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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따뜻한별들
추천 : 6
조회수 : 31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2/18 22:54:55
별 일 없이, 매일처럼 뉴스를 찾다가 익숙한 이름과 그룹을 본다.
샤이니, 종현.

나는 보이그룹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방탄소년단이 처음 나왔었고, 나를 포함하여 생활관의 모든 장병들은 방탄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체널을 돌리기 일쑤였다. 재빠르게 돌리지 않은 막내는 눈치가 없다며 놀림받기 일쑤였고, 나는 기꺼이 그 선봉에 섰다. 그만큼이나, 나는 보이그룹에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샤이니는 나에게 특별한 그룹이었다. 군에 입대하기 전,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사귀었을 때, 나는 그녀의 집 문간에서 수도 없이 루시퍼를 반복해서 재생했었다. 그 몽환적인 느낌, 그 박력적이면서도 어쩐지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의 음색이 나를 사로잡았다.

루시퍼는 2010년 여름에 공개되었다. 다만, 내가 루시퍼에 빠졌던 것은 1년이 지난 2011년 여름이었다. 그 해 가을은 유난히도 추웠다. 무덥던 여름이 떠난 뒤, 여름의 자리를 발로 차기라도 하듯 냉랭한 가을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도 나는 꿋꿋이 반팔만을 입고 가을을 났다. 자동차만이 끝없이 나오던 뮤직비디오에서 비춰진 그들의 모습이 앳된 마음에 참 멋지다 생각했었나보다.

세월이 바뀌고, 인연이 바뀌어도 나는 루시퍼를 종종 들었다. 강산이 반쯤 바뀐 지금에도 루시퍼는 내 음악 리스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노래는 하나의 일기장이다. 겪었던 기억들은 들었던 노래들과 함께 한 페이지를 매꾸며 깊게 파고들고, 그리하여 잊혀졌다고 생각한 기억들도 노래를 다시 재생시키는 순간 그 당시의 감정들을 내뿜으며 잔잔히 마음을 격동시킨다. 길거리를 걸으며 뜻하지 않게 흘러나온 '루시퍼'에 나는 종종 2011년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했다.

나름대로 그를 떠나보낸다. 장례식에 와서 하랄 없이 술을 낭비하는 취객처럼, 차려진 밥을 다 먹고도 선뜻 일어서지 못하는 외부인처럼 나는 엉거주춤 일어서 취기에 이리저리 인터넷을 떠돈다. 한껏 통곡하는 팬들에게 속으로 구부정히 고게를 숙이고도, 뭐때문인지 얹힌 듯 탐탁치 못해 그를 회상한다. 오늘 밤에는 계속 루시퍼를 틀고 있으리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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