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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김에 하나 더 쓰는 캠핑장 썰.
게시물ID : soda_41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깨를품은닭
추천 : 26
조회수 : 4574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6/08/06 22:23:47
지난 여름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갔음. 

계곡을 끼고 있고, 나름 수도와 샤워시설이 잘 정비된 곳이었음

매년 갈 때 마다 이용객들이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지 늘어나고, 그 때문에 시설들이 조금씩 망가지는게 보였음.

예로, 화장실에 세면대가 3개가 있는데 이 중에 2개가 모래와 자갈로 막혀있었음

화장실 거울에는 A4용지에 코팅까지 해서 '세면대에서 빨래하지 마세요'라고 되어있는데,

마침 양치질을 하러 치약 칫솔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아줌마 한 분이 하나 남은 세면대에서 손빨래를 하고 계심.. 

하아...

하나남은 세면대라도 지켰으면 하는 마음에, 

나는 '아주머니 여기서 빨래하시면 안돼요, 저기 두개도 다 막혔잖아요. 차라리 저기 옆에 샤워실이 배수시설이 좋으니까 그리로 가세요' 라고 말함.

그냥 알겠다고 하고 떠날거라고 예상했던 내가 바보였음.

갑자기 도끼눈을 뜨고 '너 몇살이야?'를 시전하며,

아줌마: '저거 두개 내가 막히게 한거 아니다. 남들도 여기서 빨래 해서 막히게 했는데 왜 나는 못하게 하느냐. 니가 뭔데 그런말을 하느냐.'

속사포로 따짐. 

그러더니, 내 팔을 잡더니 '너 이리 나와봐' 라며 화장실 밖으로 끌고 나옴. (읭?)

그러더니 언프리티랩스타 보는줄 알았음. 미친듯한 아우라로 니가 뭔데 나이도 어린게 어따대고 어른한테 훈계냐고 소리를 바락바락 지름.

화장실 주변 텐트에서 사람들이 고개 내밀고 다 쳐다봄. 구경거리 됨.

게다가 화장실 밖으로 데리고 나온게, 바로 옆에 가족 텐트가 있었나봄. 남편으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뭔일이냐며 달려왔으나 둘 문제라 못 끼어듬.

순간 일이 커진 것에 당황해서 나도 아군 좀 있었으면 했으나,

우리가족 텐트는 화장실 저 건너 물가 근처라 이 사건이 시작된지도 모르는 상황임. 

어차피 내편은 없군. 이라고 생각하고 왕년에 웅변학원 다녔던 추억을 떠올리며 복식호흡으로 사자후 시전함.

나: '아뉘! 아줌마가 세면대에서 빨래를 하니까 그렇죠! 잘못한걸 잘못했다고 말한건데, 부끄러운 줄 아셔야죠. 뭘 잘했다고 큰 소리예요!'

사람들이 수근대자, 아줌마가 더 큰소리로 맞대응하심

아줌마: '내가 그거 잠깐한다고 화장실이 막히나!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처음본 여자애한테 행동을 제지당한게 어지간히 분했던 모양임. 

나: 바로 코앞에 관리실에서 써놓은 경고문이 있는데, 그것도 못 보셨어요? 여기서 빨래하지 말라잖아요. 안그래도 세면대 하나 빼고 다 막혔구만!

아줌마: 니가 관리인이야? 왜 나서서 지랄이야?

그냥 옳다고 생각한 일이라서 행동한 일로, 욕까지 먹으니 진짜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름.00

그래서 잘못된 행동을 제지한 주체를 바꿔줘야겠다고 판단함.

나: '아 예. 그러면 관리인 불러올테니까 여기 딱 계세요'

아줌마: 불러와! 불러와! 누가 겁낸데? 

그래서 나는 주변을 향해 소리쳤음 ' 여기 이 아줌마 도망안가게 잘들 감시하고 있어주세요. 관리인 불러올 테니까!'

그리고 관리실로 가는 길에 우리 가족 텐트에 들러서 초스피드로 자초지종 설명했더니, 

부모님이 괜한일에 끼어들어서 기분 망치지 말라며 걱정하시며, 너무 오지랖 넓다고 되려 절 나무라심.

내 편이 안되어 주셔서, 그냥 뒤로 하고 바로 관리실로 가서 관리인 앞에서 자초지종 설명함.

근데 관리인 아저씨가 내 얘기를 듣고, 딱 한마디 던져준게 나한테는 너무 힘이되는 사이다였음.

아저씨: '허 고것 참 미1친年이네, 방귀낀놈이 성낸다더니!'

관리인아저씨께 여자화장실 세면대 2개도 막혔으니 손좀 봐주시라고 부탁드려서 바로 따라나오심.

그제야 얼굴이 밝아지며,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신나서 출발하는데

우리 가족들도 걱정이 되었는지 하나둘씩 일어나서 따라나오심. 아저씨랑 아빠 엄마 남동생까지 한 무리를 대동하고 기세등등하게 앞장섬

우리집 남자들이 덩치가 다 커서 마음은 착한데 외관이 위협적이라 그냥 뒤에 있어만 줘도 힘이 되었음.

그 화장실 앞으로 갔더니, 아줌마 사라지고 없음. 

어차피 아줌마 텐트 아니까 바로 그리로 갔더니, 눈을 안 마주치고 모르는 척을 하심.

관리인 아저씨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화장실에서 빨래 하시면 안됩니다!!!' 하시며 세면대 수리해주러 가심 (아저씨 감사합니다)

가족들 데려오니 내가 쪽수도 많겠다. 관리인 대동하니, 사람들도 다 수근거리겠다,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아줌마한테 한소리 하심.

아줌마 그제야 쭈구리 되어서 사과함.


그리고, 

다시 평화롭게 각자 캠핑을 하다가도, 내가 화장실만 갈라고 하면 엄마가 또 싸움붙이고 올까봐 걱정된다며 내 동생을 보디가드로 붙여줌ㅋ

근데 내가 그 근처 갈때마다 아줌마 안보임.

며칠 내내 나 피해다니는 듯해 보였음.

그래서 우리가족은 행복하게 잘 놀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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