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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today_570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OCULASACRA
추천 : 3
조회수 : 1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25 03:05:26



좋아해요.

닿을 수 없어도,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아요.

내가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그 느낌을
좋아해요.

오늘 해가 지던 장면은 도무지 잊으려야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아요.
태어나 본 태양 중에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빛깔을 지닌 채로 저물어 가고 있었는데
수많은 건물들 사이로 다 가려서 그의 온 모습을 다 볼 수 없었어요.


-
청명하고 시원한 날, 한참 걷고 싶었다.
이른 낮부터 걸을 거라고 분주히 준비하다가 문득 잠이 들어 버리고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예전 같았으면, 이 아름다운 날을 다 날려버린 건가 싶은 마음에 우울했을 법도 한데, 어쩐 일인지 우울하지는 않았다.

아직 해가 다 지지 않은 탓이기도 했겠지만, 그냥 그랬다. 우울하지 않은 하루.
습관처럼 지나던 길을 지나지 않으면 허전하듯이,
허전했다.

우리가 아는 그 허전함이 아닌 다른 허전함으로, 나는 허전했다.

늘 인사하던 기분이, 늘 마주하던 감정이 더는 마주쳐지지 않고 내게 인사하지 않는다.
우리 사는 것과 같아서 언제 또 그랬냐는 듯 서로 마주할 수 있겠지만 분명히 나는 다른 세계로 온 것 같다.

마법처럼, 자는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믿을 수도 있겠지만, 보다는 내가 다른 세계로 온 것이 분명하다고 믿는 것이 훨씬 나은 듯하다.

나는 예전에 내가 하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바뀌어갔으니까
아마도 여기는 새로운 세상이겠지.







꿈에 오랜 친구를 보았다.
내 오랜 친구, 사람이자 감정인 그.

아침이 우울할 것 같았다.
예상에는 그랬다.

그런데 우울하지 않았다.

고맙다는 마음을 안고 나는 흥얼거리면서 하루를 시작했고,

그가 잘 지내길 바라면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귀한 친구가 선물해 준 초콜릿을 보았다.
귀한 친구가 선물해 준 초콜릿을 보니 내 오랜 친구가 또 떠올랐다.
귀한 친구가 선물해 준 초콜릿을 보니 내 오랜 친구가 또 떠올라서 나는 회상했다.

친구는 초콜릿을 되도록 오래 두고 먹던 친구였고,
당시에 초콜릿을 귀신같이 챙겨먹던 나는 친구가 신기했다.
나는 앞에 초콜릿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거의 다 먹어버리는 편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나는 그때의 친구처럼,
초콜릿을 아주 오래 두고 먹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둘러보니 나는 초콜릿뿐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을 그렇게 오래 두고,
먹거나, 먹지 못하거나,
했다.


정신이 없다.
라고 치고 있는데,
‘Come on, we gotta get out, get out of this mess we made.’라고.


... but I'm not leaving you here.
I'm not leaving you here,
I'm not leaving.








잘 자요,
예쁜 우리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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