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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 집안 아버지
게시물ID : soda_43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뽐보미뽐
추천 : 31
조회수 : 5592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6/09/12 21: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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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의 농담반 진담반의 단골멘트였다.

사대부 집안에서 그럴 수 있나! 양반이 그럴 수 있나! 

물론 아주 장난스러운 어투였지만 진심이었던.

 
(내나이 서른.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아궁이에 물끓여 씻던 우리 친가는

그때까지도 남여 밥상이 따로 올라왔던 집이었다.

그러므로 정말 진심. )



 
아빠의 멘트는 주로 밥상에서 툭 튀어나오곤 했다.


 
예를들어 

부침개를 했는데 간이 짜서 엄마가 간장을 놓지 않으면

"간장줘. 사대부가 전을 먹는데 간장없이 먹을 수 있나"


술을 많이 하시는 아빠를 위해 하늘색뚜껑의 소주를 사면

"허허~ 양반이 술을 먹으려면 빨간뚜껑은 먹어줘야지" 


등등의 아주 사소한데에서 나오는 고집ㅋㅋㅋㅋㅋㅋ 


 
몇년전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가족사진을 찍었다. 

사촌언니부부 지인의 사진관에서 촬영을 했는데

엄마의 메이크업, 드레스 착용을 준비중에 언니가 도착했다. 


언니는 그즈음 자신이 닭똥집을 튀겨먹는데 빠져있다며

닭똥집을 한가득 튀겨와 간식으로 먹으라며 내어줬다. 



그때 아부지가 한말씀 하셨다.

"간장없나? 간장이랑 소주 좀 사와라 뽐아" 

??????????????네?????????


사진관에서 닭똥집 튀김을 먹는 그림도 웃긴데 

간장과 소주를 사오라니.....


 
나: 사진 찍을건데 술드시면 어떡해요 안돼요. 간도 짠데 그냥 드세요~

아빠: 근처에 슈퍼 있으면 좀 사와봐~

나: 여기 우리집도 아닌데 무슨 소주에 간장이예요 그냥 먹어요 우리!

아빠: 그게 더 맛있어 가서 좀 사와.



이 대화를 두세번 반복했을까.

드디어 단골멘트가 나왔다.
 

아빠: 허허 사대부가 간장없이 어떻게 먹나!



늘 듣던 말이었는데 질려있었는지

그 날따라 내 입에서 한마디가 툭 나왔다.


"무슨 사대부가 맨날 먹는걸로 투덜투덜 불평이세요~!" 


 
질려있던건 나뿐이 아니었던지

같이 있던 여동생 사촌언니 우리엄마까지 

박장대소를 하며 내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짧은 한숨과 함께 닭똥집을 드시기 시작했고

저녁에 중국집에서 다같이 고량주로  마무리를 했다.


(애주가집안. 소맥먹고싶다. 모유수유 끊는 즉시 한잔하리라) 



그 후 정말 거짓말처럼 아빠의 입에서 사대부, 양반 소리가 사라졌다.



나중에 왜 요즘은 그 말씀 안하시냐고 여쭤보니

그때 그 말을 듣고보니 맞는말 같았다고 하셨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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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보니 재미도 없고 사이다도 없네요ㅋㅋ
 
그 당시에는 진짜 하루가 멀다하고 듣던말이라 시원했는데. 

심각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으니 오해마세요~!

모바일로 글을 쓰니 줄이 이상하네요 죄송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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