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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날,
게시물ID : today_569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로이별러
추천 : 4
조회수 : 2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4/05 23:47:41
비가 꽤 많이 내리는 하루다,

흔히 우리 병원사람들 사이에서 비오는 날은,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의 숫자가, 적어지는 날이라고도 이야기를 한다,
이유인즉, 비를 뚫고 와야 하는데, 대부분 귀찮아서 오질 않는다.
비를 뚫고 오는 환자라면, 그만큼 급하고 위중한 상태일테니,

비가 오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뭘까,
파전에 막걸리, 누군가는 치맥, 대부분은 밤에는 술 약속인데,
전체적인 사고가 늦은밤 술을먹고, 발생한다,

누군 치킨 먹다 넘어지고, 누군 음주운전하다 사고가 나서 실려오고,
누구는, 아까먹은 파전이 소화가 안돼, 응급실을 찾는다,

때문에 전체적인 환자의 수는 줄어드는데, 위중한 환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날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해 대부분 의료진들은, 비오는 날을 그닥 좋아하질 않는다.

나는 지난달 응급파트가 끝나서, 응급실로 내려갈일이 별로 없어졌다,
이번주는, 시간이 비교적 남아서, 오후 5시쯤인가,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이루었던 시간에, 
병원 로비밖에서 잠시 쉬려고 나왔는데, 응급실 파트 실습 하고있는 동기를 만났다.


동기녀석이 표정이 썩 좋지가 않길래,

무슨일이야? 하고 물었더니, 

"응급환자 올거라 대기중 이야,"

2분정도 흘렀을까, 멀리서 구급차 한대가 급하게 들어오는게 보이고,

이내 구급대원이 배드를 내려줬다,
 
30대 중반? 으로 보이는 산모였는데, 

심한 복통을 호소하고, 질 출혈이 있는 상태였다,

여러 의료진이 밖으로 나와 환자를 끌고 들어가는 순간, 

나도, 얼떨결에 같이 도와주고 있었다,

다들 바쁘게 움직였고, 

나는 간호사쌤에게, 

"쌤, 저 다시 올라가 봐야 해서, 
이 환자, N-CST(태아심박-자궁수축검사) , 태아 초음파 
지금 바로 찍어야 할거같으니까, 산부인과 노티 해주세요. 영상의학과는 제가 할게요."

라고 말했더니, 응급의학과 선배 레지던트 쌤이, 웃으며

"오, 센스쟁이~" 하면서 날 칭찬했다,


공부량이 너무 많은탓에,
매일같이 공부를 해도 이게 과연 이렇게 하는게 사는게 맞는건가 싶었는데,
반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온 나의 오더가 지금까지의 증명을 받았던 하루였다.
비가 오는날은, 싫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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