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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날개를 펴다.
게시물ID : starcraft2_597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KRKO
추천 : 11
조회수 : 79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2/25 23: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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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

9년.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스타크래프트 1에서 스타크래프트 2로의 전환, 그리고 명멸까지.
그 와중에 누군가는 꿈을 접었고, 누군가는 스스로의 명예를 짓밟았다.
프로리그라는 거대한 고택은 무너졌고, 이제 모든 이들이 들판에 내몰렸다.



2.

김동원은 기실 이제까지 제대로 된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2009년, 드래프트를 통해 위메이드 폭스에 합류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1년만에 팀에서 방출당했다.
스타크래프트 2에서 숱한 팀을 거쳐왔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그에게 향하지 않았다.
그의 플레이를 논할 때면, 언제나 문성원이라는 거대한 선수의 이름이 먼저 나왔다.
그와 비슷한 플레이를 하는, 그러나 그보다 못한.

16강과 8강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서질 못하면서, 김동원의 이름은 점차 존재감을 잃어갔다.
단 한번, 라스베가스에서 4강에 올랐지만, 그나마도 그 대회를 정조준한 스나이퍼, 권태훈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Axiom과 True eSport 두 해외팀을 거치는 사이, 그는 잊혀져 갔다.
살아남았지만,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
그렇기에 김동원의 부활을 점친 자는, 아무도 없었다.



3.

2016년 한국에 돌아온 뒤, 김동원이 보여준 가장 큰 장점은 동족전에서의 기민함과 묵직함이었다.
2016 HOT6 GSL 시즌 2, 32강에서는 한이석과 조중혁을 잡아냈고, 16강에서는 윤영서를 꺾었다.
8강에서는 그 대회 최대의 이변이었던 변현우와 풀 세트 끝에 석패했지만, 적어도 김동원이라는 이름 석자를 다시 각인시키에는 충분했다.
전성기 무렵, 가장 안정적인 동족전 강자로 꼽혔던 그 모습이 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2017년 첫 시즌, 김동원은 마침내 4강 고지에 다시 올라섰다.
32강 최종전, 앞길을 막아선 것은 지난 시즌 챔피언이자, 자신을 떨어트린 변현우.
하지만 김동원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2:1 승리를 거두며, 챔피언을 무너트리고야 만다.
공성전차 간의 숨막히는 포격이 오가는 사이, 김동원은 특유의 단단함을 제대로 보여주며 변현우를 무너트렸다.

16강에서 이동녕과 조성호를 꺾은 뒤, 8강에서 김동원은 조성주와 마주했다.
1991년생, 최고령 선수와 1997년생, 최연소 선수가 테란의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쳤다.
김동원의 승리를 예측한 이가 얼마나 있었을까.
어쩌면, 자신조차도 의심했으리라.



4.

하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김동원의 3:1 승리.
조성주의 의료선 견제는 김동원의 수비 앞에 빛을 발하지 못했고, 적재적소에 달려든 해병들은 기적의 승리를 만들어냈다.
야인이 쓰러지고, 태양이 진 마루 위에, 이제 테란의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김동원만이 남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경험은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걸음.



5.

매미는 7년을 땅 속에서 기다려, 그 날개를 펼쳐 날아오른다.
스물 일곱, 김동원은 9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 이제 막 날개를 열었다.
그 날개가 힘껏 휘날리는 순간, 세상은 진정 그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기억하라.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진정 강한 자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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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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