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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게시물ID : today_577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참깨와솜사탕
추천 : 6
조회수 : 13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6/20 21:09:08


0.

-야 너 안 되겠다,
-뭐가
-전부 뒤죽박죽이잖아, 차라리 내가 정리해드림

음 친구한테 한 소리 듣고 내 기억이 생각보다 훨씬 제멋대로 수납되어 있구나 싶었음.
내 기억인데. 친구가 대신 정리해준다는 거 너무 웃겼음. 난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애길래.

그래서 아래부터는 뒤죽박죽인 채로 적는 기억 조각들이다.




1.

어떻게 하면 이 손 놔줄래.
몰라, 진짜 보내기 싫다.
그럼 눈 감아 봐.
왜.
얼른.
음.
"___". 나 간다.
????. 야, 잠깐만...
안녕, 들어가.

지금은 주인 없는 그 날의 공기. 빈칸 속 정답은 나만 알지.





2.

짝꿍이었다고, 우리가?
응. 창가 맨 앞줄이었는데.
헐...
내가 맨날 먼저 말 걸었는데.
그건 기억 나.
니가 하도 말수가 적어서 오기로 걸었었음.
그건 처음 알았네.
그래서 나 좋아했었다며, 귀찮을 정도로 말 걸어줘서.
하여간 그런 건 귀신 같이 기억하고.
왜냐면, 미안했거든. 너한테만 다정했던게 아니라서.
그으래.
반친구들 전부랑 친해지는 게 목표였어. 나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는 자신감으로 가득찼던 시절이었고. 아침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많은 애들한테 인사받고 인사해주고 하는 그 기분이 끝내줬거든.
알만 하다.
그래서 오기가 생겼었다고. 대답 꼬박꼬박해주는 걸로 봐선 내가 싫은 건 아닌 것 같은데 그 이상의 접근은 어려웠어.
왕따 몇 번 당하고 잔뜩 위축돼 있었어, 나는. 니가 보기에도 우중충하지 않았어?
아니 딱히.
흠.
이젠 너한테만 다정하게 굴건데.
됐습니다.





3.

닮았다. 닮았다는 건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거고.
너랑 나는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더라.
내 말을 가로채서 나 대신 말하고 있나 착각이 들 정도로 닮은 네가.
놀랍도록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하는 네가.
반가우면서도 낯설고 무섭고 반갑지 않더라.
유치한 표현을 하자면, 내가 기다려온 바로 그 왕자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달갑지 않은 관계가 되어 결국은 둘 다 선을 넘지 못할거라는 사실이 눈에 훤하고
우습게도 그런 너를, 완벽한 겁쟁이인 너를 사랑할 순 없겠군 하는 결론에 이르렀어.
그래 이번엔 내가 겁쟁이 역할을 할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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