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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재윤 “내 경기 조작한 적 없다, 고민조차 해보지 않았다”
게시물ID : starcraft_266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술좀먹는형님
추천 : 6
조회수 : 180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0/07/25 12:36:05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에 관련된 4명의 피고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22일 서울지방고등법원에서 진행된 4차 공판에는 구속 수사중인 브로커 박 모씨, 전 프로게이머 원 모씨, 전직 축구선수 정 모씨, 전 프로게이머 마 모씨 모두가 피고인이자 증인의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이들은 승부조작 사건을 놓고 제각기 자신이 주도한 일이 아니라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한 때 두터운 친분이 있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법정 분위기는 냉랭했다.

 

오후 4시에 시작된 공판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방청객들이 몰렸다. 원 모씨와 정 모씨가 변호사와 함께 등장했을 때 잠시 술렁거리긴 했지만 이내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이어 박 모씨가 경찰관을 대동하고 나타났으며 마 모씨는 4시 7분에야 법정에 들어섰다. 수의를 입은 박 모씨를 제외한 3명은 편한 티셔츠 차림이었다.

 

네 명의 피고인은 한 칸씩 떨어져 앉아서 서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박 모씨는 증언대에 섰던 시간을 빼고 공판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었으며 나머지 세 명도 줄곧 정면만을 응시했다. 불과 6개월 전만해도 호형호제하며 지냈던 이들은 이제 남보다도 못한 원수가 돼버렸다.

 

박모씨 vs 원모씨, 먼저 제안한 것은 너!

 

먼저 박 모씨에 대한 심문이 시작됐다. 박 모씨는 11차례 승부조작을 통해 불법배당금을 챙기고 함께 조작에 참여한 원 모씨를 공갈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날 박 모씨는 승부조작을 먼저 제안하고 보상금을 결정한 사람은 원 모씨라며 자신이 먼저 제안한 적은 딱 한 번 뿐이라고 주장했다. 맨처음 원모씨에게 ‘스타크래프트도 승부조작 도박이 있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사실이지만 원 모씨가 먼저 경기 전날 “이벤트 경기라서 내가 부담없이 질 수 있다”고 연락했다는 것. 이후 원 모씨가 친한 프로게이머들을 끌어들이고 보상금의 규모를 결정했으며 자신은 수락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모씨 변호인은 “여기 있는 피고인들 중에 박모씨만 구속됐다”며 “박모씨만 특별하게 더 사건에 가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증언대에 선 원 모씨는 박 모씨와 반대되는 증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원 모씨는 박 모씨가 “승부조작에서 일부러 져준다면 천만 원을 주겠다. 몇 번만 하면 1년 연봉을 한순간에 벌 수 있다”고 유혹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3일전 자신의 출전이 확정되자 박 모씨가 전화를 해서 다시 회유했고 이틀정도 고민하다 승낙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원 모씨는 “박 모씨를 만나기 전에는 스포츠토토를 해본 적도 없을 정도로 착실하게 살았다”며 11번의 승부조작은 모두 박 모씨가 제안했고 자신은 그냥 해당 프로게이머에게 돈만 전달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중에는 박 모씨가 자신에게 자금을 대는 사람이 조직폭력배라고 협박해 발을 뺄 수도 없었고 얻은 이익도 다 반납했다고 덧붙였다.

 

또 500만원의 보상금을 약속한 문 모씨에게 650만원을 건네 준 이유에 대해서는 “좋아하는 팀원 동생이라 내 배당금 일부를 얹어줬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중간역할을 한 것은 주선비를 받기보다 팀원 동생들이 용돈을 벌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방청석 여기저기에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원 모씨는 박 모씨측 변호인의 질문 대부분에 “모르겠다”라고 응답했다. 이에 박 모씨 변호인은 “상당히 능수능란하다”, “그럼 아는게 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원 모씨 변호인이 항의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마모씨, 내 경기 조작한 적 없다 거듭 주장

 

이어 정 모씨와 마 모씨가 차례로 증언대에 섰다. 정 모씨는 3차 공판과 마찬가지로 마 모씨가 일을 주도했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마 모씨는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정 모씨는 “축구선수 출신이라 스타 자체를 잘 모른다”며 “진 모씨 경기가 있기 전에도 마 모씨가 먼저 (승부조작을) 하겠냐고 물어봤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또한 “진 모씨 경기에 760만원을 배팅하고 1200만원을 딴 것은 사실이지만 배팅사이트가 경기 당일 폐쇄돼서 돈을 절반밖에 받지 못했고 그나마 300만원은 진 모씨에게 건네줬다”고 주장했다. 

 

마모씨는 처음 진 모씨가 승부조작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당시 진 모씨는 어차피 탈락될 상황이라 (승부조작을 하겠다는)의지도 있었다”며 “나는 생각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3차 공판때 진 모씨가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진 모씨가 잘못 이해한 것 같다. 나는 정모씨가 돈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3차 공판때 정 모씨측 증인으로 참석한 진 모씨는 마 모씨의 “네가 져서 아는 형이 큰 손해를 봤다”는 말에 미안해서 다시 승부조작에 참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마 모씨는 “친한 사람을 소개해줬을 뿐 내 경기를 조작한 적은 없다”며 “나는 배팅할 생각도 없었고 할 줄도 모른다. 대리배팅도 안했고 정보를 팔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가를 받았냐는 질문에는 “금전적인 이유로 주선한 것이 아니며 형으로서 도움아닌 도움을 주려다보니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4명의 증인과 4명의 변호인이 치열한 공방을 벌인 4차 공판은 4시간이 지난 8시에야 끝이 났다. 5차 공판은 8월 20일에 열릴 예정이다.

 

 

서동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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