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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사를 퇴사하게 된 사연#20(完)
게시물ID : soda_30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296
조회수 : 21672회
댓글수 : 181개
등록시간 : 2016/03/01 22: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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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말로 왔네요. 그동안 많은 관심과 응원, 사랑, 덕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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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왔음. 머리가 상쾌했음. 더이상 누군가를 신경쓰지 않고, 성질대로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머리회전을 빠르게 해주었음.
 
간밤에 캡쳐해둔 영상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음. X축이 속도가 왔다갔다 하면 영상이 마치 Z축의 문제처럼 구불구불 하면서
초점이 안맞을 수 도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제대로 확인을 못한 PLC쪽이 뭔가 문제가 있다.
 
출근버스를 탔음. 팀장과 눈이 마주쳤음. 팀장은 눈빛을 회피했음. ㅎㅎㅎ 새끼.ㅋㅋㅋㅋ
 
본인이 푸르스름한 아우라를 풀풀 풍겨대니, 안그래도 삭막한 출근 버스는 얼음장 같았음.
공장 입구에 도착하고, 담배를 한대 폈음. 그동안 제조팀은 모두 공장으로 들어감.
 
팀장과 대리는 본인을 기다렸음.
 
나: "먼저 가세요."
 
팀장: "지금 ㅇㅇ씨가 담배를 꺼야 되는게 정상 아니에요?"
 
나: "그죠. 팀장님이 정상인이라면, 나도 정상으로 대해줘야죠. 근데 그게 아닌걸 아시잖아요? 어제 메일 읽어보니
      그 절실하신 책임감과, 먹먹함이 가슴깊이 느껴지더군요? ㅎㅎㅎ"
 
팀장: ";;;그 메일은 도대체 누가 준겁니까?"
 
나: "그따위 글을 쓴 놈이 누군지부터 물어보는게 정상 아닌가? ㅋㅋㅋ 이제보니 귀여운 구석이 있으시네~"
 
본인은 담배를 꾸역꾸역 필터까지 다 빨고 팀장 발 밑에 던졌음. ㅎㅎㅎ
 
나: "갑시다."
 
팀장: "ㅇㅇ씨. 여기 USB."
 
나: "거보쇼. 분위기 파악 안됩니까?"
 
팀장: "??"
 
나: "내가 그쪽 USB따위 챙겨줘야 되냐고.(너도 반말 나도 반말)"
 
팀장: "....하하..이제 막 나가자는 거죠?"
 
나: "스타트는 어떤 개XX가 끊었는지 알면서 뭘 뻔뻔스럽게 그래요? 내가 당신 엄마임? X같으면 여기서 함 붙어보던가?
      나이 40먹고 30도 안된 애랑 드잡이질 하면 참 자랑스럽겠네. ㅎㅎ"
 
팀장: "부들부들.....;;"
 
라인으로 갔음. 팀장은 늘 하듯이 설비앞 책상에 앉았지만, 뭔가 아쉬웠음. 이젠 본인이 코딩하고 직접 설비에 연결하고 테스트하고
다시 코딩하고, 많이 많이 귀찮고 불편해졌음.
 
본인은 소악마를 찾아갔음. 그리고 근처에 있는 외주업체 PLC 아저씨들을 불러모았음.
 
나: "아저씨들. 저 궁금한게 있는데요. 리니어가 같은 제품인데, 하나는 값이 10만으로 읽히고, 하나는 5만으로 읽히면 어디가 문제입니까?
      저희 PC프로그램 상에 차이점은 없거든요."
 
아저씨들: "그거 PLC로 바꿔주면 되는데? ㅎㅎ"
 
나: "우리 회사 PLC팀은 모르겠다 그러고, 우리 팀에 PLC인원은 문제 없다고 하더군요."
 
아저씨들: "ㅋㅋㅋㅋ 그건 둘중 하나임. 엿먹이는 거거나, 개 병X이거나. ㅋㅋㅋㅋ"
 
본인이 반대편 라인에 타업체 PLC아저씨를 데리고 오니, 팀장이 다가왔음.
 
팀장: "ㅇㅇ씨. 이분은 타업체 사람인데 왜 데리고 왔어요?"
 
나: "PLC좀 보려구요."
 
팀장: "내가 말했잖아요. 그쪽 문제 아니라고."
 
나: "아. 역시 20년 경력이 시니까. PLC도 빠삭하신가 보죠? 100프로 문제 없어요? 확실해요? 아니면 앞으로 입다물고 짜지시던가.!"
 
팀장: "좋아요. 한번 해 봅시다!"
 
나: "이거 자체도 웃긴 말인데. 붙어봅시다. 20년 경력인 당신하고, 1년 3개월차인 나하고, 각자 설비 1대씩 잡고, 누가 돌리는지 한번 붙어보자구요.
      지는 놈이 다 떠안고 회사 나가기 어때요? ㅋㅋㅋㅋ"
 
팀장: "좋다. 어디 해보자."
 
팀장이 자리에 앉아서 씩씩 대며 코딩을 했음.
본인은 PLC 아저씨가 작업하는걸 걍 구경했음. 역시 본인이 보지 못한 화면이 나오고, 이런 저런 파라미터 창이 나오기 시작했음.
외주아저씨가 삑! 다됐습니다. 하셨음.
 
나: "이참에, X축이랑 Z축 튜닝도 한번 해주세요 ㅠ"
 
아저씨: "아니;; PLC하면서 이거 못하는 사람 없는데;;"
 
나: "그거도 못하는 놈이 대리로 있단 말이에요 ㅠㅠ 아저씨가 해주세요. ㅠㅠ"
 
아저씨는 투덜투덜 하면서, 해주셨음. 그리고 설비를 껐다 키고, 제품을 돌려봤음.
그 와중에 중국 직원들이 한 가득 구경하러 몰려와있었음. 그리고 승부를 선언한지 15분만에 결정났음.
 
중국직원들: "와아아아!!!!!! ㅇㅇㅇ 하오빵!!!!하오빵!!!!"
 
나: "가서 니들 한국 담당자 불러와!!! ㅋㅋㅋㅋㅋㅋ"
 
꼬맹이들이 쪼르르 한국인 담당자를 잡으러 달려갔음.
팀장이 멍...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음. PLC 대리는 정말 비굴한 표정으로 눈치만 왔다갔다 살피고 있었음.
 
나: "야!!!!!!!!!!"
 
라인은 정적.
 
나: "야. PLC 일로 텨와."
 
대리가 부들부들 떨며 다가왔음.
 
나: "짝!"
 
싸대기 한대를 날렸음. 크게 죽이고 싶다거나, 겁나 패고싶다거나 그런감정은 없었음. 단지 그 한대에 다 풀어버리려고 한건데..
라인의 꼬맹이들이 역시 문제임.
 
"으앙 ㅠㅠ 오빠 하지마아아아 ㅠㅠ 무서워 ㅠㅠㅠㅠ 으앙 ㅠㅠㅠㅠㅠ"
 
꼬맹이들이 울고불고 난리를 쳤음. ㅋㅋㅋ 귀여운 녀석들.ㅋㅋㅋㅋㅋ 그 때문에 분위기가 엄청나게 뜨거웠음.
 
대리는 한대 맞고, 고개를 푹 수그리며 눈물을 뚝..뚝 흘렸음. 분했겠지..
 
나: "분하죠? 씨X 분해서 눈물이 나지요? 형님. 나는 소프트웨어고, 당신은 PLC인데. 어떤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각자가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열심히 상황 분석하고, 증명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설령 본인 쪽에 문제가 없더라도, 상대방은 그걸 몰라요.
      그렇다면, 더 자세히 조사하고, 데이터 정리하고 해서 상대방한테 전달해주면, 상대방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의심없이 집중할 수 있는거
      아닙니까? 대충 자기쪽 검사해보고 내문제 아니야! 하면서 손 놔버리면. 당신 책임은 없는 겁니까? 지금 나한테 맞은 이 상황.
      병신같이 기억하지 말고, 오늘 이 문제를 기억하세요. 언젠가 큰 도움이 되겠지."
 
대리: "ㅠㅠㅠ"
 
팀장이 다가왔음.
 
팀장: "ㅇㅇ씨. 이게 무슨.."
 
나: "(팀장에게도 때릴 모션!!!처럼 해놓고 머리를 긁적이며 ㅋㅋㅋㅋㅋ)!!!"
 
팀장: "(화들짝!! 놀라며 주춤주춤ㅋㅋㅋ)....;;"
 
나: "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
 
팀장: "아니...이게 정확히 PLC 어디에 문제가 있던거....죠?"
 
나: "그건 문제를 해결한 내가 보고할 일이지. 엉뚱한데 삽질하고 있던 사람이 알 필욘 없지요. 괜히 알려주면 또 이상한 메일 쓰겠지요
      마치 자기가 해결한 마냥. 이런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이렇게 해서 해결 했습니다! 이상입니다!! 하겠지요? ㅎㅎㅎㅎ
      이 상황 해결한건 나.입.니.다. 참 팀장님의 20년 세월이 무상하네요 ㅎㅎㅎㅎ 밥먹고 숨만 쉬었어요? ㅎㅎㅎ"
 
팀장: ".....(부들부들)"
 
나: "패.자.는. 말이없지요. 더 할 말 있어요? ㅋㅋㅋ"
 
팀장: "(부들부들...푸들...푸들...)"
 
나: " 와....지금도 이런데,,,,내가 20년 후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을지....두려워서 몸서리가 쳐지네!!!!! 벌써 20년 짜리를 꺾었어!! ㅋㅋㅋ
       어디 실력도 없이 자기 업무에 신.념 따윌 가져 이게이게~~"
 
팀장: "크아악!!!"
 
팀장은 모든걸 팽개쳐두고 라인밖으로 나갔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절대로 방심하지 않았음. 사람은 절대로 모욕받은걸 잊지 않음. 어찌보면, 내 평생의 적을 만든 날이기도함.
 
라인 밖으로 나갔음.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마음이 그렇게 홀가분 할 수가 없었음. 본인에게 맞은 대리도, 팀장 옆 보다는 본인에게 슬금슬금
다가와서 본인쪽에서 휴식을 취했음.
 
나: "형님. 거 동생한테 맞았다, 사원한테 맞았다 생각하면 속만 쓰립니다. 걍 남자가 남자한테 맞았다 생각하세요.
      나 역시, 같은 이유라면 형님한테 뺨 맞았겠지요. 제가 뭐 효도르 처럼 강해서 형님이 맞아준게 아니잖아요? ㅎㅎㅎㅎ"
 
대리: "아냐..나도 미안하게 생각해. 나도 낙하산이라..사실 실력이 없어."
 
나: "대리 급으로 실력이 없는거지, 주임이나, 사원급에서는 발군이지요. 진급을 너무 빨리하면 좋은것만 보셨겠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월급은 많이 안올라. 남들이 바라는건 엄격하고 많아져.. 동기들은 질투해. 얼마나 손해인데요. 한국 가서도 열심히 하십시오.
      나는 이쯤에서 형님들이랑 이별 할랍니다. ㅎㅎㅎ"
 
대리: "ㅇㅇ야..."
 
나: " 그동안, 참 답답했죠. 사람이 싫었던건 아닙니다. 답답함이 컷지요. 그건 형님들도 마찬가지 였을테고. 이제 인연이 다 온거 같애요. ㅎㅎ"
 
팀장은 한쪽에서 울며불며 전화기만 붙잡고 있었음.
그날 저녁 회장님께 상황을 보고하고, 전 팀장급들 참조해서 해결 보고서를 돌렸음. 지금까지 팀장이 뭘했고, 무슨 삽질을 한건지.
메일 함을 뒤져서, 회장님께 매일매일 현황보고 하던걸 총 종합하고, 마지막에 팀장이 작성한 먹먹문을 비교하듯이 붙여넣었음.
 
다음날 본인에게 항공권 하나가 도착했음. 어떤 서류상의 절차도 없이 바로 복귀명령이 떨어진거임.
그날은 하루 휴가를 받았음.
 
본인은 중국 택시 숑디들을 다 만났음.
 
나: "형제들. 이제 이별이다. 난 회사 그만둘꺼야."
 
형제들: "동생. 그러지 말고, 중국에서 안 살아볼래? 너는 한국인 보다는 중국이 더 어울려. ㅎㅎ
            우리 평생 같이 밥도 같이먹고 같이 술마시고 하자!!"
 
나: "유역비를 데려오면 생각은 해보겠음. ㅋㅋㅋㅋㅋ"
 
형제들: "또 볼 수 있는거지?"
 
나: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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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저녁. 천진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음.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는 중국 직원들이었음.
 
중국직원들: "한국 형제. 우린 천진에 다니는 중국 직원들이야."
 
나: "응? 내 번호는 어찌알고?"
 
중국직원들: "예전부터 소문을 듣고 있었어. 동관 친구들 대신해서 제조팀하고 싸워준 소문은 다 듣고있었지. 고맙게 생각해."
 
나: "딱히 위해서 싸워준게 아니라. 자꾸 괴롭히니까 그렇지 ㅋㅋㅋ"
 
중국직원들: "그런 니가 회사 나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들도 다 나갈 생각이야. 우리도 무시받으면서 한국회사 못다니겠어."
 
나: "이봐이봐;; 나는 아직 젊어. 할 수 있는 일도 많아. 행여나 그럴거면, 다른회사 먼저 합격하고 나가던지 해."
 
중국직원들: "천진에 꼭 한번 놀러와. 잘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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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쉬려는 찰나, 호텔 문이 띵동띵동 거렸음. 열어보니 현장 중국제조팀 따거들이었음.
동생이 가는날인데, 대접하겠다는 거였음.
 
함께 KTV에 갔고, 노래방이지만, 노래는 부르지 않았음. 분위기도 숙연했고..
 
따거들: "동생. 우리도 이 회사 나갈 생각이야. 동생 없으면 우리도 미련없어."
 
나: "뭐래 형님들. ㅋㅋ 언제는 나 보고 회사 다녔수? ㅋㅋㅋ"
 
따거들: "이중에 정말, 절박한 애들 말고는 회사 다 그만둘꺼야."
 
절박하여 남아야 하는 따거들도 많이 미안해 했음.
이때, 살짝 무서웠음. 중화인들의 결속력이란....;;;;
 
그리고 노래 한곡을 불렀는데. 그때 듣고 가장 좋아하는 중국 노래였음.
따거들은 울먹울먹 하면서 해활천공(海阔天空)이라는 노래를 불러주었음.
 
"깜틴오...혼예로이혼 쒯피우궈~ 와이적 랑급류딕 썸워뷰유엔 펑~~" (대충 부르는 가사...ㅋㅋ)
 
중국이 너무너무 좋은 순간이었다고 할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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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복귀했음. 사무실엔 멘붕나간 대리 2명과, 과장, 신입사원이 있었음.
한국의 상황도 그리 편치 않았음. 각 부서에서 밀려오는 업무에 대응하기에 대리들의 분야가 너무나 달랐음.
본인은 조용히 사직서를 작성했음. 그걸 휘적휘적 걸어오시던 과장님이 보셨음.
 
과장님: "ㅇㅇ씨!! 회사 나갈려구요?"
 
나: "네.ㅎㅎ 박수칠때 떠나야죠. ㅎㅎ 이대로 떠나야 팀장이 다시는 대가리를 치켜들 기회가 없지요. 남을 죽이려면 나도 한칼 먹어야죠. ㅎㅎ"
 
과장님: "...ㅇㅇ씨..굳이 그렇게 안하셔도...;;"
 
나: "ㅎㅎ 저 인간은 실력이 전혀 없는 인간이 아니에요. 제법 자기 실력 믿을 정도는 되는 사람이지요.
      실력 믿고 지금까지 왔는데, 사원한테 개 처발리고, 만회 할 기회도 없이 평생 트라우마로 간직했으면 좋겠네요. ㅎㅎ
      제 복수는 절대 끝나지 않습니다. ㅎㅎ"
 
신입사원: "형님..형님 지금까지 중국소식 들으면서, 저는 자신이 없어요. 형님 나가시면 저도 나갈래요."
 
나: "그렇다고 다 따라나와 버리면, 내가 위험하지. 간격을 두고 하나씩 나오거라. ㅋㅋㅋ"
 
대리들: "ㅇㅇ아! 너 그만두는거야?"
 
나: "형님들도 잘 생각해보세요. 여기가 내가 헤엄칠 물인지, 아닌지. 그거 구분 못하다간 나중에 물위에 배 뒤집고 둥둥 떠다닐꺼에요."
 
대리들: "......"
 
나: "물론, 이제까지 제가 하던거 다 하셔야 될테구요."
 
본인은 여러개의 메뉴얼을 자체 제작했음. 본인이 없더라도 남은 사람들이 보고 세팅하거나, 조작할 수 있게. 그걸 대리들에게 만들어 줬음.
대리들은 몸서리치며 메뉴얼을 받아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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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의 찌질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음. 현장에 남아서 PLC대리와 말도 안되는 테스트를 수행하고,
지금까지 본인이 피력해왔던 문제들을 고스란히 똑같이 보고를 했음.
프로그램이 위험하다, 개선이 필요하다 등등. 마치 자신이 방금 발견한 따끈따끈한 정보인 마냥 보고서를 한국에 보내왔음.
팀장은 본인에게 참조를 넣지 않았지만, 항상 모든 메일은 본인의 손으로 들어왔음.
 
그럴때마다, 본인은 과거에 본인이 만든 자료들을 첨부하며. "이건 전부터 있던 문제이니 뒷북 치지 마세요~~" 하는 자료들을
첨부해줬음. 항상 메일은 전 회사인원 참조로 넣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팀장은 레이저 센서의 그래프를 열심히 찍어와서, (20가지 종류) 이 레이저 센서의 수치를 봤을때, Z축이 문제가 없는건 아니었다.
같은 변명도 서슴없이 했음. 그때마다 본인은 친절하게 설명을 첨부해 주었음.
 
"그래프를 뽑아온건 잘한 일입니다만, 해당 센서에 대한 파라미터 값은 하나도 첨부가 안되어 있네요? 파라미터에 따라 센서의 값이
 천차 만별인데, 센서 파라미터 속성에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그래프만 많이 찍는 부분은 심히 의미가 없다고 여깁니다.
 첨부드린 파일에는 해당 센서의 메뉴얼이 포함되어 있으니, 앞으로 그래프를 측정 하시려거든, 각 결과당 센서의 파라미터와
 센시티브를 꼭 함께 첨부하여 데이터를 만들어 주세요^^"
 
센서가 얼마나 파라미터가 많은데. 그래프 뽑는것도 상당한 노가다 였겠지만, 더 엄청난 노가다를 다 '무'로 만들어 버렸음.
 
그뒤로 더이상 그래프가 첨부된 자료는 오지 않았다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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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낼때는 팀장 승인이 있어야 했음. 본인이 귀국하고 2주 후에, 팀장이 복귀를 했음. 매번 어떤 데이터를 보낼때마다
그 데이터가 얼마나 의미가 없는 자료인지 돌려까는 본인 때문에 상당히 열이 받아있었음.
 
팀장: "야. ㅇㅇㅇ. 일로와봐."
 
나: "당신이 오시지? 나 사표쓸껀데 좀 돠주세요."
 
팀장: "ㅎㅎㅎ 너 그런다고 고용보험 타먹어 질거라고 생각하지? 그런거 타먹으려면 내 권한이 있어야대."
 
나: "고작 그까짓꺼, 20년 경력 발라버린 기쁨에 비하면 하잘것 없는 돈이지. ㅎㅎㅎㅎ"
 
팀장: "(불끈!!)"
 
나: "내가 남는 인원들 생각해서, 퇴사 사유에는 개인사유라고 적어줬으니 나한테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생활 하세요^^"
 
팀장: "........"
 
그리고 팀장은 싸인을 하려다 망설였음.
 
팀장: "뭐...나가는 마당에...더이상 얼굴 붉힐일은 없을테고.. 이거 확실히 결정하신거에요?"
 
나: "네. 결정한겁니다."
 
팀장: "어찌보면....우리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게 아닐까...싶기도 해요. 이 결정을 우리 둘다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구요."
 
나: "후회하겠지요. 우리가 뭐 때문에 이렇게 감정소모 해가면서 싸웠는지요. 우린 걍 남밑에 고용된 개미들인데. ㅎ"
 
팀장: "다시 시작해볼 생각은 없나요?"
 
나: "ㅎㅎㅎ 아마 안될거 같네요. 지금 팀장님 모습이 아마도 본 모습이겠지요. 저도 원래부터 이런 싸가지는 아닙니다.
      다시 힘든 상황이 닥치면, 지금 묻어둔 감정들이 언제 다시 고개를 쳐들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이미 잘못된 인연입니다."
 
팀장: ".....그럴지도요."
 
회장님에겐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음. 분명히 노발대발 하실거기에. 그래서 서류는 팀장에게 맡기고 회사를 나왔음.
대리들과, 막내, 과장님이 마중을 나왔음. 팀장은 사무실에 혼자 조용히 커피를 마셨음.
한명씩 인사하고, 회사 문앞에 큰절 한번 했음.
 
"그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줘서 감사합니다."
 
대리들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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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회사를 나온뒤엔 아무리 본인이라도 기분이 섭섭했음. 이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려는지 어느새 낙엽이...ㅠㅠ
천고마비의 계절답게 하늘은 맑았음. ㅠㅠ
 
본인은 조용히 짐을 정리하고, 당시 대학원 생활을 하시는 스승님의 집으로 갔음. 차마 고향 집으로 가지는 못했음.
그곳에서 지금까지의 썰들을 스승님과 나누고, 그 속에서 스승님의 위로와, 질책, 비판을 들어야 했음.
 
스승님께서 말씀하셨음.
 
"눈치가 빠르고, 상황파악을 잘하는 니놈이, 결국은 상황을 그따위로 몰고갔다는 사실에 심히 형이 걱정이 된다. 니놈 레이더가 고장이 난게야.
 당분간 딴데 취직할 생각하지 말고, 반성하고 수양해라. 그리고 고생많았다."
 
형님 말씀이 틀린게 하나 없었음. 그 사람들이 원한건 큰게 아니었음. 단지 한번임. 사람은 첫 인상에서, 첫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거임.
분명 상사들은 한번은 아랫 사람을 누르고 싶은 본능이 있는거 같음. 한번 누르고 나서, 안심하게됨.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하다.
사실상 부족한 사람이긴 하지만, 부족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임.
 
그때 한번, 고개 숙였다면 더이상 싸울일이 없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음. 1패만 기록하는 것과 40전40승 무패를 달성한 사람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본다면...40승 무패는 그 길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했을까 싶었음. 역시 사람은 적을 만들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음.
 
결국 나는 고삐풀린 망아지 마냥 날뛰기 바빴지 멀리 보지 못한 하수였다는걸 깨달았음.
그리고, 남들보다 못한게 뭐고, 잘하는게 뭔지 알게되었음. 아직까지는 다시 취직을 해서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인다는게 와닿진 않았음.
그래서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음.
 
"정말 니가 그렇게 잘난 놈이면, 회사에 안가고 혼자 살아도 자기 밥벌이는 하지 않겠는가?"
 
1개월동안, 스승님과 못다한 얘기, 사회에서 경험한 것들을 함께 나누며 마음을 정리했음.
본인의 수중에는 회사에서 1년 간 모은 2300만원이 전부였음.
 
일주일 고향에 내려가서 앞으로의 계획을 부모님께 말씀드렸음. 아무리 내 인생이지만,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아무리 어렵더라도 끝까지 공손한 자세로, 부모님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서 시작해야 인생이 잘 풀릴거 같은 기분이 들었음.
그리고 약속했음. 딱 1년만. 2300만원으로 하고 싶은걸 해 보겠다. 1년만 하고싶은거 해보고 부모님이 바라는 사람이 되어서 살아가겠다.
그리고 부모님은 허락해 주셨음.
 
그리고 서울로 상경했음. 마침 타이밍 오지게도, 고향에서 영화감독을 꿈꾸는 친구가 서울로 올라간다는 소식이 들려왔음.
그 친구와 서울에 방을 잡고, 함께 생활 하기로 했음. 또한 근처에 개인 사업을 하다가 망하고, 다시 재기를 꿈꾸는 고향 친구가 살고 있었음.
셋다 알고있는 친구였기에, 셋이서 살기로 결정했음.
 
친구들 도움을 받아서 화곡동을 돌아다니며 괜찮은 물건이 있는지 찾아다니기도 했고, 각 쇼핑몰 사장님들에게 연락해서
만나주시는 분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음. 근처에 중국인 유학생들을 찾아내서 어떻게 장사하는지 흐름도 읽어보고..
그렇게 3개월동안 머리가 터지도록 궁리를 했음.
 
그리고 개인 사업자를 내고 중국으로 다시 건너가게 되었음.
그렇게 잘난 놈이면, 잘 살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자신의 초라함을 뼈저리게 느껴보자!! 하는 마음으로 중국으로 건너가게 되었음.
내 나이 28살에 큰 결심을 하게됨.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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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와...무슨 글을 이렇게 많이 써왔는지...저 자신도 놀랍군영. ㅎㅎㅎ
그리고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도 대단하십니다. ㅋㅋㅋ 덕분에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지루한 지하철 시간에 여러분 댓들 읽는 재미로 얼마나 기뻤는지...ㅎㅎ
 
많은 관심 감사드립니다. 정말정말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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