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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문학도가 본 아이유와 <제제>, 그리고 <나의라임오렌지나무>
게시물ID : star_3284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3D안경
추천 : 21
조회수 : 1737회
댓글수 : 111개
등록시간 : 2015/11/06 00:38:06
안녕하세요. 지나가던 흔한 눈팅잉여입니다.
지금 아이유의 이번 앨범 수록곡 제제라는 곡에 대해 논란이 큰데...
무슨 일인가 조금 살펴보면서 들었던 생각을 얘기해 보고 싶어서 글을 써 봅니다.
내용 자체가 아이유의 쉴드로 느껴지실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판단한 내용이니 너무 색안경 끼고 보지 않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주로 문학, 특히 소설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원래 성격이 하고 싶은 것만 하는 타고난 잉여라 재밌는 것 위주로만 공부했고
역시 졸업할 때도 졸업논문 대신 단편 소설을 졸업작품으로 제출할 정도로
소설을 사랑합니다.

전 아이유의 노래도 좋아합니다. 예전엔 아이유 전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놓고 들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아이유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근데 어떤 가수든 마음에 들면 전곡을 듣는 게 취미라... 특별한 마음 같은 건 없습니다.
그리고 연예인들의 사생활 같은 건 전혀 관심도 없고 딱히 누군가에게
애정을 가져본 적도 없습니다.
하여간 아이유에게 호감은 있지만, 딱히 쉴드 칠 정도의 팬심 같은 건 없습니다.

자기 소개는 이 정도로만 하고...

우선, 제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감명 깊게 읽은 것은 대학 때입니다.
어렸을 때 접한 적은 있지만, 별로 흥미로운 책도 아니었고
내용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 깊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학 전공 수업 '아동문학' 시간에 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주제로 다루게 되어
다시 읽게 되었을 땐,
이게 이런 이야기였나 새삼 놀랐고 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가난한 소시민 가정에서 태어난 '제제'라는 아이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여주어
"아이란 작은 어른이 아니다.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라는 메시지를 시종일관
전해주던 주제의식이 뚜렸한 작품입니다.

제제는 호기심 많고 활동적이며 똑똑하고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입니다.
하지만 1900년대 초 브라질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많은 관심과 사랑은 받지 못하고,
오히러 사고뭉치 취급에 심지어 폭력과 학대를 당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작품은 어느 정도 극적인 환경 속에 주인공을 밀어 넣어
'아이의 아이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환경'이
아이라는 존재에게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100여년 후인 지금이야 작품 속의 학대가 '아동학대'라고 불리며 큰 범죄라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지만
소설 속 배경인 당시에는 현재와 같이 천인공노할 죄라는 인식이 없었고,
제제의 아버지도 평범한 아버지였지만, 실직한 뒤로 그 스트레스를 가정폭력으로 풀던
어느 정도 전형적인 '무력하고 한심한' 인물입니다.
제제를 폭행하는 형제들도 애정을 받지 못하고 학대당하는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폭력성'을 보여주는 어쩌면 '평범'하다 말할 수 있는 인물들입니다.

앞에 작품 안에서 제제가 놓여진 배경이 엄혹하지만 어느 정도 전형적인 환경이란 것을
구구절절 늘어놓은 것은, 사실 이 작품의 핵심은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이 아닌
"아이란 작은 어른이 아니다.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아이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환경이 얼마나 아이에게 폭력적인가"라는 것이지,
단순히 "불쌍한 제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라는 작품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서론인데... 참 제가 보기에도 구구절절 서론이 기네요;;;;

하여간 이런 제가 아이유의 제제라는 곡과
제제라는 곡에 페도필리아적인 면이 있다고 문제제기한 글들,
그리고 아이유의 인터뷰 기사 내용을 보았습니다.

우선 저에게는 제제라는 곡에서 페도필리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작품 전체적인 내용은 전혀 없고 '제제'와 '밍기뉴'의 관계를 서로 밀당하는 남녀의 관계로만
해석한 어찌보면 가벼운 내용의 가사만 보였습니다.
<제제>라는 곡의 가사를 보면 곡의 화자는 등장하는 남성을 '제제를 닮은 남성'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그에 비춰 화자 본인을 '밍기뉴를 닮은 여성'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곡 <제제>에 등장하는 제제는 소설 속 5살짜리 꼬마가 아니라,
곡의 화자가 그 모습에서 '제제'를 떠올리게 만든 순수한 듯 하면서도 영악한 면이 있는 어떤 남성이라는
것입니다.

뭐 지금 게시판 여론을 보면 제 의견에 공감할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제가 느낀 솔직한 감상은 이 정도입니다.
사실 제가 굉장히 감명 깊게 읽은 작품인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라는 작품을 모티프로 쓰여진 곡이...
그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는 보이지 않고
단순이 겉으로 보이는 일부분만 가지고 전혀 엉뚱한 느낌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참....
괘씸한 마음도 들고.... 작품을 다시 한 번 깊게 읽어보라고 잔소리도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만...
사실 문학도의 관점으로.. 아이유의 저런 발상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못 할 발상'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적 발상'의 관점으로 봤을 때, 할 수는 있지만 수준이 높지 않은 아이디어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페도필리아'라는 끔찍한 것으로 몰리고 있는 현재 상황은...
제가 보기엔 좀 과도하다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여러 요소들. 로리타를 떠올리게 하는 사진.
이번 앨범의 주제의식이 느껴지는 사진이나 가사들을 언급해 주셨고,
저도 그것들을 보면서 그런 것들이 전부 오해는 아니고,
어느 정도는 이번 앨범에 의도적으로 그런 것들을 담았다는 점은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아이 같은 외모'의 '성인'인 아이유가 본인의 고민이나 컴플렉스를 담은 앨범이 아닌지,
혹은 아이유 본인이 '아이 같은 순수함을 지는 사람'에게 끌리는 취향이 곡들로 표현된 것은 아닌지...
이런 고민 없이 가장 자극적이고 뜨거운 문제인 '페도필리아'로 확정지어버리는 것이 과연 바른 일인지... 
이것이 과거 '씹선비'라는 불쾌한 별명이 생기게 한 필요 이상의 '진지 먹음'은 아닌지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제 가입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오유를 꽤나 오래 전부터 들락날락했던 놈입니다.
그리고 '씹선비'란 말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진짜 '씹선비'짓을 했던 어찌보면 원조 '진지충'이었습니다.
오유를 처음 들락거리던 20대 초반에 전 좋게 말하면 '바른생활 사나이'였고,
주변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조금 피곤한 놈이었습니다.
이런 점은 오유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지금 계정의 리플리스트엔 없지만,
과거 비로그인으로도 댓글을 쓸 수 있을 때는 수없이 많이 진지를 먹었었습니다.

그러나 '씹선비'라는 말이 생길때 쯤..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일이 많아졌고, 지금까지 제가 옳다 떠들고 다닌 것이.....
과연 얼마나 고민하고 내린 결론으로 다른 사람에게 잣대를 들이댔는가,
아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경솔히 사람들을 평가하고 잔소리를 해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불킥도 많이 했습니다. 
샤워하면서 터져 나오는 괴성을 억지로 참는 일도 많았습니다.
없는 글솜씨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타이핑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다른 분들도 나중에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게... 많이 심사숙고해서
미래의 본인에게 부끄럽지 않게 이번 사건을 보고 판단하셨으면 해서 이렇게...
오밤 중에 거의 50분 가까이 이런 글을 두드려 보았습니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맥주를 몇 잔 마셨는데..
이 글 쓰면서 취기가 다 날아갔네요.
쓸 데 없이 긴 글.. 다 읽어주실 분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좋은 가을 날, 이 좋은 밤,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시길 빌며,
또 밤 새시는 분들은 재밌고 즐거운 밤 되시길 바라며
이만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아직 아재는 아닌, 파릇파릇한 30대 남정네의 술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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