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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새論새評] 제제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게시물ID : star_3333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디안샤오
추천 : 11
조회수 : 700회
댓글수 : 30개
등록시간 : 2015/11/19 14: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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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생. 서울대 미학과.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철학과 박사 수료. 중앙대 겸임교수. 카이스트 겸직교수아이유 ‘제제’는 특정 인간형 가리킨 것

소아성욕으로 보는 시선 자체가 변태적

출판사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 주장은

아이유 옹호자 아동 성폭력 방조범 몰아

“아이유님,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 해프닝은 이 짧은 문장으로 시작됐다. 출판사에 따르면 “제제가 순수하면서도 심한 행동을 많이 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심각한 학대에 따른 반발심과 애정결핍에 따른 것인데 (…) 이를 두고 잔인하고 교활하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원작 속의 제제는 실제로 ‘잔인하고 교활’하다. 그는 그런 자신의 면모를 ‘마음속의 악마’가 시키는 짓이라 변명하기도 한다. 그 악마성이 어디서 온 것이든 그의 마음속에 악마가 있는 한,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말하는 그의 ‘잔인하고 교활’한 면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유는 출판사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제제가 잔인하고 교활하다고 비난하는 게 아니다. 그 반대로 그 악마성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 악마성 때문에 제제라는 캐릭터에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고 말할 뿐이다. 굳이 ‘낭만주의적 반어’를 얘기할 것 없이, 그냥 초등학교 마친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제제’가 출판사의 말대로 꼭 ‘다섯 살짜리 아이’여야 하는가? 그것도 웃기는 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총 4부작으로, 제제가 10대를 거쳐 성인이 되는 전 과정을 담고 있다. 그 출판사에서도 <햇빛사냥>과 <광란자>에 각각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2, 3’이라는 레이블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아이유는 자신의 ‘제제’가 딱히 동화 속의 제제가 아니라 그를 닮은 특정 인간형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실제로 출판사 스스로 말하듯이 이 작품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면, 아이유의 ‘제제’는 작가와 같은 유형의 캐릭터를 가리킨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바스콘셀로스가 다섯 살인가? 

압권은 그다음이다. “망사 스타킹을 신기고 핀업걸 자세라뇨.”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아이유가 다섯 살 사내아이에게 성욕을 느낀다는 얘길까? 아니면 그 앨범 커버가 이 땅의 소아성애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한 은밀한 포르노라는 얘길까? 내 눈에는 그 그림에서 소아성욕을 보는 그 사람들이야말로 변태로 보인다.

‘핀업걸 자세’라는 말도 우습다. 검색을 해 보라. 핀업걸 자세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핀업걸은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자세로 묘사된다. 아마도 2차대전 당시 비행기 노즈에 그린 그림들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당시 조종사들은 핀업걸을 섹스심벌보다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애국적 여성’으로 여겼다. 

비약에 비약을 거듭한 끝에 출판사는 마침내 결론에 도달한다.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 이 단순무식한 문장은 깊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일부 대중의 손에 서슬 푸른 단죄의 칼을 쥐여 주었다. 이 선무당들의 푸닥거리 앞에서 아이유를 옹호하는 자는 졸지에 아동 성폭력 방조범으로 몰리게 된다.

“표현의 자유도 대중들의 공감하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해괴한 소리다. 대중의 공감을 받아야 표현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자유’가 아니다. 자기가 공감 못 한다고 남에게 표현도 못 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참고로, <디워> 때 나는 ‘대중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 잘난 대중들 다 어디 갔는가?

결국 출판사는 사과를 하며 자신들의 해석을 그저 ‘하나의 의견’으로 여겨달라고 요구했다. 물론 그들에게는 ‘의견’을 낼 자유가 있다. 그들에게 없는 것은 그 말도 안 되는 ‘의견’을 남에게 강요할 권리다. 나는 그들의 ‘의견’은 존중하나 거기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왜? 그 의견이 ‘김추자 춤=간첩신호’설(說)만큼 황당무계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느 이슬람 국가의 고위 성직자가 만화영화 <포케몽(포켓몬)>의 방영이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그 안에 ‘진화론’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의견도 내 눈엔 수준이 이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매일신문 - ww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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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핀업걸 포즈들.... 혹여라도 주위에 어린 아이가 저런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 꼭 교정을..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88&aid=0000419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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