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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사를 퇴사하게 된 사연#18
게시물ID : soda_30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23
조회수 : 17541회
댓글수 : 46개
등록시간 : 2016/03/01 15: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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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둘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다시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기분좋게 키보다를 딱! 잡는 순간
한분이 제 글이 주작으로 날아갔다는 똥을 싸놓으셨더군요. 기분 참...ㅎㅎㅎ
그래도, 다른 글들에 비해서, 악플을 다는 인원이 현저히 적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삼아야겠군요.
 
요즘은 글을 쓰다가 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흐름을 놓아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ㅠ 그러다 보니, 초기에 글을 쓸때는
좋아 깔끔했어~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틀 전부터는....흠....뭐지....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만큼 심력이 많이 소모되는 듯 합니다.
항상 글에 긴장을 하고 써야하기 때문에...ㅎ
 
다행히 읽어주시는 분들이 넘지 않는 선을 잘 지켜주셔서 든든한 기분이네요.
 
그럼 시작할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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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어느 순간부터 본인이 마치 자신의 비서라도 된 마냥, 모든 일을 의지했음.
심지어, 호텔 앞에 슈퍼에 갈때도 본인을 불렀음. 외국에서 물건을 사면서, 손짓발짓 하고, 물건 사는게 얼마나 재밌는 일인데,
정말 인생의 재미를 모르고 사는 사람이었음.
 
과거 본인과, 동기는 교통도 맘대로 할 수 없었고, 호텔 밖 출입도 허용되지 않았으며 외출을 해도 철저히 제조팀을 따라다니는
방향으로 움직였음. 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제조팀이 술을 마시면,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하는 상황도 많았고.
 
술은 N분의 1을 했는데, 1인당 200위안 가량 내야했음. 그 사람들 따르다 보면, 어느새 출장비가 바닥이 나는 경우가 많았음.
특히 KTV를 불려가게 되면, 기본 500-600위안 날아갔음. 방값에 아가씨 콜비. 심지어 2차를 나가는 사람들은 1인당 700위안을
더 내야 했음.
 
어찌보면, 그런걸 따라가지 않고, 철저히 혼자 생활했던 본인의 지갑에 출장비가 쌓이는 모습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그런 과거 우리들의 중국생활에 비해, 팀장과 대리는 어떤가? 먹고싶은게 있으면 이동네 마당발인 본인이 늘 새로운 장소로 데리고
가줬고, 교통의 프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편했으며, 주변의 중국인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친해질 수 있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었는데.
 
그럼에도 밤 11시에 퇴근하는 일이 4일정도 연속되니 중국생활이 힘들다고 밤마다 징징거렸음. 특히나 주말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절망에 빠졌음.
 
팀장: "우리 주말에 왜 안쉬어요? 그게 PM권한 이에요?"
 
나: "굳이 그 사람 권한인건 아니에요. 예전에 제가 6개월간 못쉰건 소프트웨어 인력이 저 하나밖에 없다는 핑계였었죠."
 
팀장: "오오!! 그럼 우리 토, 일요일에 돌아가면서 쉽시다."
 
그리고 "일단 나 먼저!"를 시전했음. 대리는 아 그럼 나는 그 다음!을 외쳤음. 쓰레기 같은놈들. ㅋㅋㅋㅋㅋㅋ
그 선택이 니들을 지옥불에 던질 것이다.
 
일정을 참고 했을때, 이번주 토,일 요일은 여유가 있는 날이었음. 다음주, 토, 일요일은 도저히 쉴 수가 없는 날이었음.
왜냐면, 한국 담당자들이 다음주에 건너오니까. 어떤 돌발적인 문제로 꼬투리를 잡히는 상황이 발생할지는 모르는 거였음.
그때 본인이 하루 쉬어버리면, 현장 담당자와, 팀장, 대리 이렇게 마주칠텐데. 과연 니들이 저 갑오브 갑을 상대할 수 있을까? ㅎ
 
분명 눈앞에서 이것저것 보여달라 그러고, 시연해보라 할텐데. 그거 잘 못하고 어리버리 까면 한 샤우팅 들어야 하겠지.
 
웃긴건, 막상 본인이 없이 휴일을 보내니. 할 수 있는게 무척 제한되었음. 늘 편히가던 향이좋은 원두 커피집도 찾아가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음. 물론 스타벅스도 있었으나, 커피를 좋아하는 팀장은 스타벅스 커피 원두가 맛이 없다며, 고르고 골라서
찾아낸 곳이 향이좋은 원두 커피 집이었음. 물론 점원이 늘씬한 미녀였음. 자주 찾아오는 외국손님에게 말상대도 되어주는
눈과 입이 즐거운곳. 향이좋은 원두커피집.^^
 
 보통 택시나, 전기 자전거&인력거를 타면. 본인의 경우엔
 
나: "아저씨. 앞쪽으로 계속가서 사거리 한 5개 지나면, XXX엔 미용실 있거덩요? 그 골목 들어가면, XX루 가 있어요.
      거기 막 악어도 있고, 거북이도 팔고 하는데!"
 
아저씨: "아!! 어딘지 알거 같아!"
 
나: "그 근처에 세워주세요. 출발!"
 
걍 모범답안 같이 "왕첸조우(앞으로 걸어가세요), 따오 치엔빵 홍뤼등 이호우, 쭈어꽈이(앞쪽 신호등에서 좌회전)." 이런 경우가 아니었음.
그걸 팀장이나, 대리가 기사에게 어떻게 설명하겠음? 걍 걸어야지...
 
커피집은 호텔에서 걸어가기엔 엄청난 거리였음. 그리고, 사거리 중에는 소매치기 사거리가 있었음. 그곳에는 워낙에 사람들이 밀집
해있어서, 소매치기가 자주 일어남. 그 사거리에서는 여자들도 지갑을 반드시 손으로 쥐고 걷는다거나, 핸드백 입구를 양손으로
파지한 채로 걸어다님. 남자들은 손에 돈을 쥐고,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로 다님.
 
그 거리에서 양손을 빈손으로 털레털레 걸어간다는건, 나는 외지인이오!! 혹은 해외에서 온 호구요!! 하는 거임.
팀장이 토요일, 대리가 일요일 쉬었으나. 사실 그 주는 공장도 여유로운 상황이라, 본인은 공장에서 중국 직원들과 놀았음.
오후에 슈퍼앞에서 담배와 빙랑을 씹으며. 마약 중독자 처럼 헤실헤실 웃고 놀았음.
 
일요일. 복귀한 팀장은 녹초가 되어있었음. 팀장은 광동의 폭염속에서 땀을 비오듯 흘리며, 길을 헤매고 겨우 찾은 커피집에서
커피 한잔 먹고 하루를 날렸음. 무슨 짜증이 난건지, 이런 저런 짜증을 틱틱 부렸음. ㅎㅎㅎ 눈에 훤~하다.
 
대리는 중국을 만만하게 봤음. 본인이랑 다니면, 자꾸 여자애들이 말을 걸어주니까. 소황제라도 된마냥 착각을 했음.
이건 성격 차이임. 본인은 대학시절부터, 장난기가 많았고, 길가는 사람들 한테도 주저없이 말을 걸고, 개드립을 치고 노는 성격.
함께 중국 시내를 돌아다니니, 본인이 이 아가씨, 저 아저씨, 맥도날드 알바생들하고 농담 따먹고,
그 옆에서 대리도 어설픈 중국말 한 두마디 하면, 여자애들이 귀엽다고 박수쳐 주니까. 신이 난 모양.
 
애초에 무슨 말을 할줄 알아야 농담을 따먹지...ㅋㅋㅋ
대리는 뭐라도 하나 건질 모양으로 중국 시내를 혼자 열심히 싸돌아 다닌 모양.
그리고 겁대가리 없이 소매치기 거리를 활보하고 다님.
 
그리고 월요일. 지갑이 털려 절망하고 있는 대리를 마주하게 되었음.
털린 지갑의 돈보다, 지갑 자체가 비싼 지갑이라 더 안타까워 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마 다행인건 여권이 안털려 다행. 재밌었음.
 
중국에서 차도를 건너면서 다가오는 차량에 조금의 망설임이라도 보인다면, 중국인들이 딱 알아봄. 저놈 외국인이다!!
중국에 시내를 거닐때는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다녀야 함.
전방에 덤프트럭이 달려오더라도, 패기있게 걸어가야함. 덤프트럭이 설때까지. 거기서 화들짝 놀라서 뛴다는건
나 외국인이요! 하며 근처 이런저런 벌레들이 꼬이는 지름길. (그렇다고 차에 막 달려들진 마시길...ㅎㅎ) 
 
그렇게 다시 시작된 일주일. 상당히 빡셌음. 한국인 담당자가 계속 라인을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트집을 잡아댔기에.
물론 본인에겐 트집을 잡을 필요가 없었음. 누구보다 정직하고, 사실대로 보고를 하는 성격이기에.
 
담당자: "이쪽은 문제 없지요?"
 
나: "문제 많지요."
 
담당자: "해결 가능해요? ㅇㅇ씨 성격을 아니까 이것만 물어 볼께요."
 
나: "한 3일 빡시게 하면 될거 같애요. 대신에 USB랑 랜선 자유롭게 쓰게 해주시고, 엔지니어 2명정도만 붙여주세요. 교육도 할겸(교육을
      빙자한 노동력 착취ㅋㅋㅋ)"
 
담당자: "알겠습니다."
 
팀장과 대리는 한국 담당자가 매우 착하구나...생각하고 있었음.
그리고 돌아온 토요일.
 
나: "저번주에 두 분이 쉬셨으니, 이번엔 제 차례네요. 수고 해주세요."
 
팀장: "아...저기 ㅇㅇ씨. 지금 한국 담당자 와있는데, 쉬는건 약간 그렇지 않겠어요?"
 
나: "담당자 한테는 제가 얘기하면 되요."
 
팀장: "아니...그것보다는...ㅇㅇ씨 없으면 우리끼리 어떻게...우린 전체 싸이클을 아직 몰라서."
 
나: "제조팀에 가서 여쭤보면 될거에요.(주말에 쉰 너희들에게 호의적일진 모르겠으나...ㅎㅎ)"
 
팀장: "..........."
 
그렇게 본인은 꿈같은 주말을 가졌음. 새벽 일찍 눈뜨자마자 택시기사를 불러서, 심천으로 건너갔음.
심천에서 둘이, 옷도 구경하고 택시기사 와이프 옷을 골랐음, 전자 상가도 구경하고. 샤오미 부품 암거래 시장도...ㅎㅎ 
오후에는 돌아와서 근처 여친 친구들 불러모아 같이 스테이크집에 갔음.
여친은 고향에 돌아가 있어서. 여친의 근황을 듣거나, 여친의 버릇. 본인이 없을때의 성격 같은걸 미주알 고주알 듣는 재미.
 
저녁에는 미녀누님과 간만에 이혼녀 클럽모임을 가졌음. 바에서 샴페인을 불며..
 
그러는 와중에 아침부터 팀장의 전화가 계속되었음.
 
팀장: "ㅇㅇ씨. 어디에요?"
 
나: "심천 가는 중인데요?"
 
팀장: "나한테 말도없이 그리 멀리가면 어떡해요?! 당장 돌아와요. 위험하니까."
 
나: "이 동네에 대해서 뭘 아신다고 위험하고 말고를 판단합니까? 왜 남 쉬는걸 터치하고 그러셔요?"
 
팀장: "내가 딴 이유가 아니고 안전 때문이잖아요." 
 
나: "네. 그럼 돌아가겠습니다.(뻥카)"
 
팀장: "돌아오면 나한테 전화좀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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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천에서 놀고, 그동안 팀장 전화가 와있었지만 쌩깠음. 오후에 도착하고 전화를 했음.
 
팀장: "왜 전화 안받았어요!!"
 
나: "아. 노느라 바빠서요."
 
팀장: "도착했어요?"
 
나: "네."
 
팀장: "그럼 현장에좀 빨리 와줘요."
 
나: "저기요;; 저 오늘 쉬는 날인데요?"
 
팀장: "지금 편히 쉴 상황이 아니에요."
 
나: "그럼 지금 못쉬었으니, 내일도 쉬겠습니다. 어때요?"
 
팀장: "아니;;;; 그건 말이 안되지요."
 
나: "아니;;; 팀장님이랑 대리님은 자기들 24시간 편히 쉬게 보장받아놓고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요."
 
팀장: "ㅇㅇ씨가 해결해야 되요 이건.."
 
나: "아 씨 ㅡㅡ; 뭔 일인데요?"
 
팀장: "담당자가 설비 테스트 해봤는데, 불량들도 다 양품으로 나온다고 문제제기 했어요."
 
나: "아니;; 그런 프로그램에 있는 쓰레쏠드값을 조절하세요;; 내가 그거 하나 해주자고 거기가야되요? 프로그램 보셨잖아요. 찾아서 좀 해보세요;"
 
팀장: ".........."
 
팀장이 바보는 아니었음. 충분히 할려면 할 수 있었음. 근데 사람이 의지가 있냐 없냐. 가슴속에 의지 따윈 없는 인간이었음.
중국생활이 얼마나 사람을 작게 만들고, 갓난 아기처럼 만들어 놨는지...;; 20년동안 뭘하며 이 업계에 살아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됬음.
암튼 본인은 편하게 토요일을 쉬고, 일요일 출근을 했음.
 
팀장과 대리는 오전 출근 버스에서 얼굴이 울그락 풀그락 했지만, 감히 뭐라고 하진 못했음.
시원했음. 멍청한 놈들. 항상 같은 상황에 아랫사람을 배려 해 줘야하는게 상사임. 좋은거 먼저 찾아먹으려고 욕심부리면,
그 여파는 결국 자신이 다 감당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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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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