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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흔한 마왕에 대한 추억팔이
게시물ID : star_2597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쭙쭙
추천 : 3
조회수 : 3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28 09:15:16
몇 년도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마왕은 음악도시의 시장님이었고,
그 날 저녁 밥상에서 배추김치와 깍두기 찌꺼기를 한 통에 쓸어담는 엄마에게
구질구질하다고 그냥 버리라고 미친년처럼 짜증을 내고 방으로 들어와
습관처럼 라디오를 켜고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던 참이었다.
 
그 날 음악도시의 오프닝은, 마치 나한테 들으라는 듯한 한 마디였다.
 
 
....엄마는 썩은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 그래. 사실은 그게 오프닝이었는지, 중간에 나온 한 마디였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 한 마디에 욱하고 엄마한테 미안해서 방에서 혼자 훌쩍였던 기억만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느덧 삼십대 중반이 된 나는 오랜 자취생활에 쩔어서
소녀였던 내가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했던 그런 일들을
여러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해치우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가끔 남은 김치 찌꺼기를 찌개용으로 한 데 몰아 담을 때면
그 때 생각이 나서 피식 웃으며 덩달아 마왕이 생각나곤 했었다.
 
아마 앞으로도 무언가를 하다가 덩달아 그가 생각나서 피식 웃는 일이 많겠지.
 
 
너무 허망한 그 죽음 앞에, 스스로 그것 하나 위안하며 보내야 할 것 같다.
당신은 쉽게 잊혀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아 씨발 마왕 목소리 듣고 싶네.
이러면서 술 마시다 틈틈이 그의 노래를 틀어댈 거라는 거.
 
 
 
하늘이 땅에 필요한 사람을 너무 욕심내서 추려내 가는게 원망스럽고 화가 난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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