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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권하는 사회
게시물ID : sports_470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세비야
추천 : 7/11
조회수 : 91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1/05/25 07:41:48
물론 개인적으로 송지선 아나 자살 무척 슬프게 생각합니다.
또 수많은 자살한 연예인들 가수들 모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자살에는 은근히 자살을 부추기는 사회분위기가 있음을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카톨릭교의 경우 자살을 큰 죄악으로 생각하여, 자살한 사람은 성당 묘지에 묻어주지도 않습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요. 

자살하면 일단 고인에 대한 그 모든 불명예와 의혹을 언급하는 것 조차 금기시됩니다. 

송지선 아나에 대해서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자살한 사람의 죄는 물어서는 안되며, 자살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궁극의 방법이다' 라는 사회적 암묵적 약속이, 명예를 더렵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자살을 권하는 무언의 압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과거 조선시대에 부녀자는 은장도를 악세사리로 차고 다녔지요. 은장도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자신의 정절이 더럽혀졌을 때 자결하자고 있는 물건 아닙니까? 

말하자면 유교적 도덕 아래에서는, 여성의 정절 (일반적으로 개인의 명예)가 위협받았을 때 자결하는 것은 구성원의 사회적 지탄에서 구원해줄 수 있는 합당한 방법이라는 의미지요.

얼마나 섬뜩합니까, 은장도라는 것은. 실수하여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강간당했을때, 자신의 목숨을 버림으로써 정절을 수호하라는 얼마나 가부장적인 사회적 폭력입니까. 원리주의 이슬람의 명예살인과 무엇이 다릅니까. 

자살하는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정, 죄 사함, 신성화는 결국 명예를 더럽힌, 혹은 궁지에 갇힌 사람들에게 자살을 매력적인 대안으로 제시함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최초의 연예인 자살 케이스인 서지원의 경우 어떠했나요. 인기를 잃어가던 아이돌 가수였던 서지원이 삽시간에 미디어에 오르내리며, 숱한 유명 동료가수들이 '위아더 월드' 수준의 추모곡을 만들어 바치고, 마치 순교자인양 (무엇의?) 미디어에 의해 숭앙되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큰 감동을 받았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명예가 더럽혀 졌다고 생각되거나, 어떤 실패에 부딪히면, '아 내가 죽으면 나는 사람들의 기억속에 영원히 순교자로, 피해자로, 제임스 딘으로 남을 것이다'라는 낭만적인 자기파괴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요. 

저를 포함한 우리 사회는 궁지에 몰린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에 간접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글을 쓰는 저만 해도, '아 얼마나 괴로웠으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뛰어내릴정도로 겁에 질렸던 그 여자분, 너무나 가엾고 너무 슬프다.'이런 생각으로, 심장이 물리적으로 아픈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이런 카타르시스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어떤 '사회적 보상'을 받고 있다는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제발 자살을 미화하지 맙시다. 자살한 분들을 신성시하고, 동정하지 맙시다. 그래서 더 이상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합시다. 유교문화에 대한 순기능도 많지만, 이런 극단적 방법을 통한 사회통합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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