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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기끝나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했어요
게시물ID : soda_48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목중춤
추천 : 28
조회수 : 4213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6/12/21 03:10:57
저는 경북 안동 출신입니다. 
대학은 부산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학기가 끝나고 부모님이 절 데리러 와 주셨습니다.
8시. 해가 져서 하늘은 어두웠습니다.
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운전하고 계시는 아버지가 지루하실까봐 계속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정치 이야기가 나왔어요.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라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물꼬를 텄습니다.
참고로 제 기억 속의 부모님은 정말 바르고 올곧지만, 정치에는 관심이 없던 분들이었습니다.
성향은 보수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약간 궁금했습니다. 부모님이 이번 일에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엄마, 저번에 제가 시위하러 나갔을때 232만명이나 나왔대요. 뉴스 보셨어요?"
조수석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고개를 돌리셨는데, 차 안이 어두워서 표정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 너도 나갔다고 했지? 사실 엄마는 그 전날에 걱정이 많았다. 토요일에 춥다고 해서, 사람들이 덜 나오면 어쩌나. 그런데 232이라고 해서...엄마는 뉴스를 보고 울었단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따뜻했습니다.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 없이 운전을 계속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아. 우리 대신 나가줘서 고맙다. 그건 분명히 역사에 적힐 장면이었지... "
 "아니에요. 저도 이번 일 전까지는 관심도 없었고..."
 "...우리 세대는, 국회의원들하고 정치인들이 윗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올바르게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던 거야. 엄마도 어리석은 사람들 중 하나였어."
차가 터널로 들어갔습니다. 어머니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터널을 빠져나온 뒤에 다시 이어나가셨습니다.
 "너희들, 10대 20대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 관심을 끊어서는 안 돼. 투표 열심히 하고.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시민이라는데, 어리석은 선택을 다시 해서는 안 되겠지? 어떤 사람들은 나라가 안 망한 게 이상하다고들 하더라. 하지만 엄만 망해가는 중이라고 생각했어. 아니, 망해가는 중이었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안 망한 이유는, 우리 아들같이 바른 사람들 덕인 거야."
저는 아무 말 없이 창문에 머리를 기댔습니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관심을 가지게 된 저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한동안 차를 긁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만 울렸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대선 때, 부모님이 누굴 뽑으셨는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박근혜는 군대도 안 다녀왔고, 결혼도 안해봤고, 자식도 안 낳아봤는데 뭘 안다고 뽑혔을까요?"
그러자 조용히 계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버럭 하셨습니다.
 "야 임마. 말은 제대로 해야지!"
어머니와 저는 아버지를 쳐다봤습니다. 아버지는 앞을 보며 말하셨어요.
 
 "박근혜가 자식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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