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전철에서 내려
병원 주차장 까만 아스팔트 길을 지나면
연두색 펜스, 좁은 뒷문이 보인다.
그 너머
봄을 맞아 곱게 솎아 낸 너른 밭이 보인다.
뽀얀 밭의 속살이 뿜는 흙 냄새를 맡으며
빙 둘러 걷다 보면 온 몸으로 봄이다,
봄이다.
2.
너의 손에선 서투른 향수 냄새가 난다.
익숙하지 않은 손동작으로 뚜껑을 열고
넘친 향수를 허겁지겁 수습하는 네 모습이 그려진다.
귀 밑도 목덜미도 아닌
손에서 나는 그 어설픈 향수 냄새가 좋다.
3.
내 최애 냄새 두 개.
지하 주차장 냄새 아니면
신발 가게에서 나는 가죽 냄새.
이 냄새 좋아하는 사람들 분명 있을건데.
며칠 전에 얇은 가죽 지갑을 선물 받았는데
틈 날 때마다 킁킁 냄새 맡았다.
방향제보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