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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로동요 - 이날치 : 범 내려온다
게시물ID : star_4724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_Kei_AN
추천 : 4
조회수 : 4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1/17 21:01:14

90년대 초중반에는 KBS에서 국악마당을 할 때가 있었다.
어린 마음에 국악이란것은, 알 수도 없는 옛날 어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나 듣는 지루한 노래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어차피 국민학생 어린이의 귀로 들었을 때, 내용조차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라면, 차라리 서태지의 하여가를 들었겠지. 서태지는 그나마 세상을 비판하고 저항하고자 하는 '힙'함이라도 있었으니 말이다. 토끼가 거북이의 등을 타고 용궁을 가는것 정도는 동화책에서 수 없이 보고 또 본 내용 아닌가.

그런 어린 때로부터 20년 넘게 시간이 흘렀다. 국악을 향유했던 할아버지 세대들은 이제는 그리움이 되었고, 이제 국악은 대중 속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 송소희가 국악소녀로 이름을 날렸지만, 그것은 국악이 대중에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는 예쁜 어린 아이가 국악을 기깔나게 할 줄 안다는 정도가 그들에게 받아들여 졌을 뿐. 물론 그 사이에도 수 많은 퓨전국악그룹이 기존의 국악의 틀을 부수기 위해 분주하게 노력했지만, 대중에게 크게 받아들여지지는 못했다.

그렇게 국악이라는 장르가 박물관 유리전시장 속의 중세-근현대 유물정도로 취급될 즈음, NPR라디오에서 이희문 명창을 중심으로 결성된 씽씽이 퓨전국악을 선보인적이 있다. 기존의 악기들을 배제하고 밴드사운드를 베이스로 하여 국악의 창법, 그리고 기존의 국악들을 비트는 복장과 리듬을 적절하게 배합하였다. 그것은 아이돌 덕질을 한창 하고 있던 나의 귀에도 익숙하지만, 신선하고, 고정관념을 파괴하면서 시원한. 그런 특이한 것이었다. 비단 그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약 400만에 이르는 시청자가 동시에 느낄법한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씽씽을 기점으로 먼지가 쌓여있던 국악이란 것은 현대의 것들과 융합하여 박물관 유리전시장에 균열을 일으키고 인디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씽씽은 비록 2-3년 활동을 하고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체했지만, 그 파편들은 새로운 씨앗이 되어서 인디씬에 새로운 그룹들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이날치와 악단광칠등이 현재 인디씬에서 퓨전국악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퓨전국악이 더 많은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른다. 대중의 고정관념이라는 것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단단하고 부수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고, 씽씽이 등장하기 이전의 많은 퓨전국악밴드들이 그것에 도전했다가 무너지기를 수십번 반복한 끝에 이제야 틈이 생긴 것이다. 이제는 그 틈새로 새로운 젊은 청자들이 생기고 있고, 그것을 향유하고자 하는 새로운 수요들이 등장하고 있다.

청자들은 이제 퓨전국악을 이렇게 말한다. '힙'하다 라고.
그리고 내가 들었을때에도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는 굉장히 '힙'하다. 정형화되기 시작해버린 지금의 음악시장을 부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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