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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전 직접 목격한 갑-을 역전 사이다 썰
게시물ID : soda_36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북치는청년
추천 : 30
조회수 : 6089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6/06/05 12: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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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건설회사 재직중임.

2년전 PJT 조직 상황을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원청
                              (갑 of 갑, 천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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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 
                              (본인이 여기 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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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군 협력업체 
             (실질적인 공종별 시공은 이 업체들이 한다고 보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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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군 협력업체
(사실 이쯤되면 특출한 기술을 가진 강소 or 중견기업 아닌이상 대부분 중소기업)
                     

     

어느 회사 어느 PJT든 마찬가지지만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지는 PJT는 절대 없음.

특히 건설업은 인건비, 장비 & 토지 대여비 등등 하루 공치면 1군 협력업체 한 곳당 수천만원이 정말 우습게 허공에 날아가버림.

500t 크레인을 3대 불렀는데 갑작스런 강풍 때문에 손가락만 빨다 공쳤다?

해당 협력업체 소장님 눈에는 피눈물이 흐르고 품 안에 넣은 사직서로 자꾸 손이가요 손이가.



그리고 중요한게 계약기간을 넘겼는데 일을 다 못 끝내면 신용도 신용이거니와

지체정산금이라고 계약금액의 일정 %를 날마다 내야함. 

바꿔말하면 예상했던 기간보다 시공을 일찍 끝낸다면 수천만원이 아니라 수억원까지 아낄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될때 무리해서라도 치고 나가는 경향이 강함.



문제는 독립공종이라면 상관없지만 대부분의 공종들이 대부분 얽히고 물려있으니

(한 예로 콘크리트 타설한다고 해서 건축업체가 타설만 하면 끝이 아니라 기계/배관/설비/전기 등등 타 공종에서

사용하는 컨딧 파이프, 설비 배관 등등이 지나갈 위치에 미리 슬리브를 설치해 놓아야 한다던지

어떤 기계를 자리에 앉혀야 전기/제어 공종이 그 후속작업을 이어 할 수 있다던지 등등)

한 공종만 미리 협의해서 잡아놓은 공정표 이상으로 치고 나가면 타 공종들이 피를 보게 됨.

경우에 따라서는 시공했던걸 다시 뜯는 경우도 있을정도.



그래서 시공사에서는 공종의 우선순위를 따져서 스케줄을 조정하고 서로간 협의해서

이건 이러하니 A업체가 먼저 치고 나가라, 저건 저러하니 B업체가 요건 요만큼만 미리 해놓고

바로 C업체가 죠걸 컨넥션하면 B업체가 다시 마무리하면 된다 - 이렇게 교통정리를 하는거.

중간중간 검수 및 검측 등등도 하고.  



근데 이렇게 서로 협의한걸 지키면 아무 문제 없는데 유독 한 1군 협력업체(이하 'A사'라 칭함)가 진짜 지 X대로 막 치고 나갔음.

이 A사의 A현장소장은 얼핏 보면 굉장히 일에 열정적인것 같지만 위에 말했다시피 혼자만 막 치고 나간다고 일이 되는게 아님.

A현장소장이 멋대로 일을 진행시켜서 맞물리는 다른 업체들 현장소장들은 

나가도 되지 않는 돈을 더 써가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음.



물론 협의한대로 하지 않고 왜 멋대로 진행시켜 다른 업체들 피곤하게 만드냐 왜 지시대로 안하냐 따지면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핑계대고 때로는 병원가네 본사에서 불렀네 하면서 잠수타기도 함.



A사 때문에 다른 업체가 일을 진행할수가 없어서 다시 뜯으라고 난리치면

A현장소장은 오히려 다시 뜯으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줄 아냐 니가 물어줄거냐

왜 제때 일 안해놓고 이제와서 지X이냐 식으로 적반하장.



덕분에 혼자 치고 나가는 A사 하나 때문에 타 공종들은 오히려 공정이 느려져서 현장 분위기 개판됨.

공문으로 A사 본사에 항의하면 지들은 공기 단축시켜서 돈 더 벌으니 들은척 만척.

그 와중에 원청에는 살살 꼬리치고 신발 핥핥하며 

'히잉 난 일 열심히 해서 공기 단축시킬려고 하는데 다른 업체들이 발목잡아요'

라며 수시로 어필하는 것은 덤.

원청에서는 A현장소장이 개객기인건 알지만 공기가 단축되면 자기들도 개이득이니 오히려 두둔.



기성 지급을 늦추거나 조건부 허가하는 방법으로 핸들링 하려 해도 

정말 귀신같이 본사에 로비를 해서 받을건 정말 칼 같이 받아감. 

높으신분 약점이라도 잡고 있나 싶을 정도.

다른 업체에서는 울며겨자 먹기로 쌩돈 들여서 추가공사.

이것만도 띠꺼워 죽겠는데 A사에서 해놓은거 조금이라도 손상시키거나 오염시키면 

득달같이 달려와서 온갖 지X발광을 함.



본인 상사들과 1군 협력업체 소장들은 

'와 C풋 건설업 경력 20년 동안 저런 참신한 강아지는 처음 봤다'

'세상에 지 혼자만 잘났지 아주 기냥'

'누군 몰라서 X대로 안 하는줄 아나 이 상도덕도 없는 XX'

뭐 대충 이랬음.



그 중에서 유독 공정상 A사와 자주 부딪히는 역시 1군 협력업체중 하나인 B사 현장소장이 있었음.

이 둘은 잊을만 하면 멱살잡이 할 정도로 사이가 아주 돈독했음.

오죽하면 A사가 멋대로 일 진행시켜서 X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일 없는 날에도 관리자 한명은 꼭 출근시켜서 감시하게 할 정도.



아무튼 시간은 게리롱후리롱,

그 X같았던 PJT가 기적같이 마무리 되고 얼마 안 있다가 A사의 본사에서 따낸 공사에 A현장소장이 부임했음.

그런데 그 공사의 원청이 B사고, PJT 팀장이 바로 B현장소장. (이하 B팀장이라 칭함)



본인은 본인이 속한 회사가 얼마간의 지분을 투자한 공사라 상사 두 분과 함께 그 현장에 감독, 기술고문 비스무리한걸로 투입.

뭐 공정을 맡은것도 아니었음. 안전조회도 참가 안하고 아무튼 새로운 공사에서는 할 일이 거의 없었음.

까놓고 말하면 걍 얼굴마담 정도? 

정확히는 X같았던 전 PJT 공사한 곳 근처라 유지보수 및 행정/사무처리 마무리 등이 주요 업무. 그리고 막내인 내가 거의 다했지



전 PJT에서 성과급 좀 받았는지 A현장소장은 싱글벙글.

새로운 공사 조직표를 보고 첫 미팅때 표정이 완전 '어익후 호구왔능가' (...)

근데 나와 상사 두 분은 저 XX가 얼마나 나쁜 XX고, 

B현장소장이 얼마나 이를 박박 갈았는지 닳을 지경이라는걸

뼈저리게 알고 있으니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되었음.  



그리고 기대는 빗나가지 않음.

A현장소장이 멋대로 하려고 하면 B팀장이 득달같이 달려와 동영상 촬영과 함께 증거로 남김.

나를 비롯한 상사 두 분도 맺힌게 많아서 그런일이 있으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서 


'아 A현장소장아 니가 멋대로 이걸 하면 저 C업체 작업하는데 에로사항이 꽃 피잖냐 몰라서 그러니 그런거늬~'

'전 PJT에서도 니가 그래서리 결국 설계변경까지 해야 했잖니 너으 머리는 장식인거니 그런거늬~'

'어제 회의한 내용도 벌써 까먹은거니 회의록에 싸인까지 해놓고선 그러면 앙대~'


라며 추임새를 넣어줌.



B팀장은 A현장소장이 멋대로 하려고 하면 물론이고

A사의 근로자가 고공작업 하는데 안전고리를 하나만 맸네? 작업중지.

A사의 근로자가 검사 안 받은 공도구를 사용하네? 작업중지.

A사의 근로자가 기초보건안전교육 이수증이 없네? 작업중지.

등등 완전 FM & 계약서대로 했음.

이렇게 초FM대로 진행한 덕분에 노동부 불시 점검이나 검찰 합동 점검, 안전관리공단 점검 등등도 

진짜 트집 하나 안 잡히고 무사히 넘어감. (공사중지 먹으면 손실이 수억원 우습게 넘어감 ㄷㄷㄷ)

때로는 A사의 본부장까지 호출해서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물론 본인과 상사분들도 참석해서 구경함) 조목조목 따짐.

그럼 A현장소장은 깨갱.



A현장소장은 지금까지 해왔던 편법이 도저히 먹히지 않으니 울상.

아마도 본사에는 얼마만큼의 공사비로 언제까지 이번 공사 떡칠수 있다 자신만만하게 이야기 해놨는데 

그게 안되니 쿠사리 엄청 먹은듯.

몇 번은 임금체불까지 해서 작업반장 몇 명에게 쌍욕 먹고 멱살 잡히기도 했었음.

당연히 이건 중대한 계약 위반사항.



그러다가 머리를 굴렸는데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물량 및 추가 투입인원을 속여서 기성검사원에 올림.

본인과 상사 두분, B팀장 + 직영 관리자 죄다 달라붙어서 한쪽은 품셈 펼쳐놓고 서류 검토,

한 팀은 설계도면과 줄자를 들고 파이프 하나하나 길이 재고 볼트 재질 하나하나에 

교차 검증으로 맨파워 공수까지 따져가면서 개소리라는 것을 밝혀냄. 

A현장소장은 B본사에다가도 로비를 시도했지만 전 PJT에서 맺힌게 많았던 B사, 


'미쳤냐?'


라는 B사 높으신 분의 한마디로 상황종료.



이렇게 되자 A현장소장은 정신줄 놓았는지 자기 아래 관리자들한테 공정 막 치고 나가라고 해놓고 

병원에 입원했네 누가 돌아가셨네 등등의 핑계로 수시로 잠수를 타기 시작함.

하.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1군 협력업체 소장들도 다 알고 있던 이야기.

무려 현장소장들이 현장에 상주하면서 원천봉쇄.

아무리 상사가 시켰어도 평균 30년 경력 베테랑들의 패왕색 패기와 정당한 논리에 지릴수 밖에. 



거기에 한번만 걸려봐라 하며 이를 갈고 있던, A현장소장에게 많이 빡쳐있던 C사의 현장소장.

병원에서 정밀검사 중이라는 사람이 취미생활을 영유하고 있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 

게다가 나쁜일은 몰아서 온다고 A현장소장이 데리고 있던 한 주력 협력업체가 부도가 나버림. 



멘붕한 A현장소장은 A사에 '나 그만둘래요 징징징' 했지만

A사에서는 그 현장으로 돌릴 현장소장급 인원도 다들 다른 현장 맡고 있어서 남는 인원이 없는데다가 

주력 협력업체 부도난 뒤처리도 해야 하고 계약위반인데다 결정적으로 B팀장이 



'이제 좀 사람 비스무리하게 만들어 놨는데 빼가실려고요오~? 

그럼 제가 차아암 슬퍼할거 같은데요오~?

감당하실수 있으시겠어요오오~~???' 



으앙 조땜.



A현장소장, 완전 공허에 잘 절여진 사람으로 변했음.




원래 FM 사나이었던 B팀장, A현장소장이 괘씸해서 초FM대로 나간것도 있지만

날씨도 많이 도와줬고 다른 업체들과는 별 잡음없이 최고의 품질로 공기를 단축시켜 공사 마무리 지음.

(다른 업체들은 죄다 개이득 봤는데 A사만 돌관공사를 많이 해서 기적적으로 간신히 본전치기 - 하지만 잃은 신용은?)

잘됐군 잘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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