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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사이다 썰#11-2
게시물ID : soda_68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30
조회수 : 294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4/03/08 11: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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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티몬의 이성끊기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았음. 내 옆에는 품바가 와서 같이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내앞으로 다가온 티몬이 말했음.


티몬: 야. OOO.


나: 상뱀 OOO.


티몬: 정비고로 따라와 이새끼야.


나: !?


품바: 왜?? 먼일인데?


나는 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 하고 품바에게 표정을 지어보임.


저 멀리 앞장서서 걸으며 포상으로 들어가는 티몬


티몬: 따라오라고 임마!!!!!!!


맞선임: OO야. 살살하고 와라. ㅋㅋㅋㅋ


나: 갔다오겠슴돠~ ㅎㅎ



 ***



정비고. 위치는 우리 부대에서 가장 구석에 위치한 은밀한 장소임. 포상(포를 보관하는 장소로 경주에 왕릉 처럼 생김)은 숲속에 있는데

하나 포상은 막사의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고, 둘 포상은 그 옆. 삼포상은 하나 포상을 넘어가야 있음.

즉, 삼포상 부터는 막사에서 보이지 않는 외곽임.


삼포상 앞에는 우리 수송차량이 지나갈수 있는 넓은 흙길이 있고 부대의 경계선인 높은 담벼락이 있음.

이 담벼락을 빙 둘러 걸으면 결국 입구 위병소가 나오고. 이 위병소 옆에 여섯 포상이 있음.

여섯 포상 입구 좌측 방향으로 오 포상. 오 포상 좌측에는 넷 포상. 


우리 정비고는 삼 포상과 넷 포상 사이 뒷 공간의 은밀한 숲속에 위치해있음.


한마디로 천해의 요새. 과거엔 이 정비고에서 운전병들의 구타가 많이 발생했다고 함. 결국 정비고로 따라오라는 말은

오늘 너를 제대로 조지겠다는 우리 운전병들 만의 '싸인' 이었음.

이건 포병들도 얼추 짐작하는 일이었고, 티몬이 외치는 소리는 다른 포병들 귀에도 들렸을거임.


그러나 모든 선임들은 나보다는 티몬을 걱정했음. 이미 일병 6호봉 시절부터 내 위 그 누구도 내게 시비를 걸지 않았으니까.

물론 선임병이라는 계급으로 찍어 누른다면 아무리 발랑까진 나라도 방법이 없음.


선임들은 일종의 '포기' 상태인거임. 일단 '명분'에 있어서 나는 절대 선임들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게 FM으로 행동했으니까.

갈굼을 통한 '정신' 공격도 절대 먹히지 않았음. 항상 여유로운 눈빛으로 자길 내려다보는 후임에게 쌍욕을 박아봐야

자기 입만 아프니까.


 ***



이전 분대장만 해도 어땠던가?


분대장: 야.ㅋㅋ 나처럼 작고 만만한 인간한테 갈굼 당하니까 인생이 X같지?

 

나: 아닙니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분대장: ㅎㅎㅎㅎ 비굴한 새끼. 다른 선임들한테는 그렇게 개기면서 나한텐 왜 못그래? 분대장 권한으로 영창보낼까봐? ㅎㅎㅎ

 

나: 그게 아닙니다. 정말 인생에 큰 도움이 되고있기에 그럴 수 없는겁니다.

 

분대장: 니가 말하는 인생의 큰 도움이 뭐냐? 인내심? ㅋㅋ 너 예전에 그거 버린지 오래잖냐?

 

나: 과거 학창시절...저 보다 힘없고 약한 친구들 많이도 놀리고, 괴롭혔습니다.

제 평생 남을 때릴줄만 알았지. 맞아본적도 없지 말입니다. 지금 그 소중한 순간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주신 겁니다.

군대가 아니면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어떻게 벌어지겠습니까? ㅎㅎㅎ 그러니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지 말입니다.ㅎㅎㅎ

(선임병 열받으라고 하는 소리니 독자님들 오해 없으시길..)


이 상황은 많은 선임들이 있는 앞에서 벌어졌고. 확실한 효과가 있었음. 당시 선임병들 중에는 나와 동갑인 고향 출신들이 있었고

밸트킴의 전설을 어느정도 알고있었기에.


한마디로 니네들이 이 '군대'라는 특수성 없이 인간대 인간으로 나한테 되겠냐는 무지막지한 도발의 말이었음.

드럽고 민망해서라도 나를 못갈구는 거임.



 ***



정비고로 가보니 마당에 티몬이 뒤돌아 서있었음. 저 뒷통수를 한대 쌔려주고 싶다... 생각하며 티몬에게 걸어갔음.


나: 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티몬이 휙 뒤로 돌더니 갑자기 주먹을 내 지르는거임!?!?

근데..얘는 살면서 일평생 남을 때려본적이 없었나봄. 동작이 너무 크다고 할까? 깡 말라빠진 자기 팔을 뒤로 풀 파워로 꺾더니

앞으로 쭈욱-!! 뻗는거임 ㅋㅋㅋㅋㅋ 이건 초등학생도 보고 피할 정도의 슬로우 펀치라고 할까?


나는 그냥 옆으로 휙 피했음. 그리고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였음.


나: 뭐..뭐하십니까?? ㅋㅋ


티몬은 재차 주먹을 내지르는데...아까와 같은 동작.. 풀 파워로 팔을 뒤로 꺾은 뒤 정권 찌르기-!!


다시 옆으로 피했음.


나: 아니;; 왜 그러십니까?? ㅡㅡ;;


티몬: 너 같은 잔대가리 쓰는 새끼들은 실제 쳐맞아 보면 정신을 차리지. 

ㅈ 같으면 한번 위로 찔러봐!!! 내가 분대장인데 그거 하나 못 빠져 나갈거 같냐?


나: 에이. 안찌릅니다. 걱정 마십쇼. ㅎㅎ


티몬: 이 새끼가 그래도 -!!


다시 날아오는 슬로우 정권 찌르기 ㅋㅋㅋㅋ


다시 휙 피하고 말했음.


나: 살면서 싸움 한번도 안해보셨지 말입니다 ㅋㅋㅋ 그거는 그렇게 하는게 아닌데 ㅋㅋㅋ


재차 달려드는데 더 설치게 둘 순 없고.. 그냥 티몬의 가는 손목을 살며시 움켜잡아 주었음. 꼼짝도 못하는 티몬.


티몬: 놔라!!!! 니 지금 선임한테 폭력 쓰는거다!!!!


나: 아놔....진짜..ㅋㅋ 아까는 나 같은 새끼는 쳐맞아봐야 정신차린다고 야성적으로 굴더니 쪼금 불리하니까 바로 '이성' 튀어나오네 ㅋㅋㅋ


티몬: 놓으라고 임마!


나: 싸움은 말입니다. 선빵이 중요합니다. 근데 시비 붙는 놈들은 왠만하면 자신이 있는 놈들이라서 선빵치기가 어렵습니다 ㅎㅎ

부지불식간에 정신줄 놓게 만들어야 되는데. 안맞아 준다 이겁니다. 이런건...ㅎㅎ 나 같은 전문가들은 알지 말입니다. 일반인들 싸움에는 선빵으로 주먹 내지르는건 하숩니다^^. 아닌 척 다가가서 박치기를 빡-!! 그 다음엔 바로 아사바리를 딱!! 하체에 자신이 없으면 손으로 싱글렉 걸어서 엎어 버려야지 말임돠. 그렇게 자빠지면 암만 잘치는 놈도 정신 못차리지 말입니다.? ㅎㅎㅎ 


잡은 손을 풀어주었음. 티몬도 이제 아는거임. 지가 무슨 발버둥을 쳐도 나한테 안된다는걸.


티몬: 나는 지금 포대장님 한테 간다. 내 권한으로 니는 전출이야.


나: 무슨 명분으로? ㅋㅋㅋ


티몬: 너는 대한민국 육군이. 감히 부대 밖에서 걸으면서 담배를 피웠지. 이건 군기강 문란이야. 나는 거기에 분대장으로써 교육을 한거고.

너는 거기에 반항한거지. 하극상이야. 알겠냐?


나: 아~ 그러십시오. 밖에서 걸으면서 담배핀 사람이 저 한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우리부대 상병급 이상은 다들 그러지 않았나? ㅋㅋ

뭐 그냥 다 같이 군기강 문란으로 군기교육대 짬밥 맛 좀 보고 오면 되지 말임돠? ㅋㅋ


티몬: .................;;


나: 설마 남자답게 저 혼자 갔다올거라 생각하신 겁니까? ㅋㅋ 

제가 왜 그래야 됩니까? 걍 다 불어버리고 내 고참들이랑 다같이 뒈.져버리는게 덜 억울하지 ㅋㅋ


티몬: 해보던가...!! 증거가 없는데...ㅎㅎ


나: 잘 모르시나 본데. 부대내 설문조사 해버리면 됩니다. 나는 내 선임이 밖에서 걸으며 담배핀 것을 본 적이 있다!!!! 일 이등병들 설문조사 해버림 됩니다. ㅋ


티몬: 이새끼 보안 완전 무시하네 ㅋㅋ


나: 와. 이분 요즘 애들 완전 무시하시네^^.  밑에 애들이 누굴 더 따르는지는 눈치 있는 사람이면 다 아실테고. 

당장 우리 맞선임부터 우리 분대 이등병들까지 과연? 내 손을 들어줄지, 기존에 ㅈ 같던 선임병들 손을 들어줄지? ㅎㅎㅎ


티몬: .......................;;;;;


나: 나 하나 잡자고, 그동안 같이 고생했던 동기들, 고참들 다 피해주고나면. 과연 남은 군생활 어께펴고 쉬다 갈 수 있을지? ㅋㅋㅋㅋ


티몬: 이....개...O...끼.....


나: 그라고 ㅎㅎ 남자새끼들이 비겁하게 구라는 치면 안되는건데.ㅋ 대한육군 군생활 말년까지 와서 불X떼고 포대장한테 뭐라 보고 하실라고? ㅋ


티몬: ...............;;


나: 당장에 동기인 품바는 걸으면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그래 상병단 기념으로 걸으면서 담배피는 나 하나 눈꼴 시려워서. 

그거 하나 못하게 할라고 혼자 찌질하게 열폭하다가 그래도 이새끼는 하나도 흔들리는게 없고!!!!

분과원들 앞에서 자기 혼자 생쑈한게 쪽팔려서 ㅋㅋ 그 후임한테 먼저 주.먹.질.했.고!!!!


티몬: .................


나:  근데 후임이란놈은 때리면 맞아 주지도 않고!!! 너무너무 속이 상해서 이런 후임이랑은 도저히 남은 군생활 3~4개월도 못하겠쯉니돠 ㅠㅠ 그 오랜 군생활 참아 왔는데 말이야 ㅋㅋㅋ 뭐 이렇게 보고해야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거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


슈아아아아아~~~~!!!


눈이 벌게진 티몬의 회심의 정권 찌르기가 다시 날아왔음. ㅋㅋㅋ


이번엔 피하지 않고 그의 슬로우모션 얇은 팔뚝에 손망치를 제대로 꽂아줌.


티몬: !!!?!?!?


[나는 막은거야 ㅋㅋㅋ]


그때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음.


야!!!!!!!!!!!!!!!그만해!!!!!!!!!!!!!!!!!!!!!


돌아보니 넷포 분대장이 달려오고 있었음. 넷포 분대장은 티몬의 동기임. 아마도 티몬이 걱정되서 주변을 서성거린듯.


넷포 분대장: 야. OOO 너 임마.....아오.....진짜.....


나: 잘 못들었슴돠?


넷포 분대장:  내가 쭉 듣고있었는데..그래..티몬이 잘못한건 맞아...근데 너는 와아...진짜 답없는 새끼다........


나: 제가 말입니까? ㅋㅋ 그러시면 가서 포대장한테 찌르십쇼 ㅎ 상관 안합니다. 누가 피똥싸게 될지 ㅋ


넷포 분대장: 그래 임마!!! 피똥은 우리가 싸겠지!!! 씨O새.꺄!!!!


나: 답이없다? 허허. 애초에 같잖은 부조리에 말년까지 굴종하고 살던 인간들이. 나더러 답이없다?? 지나가던 개가 웃것네 ㅋ


넷포 분대장: .................


나: 나는 단 한번도 내가 겪은 부조리 후임들한테 풀어본적 없고!!!! 단 한번도 짬 먹었다고 내 직무 소홀하게 한적 없고!!!

단 한번도 선임들이 시키는 일 안한적 없는 사람인데!!! 자기들 겪은 드러운 군생활 밑에다가 풀면서!! 

그것도 자부심이라고 말년 대접 쳐 받고싶어 하는 것들이 답이 없겠지!!!!!!!!!! 드러운 패배자 새끼들.


넷포 분대장: 야..티몬. 가자. 우리 말년인데 저 새끼랑 엮이지 말자고.


티몬: ..........야...니 새끼...그래...ㅈ나 영리하다잉?


나: 아이고~ 감사합니다^^ 어디 남은 군생활 편~~하게 보낼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지 말입니다? ㅎㅎ


그때 생각없는 품바가 넷 포상 언덕을 훌쩍 넘어오며 말했음.


품바: 야야... 그냥 살아. 떠날놈은 떠나고 남을놈은 남으면 되지 왜 열을 내고있어들.


이새끼들 다 보고 듣고 있었네? ㅋㅋㅋㅋ



***



그날 티몬은 심마에 걸린마냥 하루죙일 멍때리고 있었음. 영리하고 생각이 많은 놈이라 위로 찌르지도 못했음.

사실 나는 간담이 서늘했었는데 ㅎㅎㅎ. 이 군대라는 조직 자체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명분이고 나발이고 그런건 사실 없음.

걍 하극상 했다고 배째라고 찌르면 나는 상당한 피를 흘려야 했음.


다행히 티몬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친구였고. 그것이 이 일이 묻혀갈 수 있도록 해주었음.


그날 밤 야간 위병근무를 마치고 후임과 장난치면서 복귀하는 길목에 티몬이 나와있었음.


티몬: O투! 나랑 뽀글이 하나만 말아먹자.


나: 네.



 ***



티몬: O투. 나도 이제 말년이고, 군생활도 얼마 안남았는데. 뭐 다른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건 아니다.


나: ?


티몬: 미안하다고.


나: ??!?


티몬: 사회 나가면 친구니까 우리 말 놓자. 그냥 솔직하게 말할께. 니 말이 다 맞다. 나도 생각없이 이등병때 부터 밑에 애들 갈구고..

그래..위에 선임병 새끼들한테 숙이고..드럽게 군생활 했지. 다들 그랬고...


나: ...............


티몬: 니 하고 니 맞선임 보면서 ㅈ나 마음에 안들었다. 생각해보니까 배가 겁나게 아프더라. 너네 처럼 군생활하면 절대 

못살아 남는다고 생각했는데. 너네는 진짜 재밌게 잘 지내더라. 


나: ㅎㅎㅎㅎ


티몬: 나도 분대장 달고...이제는 다르게..잘 풀어볼라 했는데.. 바보랑 간디 부터 해서 아무도 마음을 안열더라.


나: 그간 니가 한게 있지 임마. ㅋ


티몬: 나도 ㅈ같은 군생활 이지만..좋은 추억 만들고 가고싶다. 너네한테 마지막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가고싶다..


나: ...................


티몬: 남은 기간동안 내 쫌 도와주면 안되겠나?


나: 새끼. 쉬운일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네.  그라면 내일 분과원들 모아놓고 허심탄회하게 커밍아웃해라. 이제 다들 상병, 상말들인데 

뭐 옛날일 그렇게까지 꽁꽁 싸매고 있을 놈들 없다 ㅋ


티몬: 고맙데이 ㅋ 아! 그리고.....


나: ??


티몬: 나도 컴공이데이!! ㅋㅋ


나: 뭐!? 이런!! 완전 동지네!!! ㅋㅋ



 ***



다음날 우리는 운전병 일조점호를 건너뛰고 정비고에 모였음.

티몬의 커밍아웃은 바보와 간디에 대한 사과의 말로 시작했음. 그동안 미안했고 자기가 비겁했다고.

바보의 입이 씰룩 씰룩 했음. 그 한이 조금 풀렸을까? 바보는 바보답게 바로 마음을 열었음.


바보: 그럼 이제 말년이니까 형이라고 부른다? ㅋ


티몬: 진즉에 형이라 하랬자나!!!


간디: 그럼 나도 형이라고 부른다?


티몬: 들어온나! ㅋㅋ


티몬은 큰 욕심을 부리진 않았음. 딱 1달만 분대장으로써 자기가 후임병 시절부터 생각해오던 시스템으로 

분과 생활을 해보고, 미련없이 바보에게 분대장 자리를 넘기는 것으로.


그렇게 티몬의 정식 분대장 첫날. 

그래..!! 우리 티몬 하고싶은거 다해!!!!!


티몬: 일단 제일 해보고 싶은게 있었지. O투 이 씨O새끼야 엎드려 ㅋㅋ


나: 상병 OOO 엎드려.


티몬: 관리 안한 맞선임 새끼도 엎드려.


맞선임: 에이 ㅅㅂ.....상병 OOO 엎드려.


바보: 어.. 티몬형. 왠지 나까지 기분이 좋다? ㅋㅋㅋ


간디: 저 새끼들 빠지긴 빠졌지 ㅋㅋㅋ


티몬: 와...이놈에 족보정리 진짜 오래 걸렸다. 이제 제대로 분과생활 한번 해보자!! ㅋㅋ


쓸데없는 가오를 벗어던진 티몬은 정말 괜찮은 친구였음. 특히나 유머와 위트가 넘쳐서 

분과원들에게 큰 웃음을 줄 줄 아는 캐릭터였음. 그는 정비고 창고의 배치를 나름 생각했던 효율적인 방식으로 바꾸거나

그간 군생활하며 본인이 정리했던 정비 방식들, 관리방식들 같은 노하우를 공책에 정리해서 분과 정비고에 배치하기 시작했음.


나: 와 이 몬땐 새끼. 좋은거 다 알면서 안풀고 쟁여놓고 있었네?


티몬: 공짜로 줄 순 없지!!!


물론 우리는 더 효율적인 방법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1달간의 분대장 소원에 테클을 걸순 없었음.

티몬은 자기가 원하던 분대장 역할을 하며 스스로 만족했을까? 내가 볼땐 꽤 괜찮았을거 같은데 그럼에도 아쉬운게 많았던거 같음.


아쉽게도 그의 말년휴가와 나의 상병 정기휴가가 겹쳐서. 티몬의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낼 수 없었음.

대신 티몬의 마지막 밤은 바보와 간디가 좌/우로 같이 누워서 많은 이야기를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고 함.


그는 분과원들과 부대원들의 마지막 경례를 받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위병소를 걸어나갔다고 맞선임에게 들음.

정이 많은 친구였음. 


근본부터 나쁜 사람이 아니었고 그저.. 세상을 잘 몰랐다고 할까? 

그저 얕보이고 싶지 않아서 후임들에게 쌔게 나갔고 선을 그었음. 얕보이면 당하는 세상이라고 추상적으로 알고 지낸거 같음.

위로는 그냥 따르면 뭐든 잘 될거라고 생각했던거 같음. 그걸 군생활을 하며 점차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종국에는 나와 막장 상황까지 가면서 깨닫게 된거임.


아마 티몬은 그가 원하던 가치있는 군생활 2년이란 목표를 달성한거 같음.

군생활을 하며 자신이 주도하는 '내'가 있는 세상을 배워간거 같음.



 ***



이후 2010년 나도 전역을 했음. 티몬은 간간히 연락이 왔고. 원격으로 내 대학교 프로그래밍 과제 같은걸 대신 해주거나 ㅋㅋㅋ

노예처럼 내 학점에 노동력을 제공했었음. 이 친구는 김O에 있어서 천O에 있는 나와 오프라인으로 만남이 어려웠으나 

온라인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냈음.


S전자에 입사했다는 얘기를 끝으로 1년에 한번 정도 연락하는 사이였는데. 

잊을만 하면 한번씩 연락이 옴. 


지금도 바보나, 간디, 나, 맞선임의 생일이 되면 카톡으로 선물을 보내오고 있음. 

매년은 아니고 정말 잊을만 하면 ㅎㅎㅎ


그가 우리와의 안좋은 군생활보다 짧지만 정말 허심탄회하게 즐거웠던 남은 3달을 더 깊게 기억해 주는거 같아

항상 감사한 마음임.


잘 살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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