안..."
 
아저씨들: "아 거참. 우리 지금 일하는거 안보여요? 지금 그거 말고 할게 얼마나 많은데!!"
 
대리는 우물쭈물 본인에게 다가왔음.
 
대리: "ㅇㅇ아. 안되겠다..."
 
나: "잘봐요. 저 아저씨들은 강력해서 곱게 말하면 안들어요. 막내야. 형이 하는거 잘 보고 배워."
 
신입: "넵!!(기대기대)"
 
전장 업체에 가서.
 
나: "아저씨들. 카메라 안나오니까, 좀 와서 봐줘요."
 
아저씨들: "우리 바빠요."
 
나: "나는 ㅈ나 바빠요."
 
아저씨들: "우리도 ㅈ나 바빠요."
 
나: "아니 근데 씨X. 와서 봐달라면 걍 곱게와서 보면되지, 한놈도 안나서네?"
 
아저씨들: "뭐라고요? 이런 씨X. 너 몇살이야?"
 
나: "하...놔. 그럼 누가 갑이야? 을이 갑질하고 자빠졌어 이건?! 함 나갈래?"
 
옆에 아저씨: "아니 이사람들이 왜들 싸우고 그래...내가 가서 보고올께. 내가;;;"
 
그리고 과거에 3일 걸렸던걸 3분만에 해결했음. 대리들은 기가 질렸고....막내는 아마 메모장을 줬더라면 열심히 메모하고 있었을거임.
 
막내: "대단하십니다."
 
나: "뭘 이정도야."
 
대리들: "야..근데 너무 막나간거 아니냐...? 그래도 협력업첸데..담에 같이 일 안한다 하면 어쩌려고..."
 
나: "괜찮아요. 저 아저씨들 성격이 불같아서 금방 화내고, 금방 식고 하시지요."
 
배선을 마친 전장아저씨에게 말했음.
 
나: "아저씨 고마워요. 그리고 쫌전엔 죄송합니다. 아까 싸우셨던 분이랑 같이 커피한잔 하실까요? 제가 타올께요. ㅎㅎㅎ"
 
아저씨: "아..뭐. 그래야죠. 저 친구도 좀 한승깔있지. 일이 많아서 그래. 이해좀 해주세요. ㅎㅎ"
 
그리고 방금 싸운 아저씨랑 함께 셋이서 커피들고 담배한대 피러갔음.
 
나: "ㅇㅇ과장님. 아까는 솔직히 간떨려서 죽는줄 알았어요. 오늘 한대 맞겠구나 하고. ㅋㅋㅋㅋ"
 
아저씨: "ㅋㅋㅋㅋㅋ 나는 씨X. 오늘 일당 못받는줄 알았네. 회장 아들인줄 알았어 ㅋㅋㅋㅋㅋㅋ 뭔 깡이여 그게 ㅋㅋㅋ"
 
옆에 아저씨: "이런 썅. 일은 내가 다했는데, 커피를 왜 3잔이나 가져와?"
 
나: "선배님들. 우리 일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현장 짬밥이 있으시니 저보다 많이 아실거 아니에요. 좀 돠주십쇼."
 
아저씨: "어 그래. 담부턴 커피 좀 더 맛나게 타와라 ㅇ양아. ㅎㅎㅎ"
 
나: "네 오빵.ㅋㅋㅋㅋ"
 
옆에 아저씨: "ㅇ.ㅇ;;; ㅈㄹ들한다."
 
그렇게 셋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음. 과거엔 1개라인 셋업하는데 1주일씩 걸렸음. 오늘 하루, 과거 4일 셋업한 진도를 따라잡았음.
대리들은 굳이 본인이 큰소릴 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여 주었음.
더이상 본인에게 "언제끝나냐? 얼마나 남았냐?" 물어보지 않았음. 그러다 보니, 좀만 가다듬으면 쓸만 해지겠는데? 하는 기대감도
생겼음.
 
사무실로 올라갔음. 팀장이 프로그램의 심각성을 눈치챈 모양인지 미친듯이 코딩을 하고 있었음.
키보드 자판이 기계식이라 사무실 떠나가도록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소리밖에 안들렸음.
이열? 그래도 저렇게 열심히 하고있나?
 
본인은 과거 셋업할때처럼 새벽까지 일하진 않았음. 지금 대리들 시켜서 이정도지, 본인이 나선다면, 하루에 1라인씩 끝낼 수 있었음.
다음주엔 두개 라인 검수고, 그 다음주에 나머지 두개 라인 검수니까. 아직 3일의 여유가 있었음.
8시쯤 대리들과, 막내에게 퇴근하라 시켰음. 본인도 퇴근을 했지만, 팀장은 사무실에 남아 있었음.
타자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음.
 
와...저 인간에게 저런 모습이?? 뭐랄까 가슴에 다시 희망의 불꽃이 서서히 피어 올랐고, 굳게 닫힌 마음이 살살 열리려 하고 있었음.
이래서 팀이 있는건가? 싶었음. 살짝 기뻤음.
그때는 기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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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을 쓸 시간도 없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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